이주민과 사회권
황필규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헌법 개정 기본권 규정 및 해석의 기본원칙
첫째, 헌법 개정은 기존 헌법에 대한 왜곡되거나 제한적인 해석을 극복한 적극적인 해석을 전제로 하여야 한다.
둘째, 헌법 개정은 헌법 제정 이후의 국제적, 국내적 법제와 관행의 변화를 충실히 반영하여야 한다.
셋째, 헌법 개정은 기존 기본권 혹은 인권 보장 수준을 후퇴시키는 방식으로 규정되거나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넷째, 헌법 개정은 기본권의 보장 내용을 현행 헌법보다는 구체화하여 가능한 기본권의 내용과 보장의 정도 등이 명료하게 규정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헌법 개정은 기본권의 제한 내용을 헌법에 직접 구체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헌법의 해석에 의해 예측 가능하도록 하여 그 제한가능성을 가능한 최소화시켜야 한다.
이주민 기본권 :
기존 헌법 해석에 대한 문제제기1)
헌법 제6조 제2항의 해석
- 이주민에 대한 상호주의 문제
법률에 대하여 우위에 있는 『헌법』에서 외국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모든 법률의 입법, 해석 및 운영의 지표가 된다. 『헌법』제6조 제2항은 “외국인은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지위가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2) 헌법 제6조 제2항에 대해 통설적인 견해는 외국인의 기본권 주체성의 긍정, 부정 여부를 불문하고, 그 ‘국제법과 조약’의 내용을 논하지 않고 ‘상호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3) 헌법 제정 후 일부 헌법학자들이 관련 ‘국제법’이나 ‘조약’의 내용 및 그 변화에 대한 검토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이를 ‘상호주의’를 규정한 것으로 해석하였고 그 후 수십 년간 대다수의 헌법학자들이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였다. 국제법과 조약은 기본적으로 상호주의에 지배됨을 강조하기도 하고4) 청구권적 기본권의 경우 원칙적으로 상호주의원칙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시되기도 한다.5) 헌법재판소 역시 외국인의 기본권주체성의 경우 “상호주의에 따른 제한”이 있다고 설시하여6)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헌법재판소의 일부견해는 헌법 제6조 제2항을 근거로 “외국인의 지위는 상호주의를 기본으로 해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헌법의 기본원칙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7)
그러나 외국인의 인권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인권을 규정한 국제인권조약의 경우 거의 예외 없이 “모든 사람”을 그 권리의 주체로 함으로써 국적에 의한 차별을 배제하고 적용상의 상호주의를 부정함으로써 내외국인 평등주의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8) 즉, 이주민 지위와 관련하여 오늘날 국제법이 인정하는 기준은 상호주의 원칙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평등주의 원칙이다.9) 헌법 제6조 제2항은 헌법상 기본권 전반에 걸친 일반적 기본권 구체화적 법률유보의 성격을 가지고, 또한 이 특별조항은 국내 법률에 우선하는 특별법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규정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그 규정의 명문과 헌법 전문 등의 취지상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문제된 사건들에서 관련 국제법과 조약 유무 등을 언급하며 헌법 제6조 제2항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10)
헌법 제2장의 해석
-기본권성질론, 특히 인간/국민의 권리 이분법의 문제
『헌법』은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으로만 표현하고 있다(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그러나 헌법학계의 주류적 견해는 외국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원칙적으로 인정하는 견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생존권적 기본권 혹은 사회적 기본권 등은 국민의 권리로서 외국인에게 당연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 즉 ‘기본권성질론’을 취하고 있다.11) 헌법재판소도 “기본권의 보장에 관한 각 헌법규정의 해석상” “국민과 유사한 지위에 있는 외국인은 기본권주체가 될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은 인간의 권리로서 외국인도 주체가 될 수 있고, 평등권도 인간의 권리로서 참정권 등에 대한 성질상의 제한 및 상호주의에 따른 제한이 있을 뿐이다.”라고 설시하고 있다.12) 또한 사회권적 기본권의 경우 국민에 대하여만 인정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13) 참정권, 입국의 자유도 ‘국민의 권리’로서 이주민은 이들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설시를 한 바 있다.14)
헌법 제정 후 일부 헌법학자들이 독일의 (구)헌법이론을 내세워 사회권적 기본권은 국민의 권리로서 외국인의 그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시하였고, 그 후 수십 년간 대다수의 헌법학자들이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였고 헌법재판소 역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인간의 권리’와 ‘국민의 권리’를 구별하는 기준과 경계가 너무 모호하고,15) 현재 명시적으로는 물론 묵시적으로도 이러한 헌법상 기본권 이분법을 받아들이고 있는 국가는 거의 없다. 외국인의 기본권주체성 인정의 판단척도는 좀 더 명확해져야 하고 시대적 변천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16)
사회권적 기본권은 자유와 평등을 실질적으로 향유할 수 있기 위한 조건을 확보해주는 역할을 하는 바 사회권적 기본권과 자유권적 기본권의 상호불가분성 및 상호의존성과 상호연관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유행사의 실질적 조건을 형성하지 않아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이 위협받는다면, 이는 결국 인권의 존엄에 반하게 되고, 그로써 판례와 다수설이 말하는 소위 ‘인간의 권리’인 ‘자유권적 기본권’이 침해되게 된다는 점에 이분법이 가지는 맹점이 있다.17)사회권이란, 일반적으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자신이 속한 사회의 자원을 배분받을 권리, 자신이 속한 구성원으로서 그 사회에 참여하고 헌신할 권리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18) 사회권을 ‘인간존엄유지에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로 이해하는 관점에서, 사회적 기본권 또한 우리 삶의 필수적인 기초로서 인권이므로 외국인에게도 기본적으로 기본권주체성이 인정되어야 한다.19)
이주민 기본권 보호의 대원칙:
차별금지 원칙 및 내외국인평등주의20)
헌법 제6조 제2항을 명문의 규정 그 자체로 보나 연혁적으로 보나 이주민 기본권에 관한 헌법적 근거규정이자 헌법해석의 기초로 보는 것이 유기적이고 합리적인 해석일 수 있다. 즉 헌법 제정 당시 헌법 제2장의 기본권조항들에서 ‘인민’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야기된 이주민의 기본권 보장상의 결손을 제헌헌법 제7조 제2항을 도입함으로써 보완하게 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21) 오늘날에 있어 국제공법과 국제사법 공히 이주민의 법적 지위는 내국인과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고, 헌법 제6조 제2항을 통해 이러한 이주민의 법적 지위는 ‘법률상 지위’가 아닌 ‘헌법상 지위’로 고양되었다고 보아야 한다.22) 이러한 해석방법론은 그 기준이 모호한 ‘기본권성질론’에만 의존하여 선험적으로 이주민의 기본권 주체성을 논하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헌법 제6조 제2항과 결합한 국제인권조약상의 실정규정에 대한 해석을 통해 결론의 법적 타당성과 설득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23)
오늘날 헌법 제6조 제2항은 ‘국제법과 조약’은 차별금지 원칙, 내외국인평등주의를 그 내용으로 한다. 『세계인권선언』은 제2조 제1항에서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그 밖에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기타의 지위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구별도 없이, 이 선언에 제시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24)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25)과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규약』’)26)도 각각 제2조에서 이와 유사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즉 대부분의 국제인권법은 두 가지 예외, 예컨대 『자유권규약』이 제25조에서 참정권의 주체를 “모든 시민”으로 규정한 것, 입국의 자유 등 관련 추방의 대상을 “외국인”으로 규정 것을 제외하고는27) “모든 사람”을 그 권리의 주체로 함으로써 국적에 의한 차별을 배제하고 적용상의 상호주의를 부정함으로써 내외국인 평등주의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주민의 사회권 :
헌법 개정 및 법령 정비의 방향28)
헌법 개정 및 법령 정비의 기본 방향
헌법 제6조 제2항이라는 외국인의 지위에 관한 명문의 규정은 도외시한 채 그 기준도 모호하고 현실적합성도 떨어지는 ‘기본권성질론’의 이분법, 상호주의, 출입국 통제 환원론 등 이주민 기본권을 배제하는 논리들이 너무도 오랜 시간 헌법을 지배해왔다. 차별금지와 내외국인평등주의, 취약한 집단의 특별한 보호의 관점에서 이주민의 기본권은 재구성되고 재해석되어야 한다.
해석론에서 나아가 이주민의 기본권은 헌법에서 이를 분명하게 명문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협의의 참정권이나 입국의 자유 보장 혹은 출입국 통제와 관련된 기본권 제한 등과 관련하여서는 그 기본권의 주체를 원칙적으로 ‘국민’으로 규정하거나 외국인에 대한 제한 가능성을 명문으로 규정하되, 다른 여타 권리에 관하여는 ‘모든 사람’을 그 기본권의 주체로 규정함이 타당하다. 사회보장급여 및 서비스 청구권, 기초생활보장, 건강권의 주체 등을 국민 및 “(법률이 정하는 범위의)” “합법적” “정주/거주” “외국인”으로 규정하는 방식은 1) 기존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표방하는 차별금지의 원칙과 내외국인평등주의에 정면으로 반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2) 입국의 자유 보장 혹은 출입국 통제와 관련된 기본권 제한의 범위를 선험적으로 규정하여 (취약한) 이주민의 기본권 전반을 무력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또한 헌법 제11조 평등권 조항의 차별금지대상에 현재 시점에서 그 권리 보호의 특별히 요구된다고 판단되는 장애 등 다른 사회적 소수자 범주와 함께 인종, 민족, 국적 등을 명문으로 규정하여 이들 범주와 관련된 인권 보호를 강조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 한편 현행 헌법은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헌법 전문),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며”(헌법 제69조) 등 단일민족성을 표방하는 규정만을 두고 있는데, 다문화, 다민족사회를 현실로서 받아들이고, 이를 헌법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29) 기존에 국회에서도 헌법 전문에 세계주의적 성격의 가미, 헌법 제11조에 출생, 인종, 언어 등 차별금지사유의 추가, 다문화현상에 대처하기 위하여 외국인의 기본권주체성의 명시, 지방선거에서의 외국인 선거권 인정규정, 다문화가정 및 아동의 보호규정 등의 필요성이 논해져왔다.30) 한편 이러한 헌법 개정 방향의 연장선에서, 기존에 국민이 주체가 되고 개별 법령에서 외국인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관련 법령의 규정 방식도 “모든 사람”을 권리의 주체로 규정하되, 입국의 자유 보장 혹은 출입국 통제와 관련된 기본권 제한의 목적상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외국인을 예외적으로 그 적용범위에 포함시키지 않는 규정 형식으로 대대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출입국 통제와 사회적 기본권 제한의 한계:
주권에 기초한 출입국 통제의 추상성과 헌법적 함의에 대하여31)
많은 경우, “이주통제에서의 국가주권”에 관한 주장은 그 개념의 불가분성을 전제로 한다. 예컨대, “국가는 외국인을 아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의 권리보다 적은 권리를 부여할 수도 있고, 제한된 조건 하의 일정한 권리를 부여할 수도 있다”32)는 주장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국제법의 관점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고, 모든 차별적인 법과 관행을 합리화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국제인권조약도 국가들의 영토적 권한, 즉 외국인의 출국과 입국을 통제하고 국적을 부여할 권한을 묵시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단순히 입국을 허용하는 것이거나 생산요소 혹은 개발인자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외국인이 그를 받아들이는 국가의 관할권 내에 들어오게 되면 원칙적으로 차별금지의 원칙 하에서 국제법 및 국내법제가 보장하는 모든 권리를 그 외국인에게 부여한다는 국가의 주권적 결정을 포함하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 수용국의 비용-이익 분석도 처음부터 모든 관련된 권리를 고려하면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국가는 국민과 외국인(무국적자 포함)의 평등한 이들 권리의 향유를 국제법이 인정하는 범위까지 보장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33) 국적이나 출입국자격에 기초한 상이한 취급의 기준이 협약의 목적에 비추어 합법적 목적에 따르지 않고 적용되거나 이러한 목적의 달성에 비례하지 않는다면 협약상 이러한 상이한 취급은 차별을 구성할 수 있다.34) 당사국은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입법적 보장이 출입국자격과 무관하게 외국인(무국적자 포함)에게 적용되고, 법령의 적용이 외국인(무국적자 포함)에게 차별적 효과를 가지지 않도록 보장하여야 하고,35) 출입국정책이 인종, 피부색 또는 민족이나 종족의 기원에 기초한 차별적 효과를 가지지 않도록 보장하여야 한다.36) 당사국은 비록 취업허가가 없는 외국인(무국적자 포함)에게 일자리 제공을 거부할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이 고용관계가 시작되면 그것이 종료될 때까지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포함한 근로와 고용과 관련된 권리를 부여받았음을 인정하여야 한다.37) 모든 인권조약의 중심에 놓인 차별금지는 국민과 이주민 모두에게 평등한 보호를 제공하여야 한다.38) 이주민 특히 미등록 이주민의 상황의 악화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이 집단의 인권을 인정하고 차별금지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39)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3권 : 판례 (노동조합설립신고서반려처분취소)>
대법원 2015. 6. 25. 선고 2007두4995 판결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란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을 의미하며, 특정한 사용자에게 고용되어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이나 구직 중인 사람을 포함하여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사람도 여기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1두8568 판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두2824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출입국관리 법령에서 외국인고용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의 고용이라는 사실적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자 하는 것뿐이지, 나아가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 사실상 제공한 근로에 따른 권리나 이미 형성된 근로관계에 있어서 근로자로서의 신분에 따른 노동관계법상의 제반 권리 등의 법률효과까지 금지하려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1995. 9. 15. 선고 94누12067판결 등 참조).
따라서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한, 그러한 근로자가 외국인인지 여부나 취업자격의 유무에 따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볼 수는 없다.”
특정 국가의 이민법을 위반하고 그 국가에 입국한다고 하여 인권기준에 입각한 이주민의 근본적인 권리들이 박탈당하지는 않으며 또한 이것이 비정규적 상황에 놓인 이주민을 보호하여야 할 국가의 의무에 영향이 미치지도 않는다.40)결국, 이주통제에서의 국가주권의 문제는 체류의 허용 (기간 포함), 취업의 허용 (기간, 종류 포함), 비정규 이주민, 그리고 법이 특정한 경우 정규 이주민의 강제추방 그 자체와만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독일의 경우 연방헌법재판소 2012. 7. 18 판결에서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 규정을 근거로 난민신청자에 대하여 헌법상 사회권적 기본권인 생활보호급부청구권을 인정한 바 있다.41) 다른 생계유지 수단이 없는 난민신청자의 허가 없는 생계유지활동, 취업활동에 관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도 이와 유사한 논지를 펴고 있다.42)
<난민신청자의 생존권 : 독일 헌법재판소 판례>
Zitierung - BVerfG, 1 BvL 10-10 vom 18.7.2012, Absatz-Nr. (1 –40)
“기본법 제1조 제1항은 인간의 존엄성의 불가침성을 선언하고 있고, … 이 기본권은 독일에 거주하는 독일인과 외국인들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 기본법 제1조 제1항에 다른 객관적 의무에 상응하여 개인적 급부신청권이 도출된다.”
“ 존엄한 최소한의 삶의 보장은 법률적 청구권으로 강제되어야 한다. 도움이 필요한 이는 주관적 권리로 보장되지 않는 국가 또는 제3자의 자발적 지원에 의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만일 입법부가 최소한의 생존의 결정에 관한 헌법적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는다면 법률은 그 부족한 내용의 범위에서 위헌이다.”
“만일 존엄한 최소한의 삶을 설정함에 있어 입법부는 수혜자의 체류자격을 이유로 차등을 두어서는 안 된다. 입법부가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특성을 반영하기를 원한다면 그러한 차등은 생존에 필요한 급부에 대한 수요가 다른 수요자와 현저히 다르고 그것이 합리적이고 내용적으로 투명한 절차에서 해당 집단의 실질적 수요에 의해 입증될 수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난민신청자의 생존권 : 서울행정법원 판례(강제퇴거명령및보호명령취소)>
서울행정법원 2013. 10. 10. 선고 2013구합13617 판결
“피고가 난민신청자인 원고에 대하여 생계지원 없이 난민신청일로부터 1년이 지난 후부터 극히 제한적으로 체류자격 외 취업활동을 허가하고 난민불인정 결정 후에서는 허가기간을 연장하지 않으면서, 그 허가기간 외에 취업활동을 하였음을 이유로 강제퇴거명령을 한 것은 행정의 획일성과 편의성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난민신청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무시한 조치로서,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원고가 입는 불이익이 현저하게 커 위법하다.”
“우리나라 정부는 난민신청자에 대하여 아무런 생계지원을 제공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취업활동을 일체 불허하는 것은 난민신청자의 생존을 난민지원 비정부단체나 자선단체 등의 호의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어서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생존권을 보장하여야 할 문명국가의 헌법정신에 어긋난다.”
“행정지체는 난민이 야기한 것이 아니며, 난민신청자 전부를 난민이 아닌 것으로 추정하여 취업활동을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보호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적어도 ‘인간의 권리’는 “인류보편적인 성격”43)을 지닌 권리이고, 이러한 기본권은 법령에 의한 체류 자격의 합법성 여부에 따라 그 인정여부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보았다.44)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기본권 주체성의 인정문제와 기본권 제한의 정도는 별개의 문제”이고 이주민의 “직장 선택의 자유”나 “근로의 권리”에 대한 기본권주체성을 인정한다는 것이 곧바로 국민과 동일한 수준의 자유나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설시를 하고 있다.45)
헌법재판소는 사업장 이동의 제한에 대해서는 “내국인근로자의 고용기회를 보호하고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효율적인 고용관리로 중소기업의 인력수급을 원활히” 하고자 함을 강조하고 있다.46) 그러나 “내국인근로자의 고용기회를 보호”는 이미 사용자의 내국인 구인 의무와 내국인 인력 채용 불가 시에 고용허가라는 법제를 통해 보장되고 있다.47) 결국 “효율적인 고용관리”라는 편의적인 이유로 사실상 ‘강제노동’에 이를 수 있고,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른 사용자와 노동자간의 근로계약 체결이라는 시장경제질서에도 배치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출국 후 14일 이내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주노동자의 “불법체류 방지”라는 목적을 강조하고 있다.48) 그러나 임금과 퇴직금 등 급여에 관한 권리를 노동자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단지 불법체류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일괄적으로 출국과 연계시켜 사실상 담보로 제공하도록 하는 것은 노동자의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태도는 입국의 자유 혹은 출입국 통제와 간접적으로라도 관련된 다른 기본권 제한을 폭넓게 허용하겠다는 취지이고 이주민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무엇이든 입국의 자유 쟁점으로 환원시킬 수 있다는 태도로서, 결과적으로 출입국 통제의 관점이 거의 모든 기본권에 우선하여 이주민의 기본권 보호 전반을 무력화시키게 된다. 결국 이주민의 체류는 국가의 허락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주민이 개인으로서 가지는 ‘고유한’ 기본권은 없다는 의미가 된다.49) 이주민의 기본권의 문제가 단순히 입출국의 국가주권의 문제로 환원될 수는 없으며, 이주민이 국가의 관할권 내에 있는 한 동등하게 헌법적 보호를 제공받아야 하고,50) 이주민의 기본권 제한은 출입국 관리의 목적에 직접적으로 부합하고 기본권 제한 없이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정하여야 한다. 또한 난민신청자, 무국적자, 아동 등 이주민 중에서도 다양한 취약집단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이러한 점에서도 헌법상 (일부) 사회적 기본권을 합법 정주/거주 이주민 집단에게만 보장한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는 방식은 외국의 선례도 거의 없는 매우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1) 황필규, “한국 이민관련법”, 정기선, 이선미, 황필규, 이민경, 이규용, 한국 이민정책의 이해, 백산서당 (2011), 64-67 참조.
2) 헌법재판소 2001. 4. 26. 선고 99헌가13 결정.
3) 신옥주 외, “외국인의 헌법적 지위 및 권리의 보장을 위한 비교법적 연구”,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 제27권 (2016), 15.
4) 전광석, 한국헌법론(제10판), 집헌재 (2015), 233.
5) 성낙인, 헌법학(제12판), 법문사 (2012), 341.
6) 헌법재판소 1994. 12. 29. 선고 93헌마120 결정, 헌법재판소 2001. 11. 29. 99헌마494 결정.
7) 헌법재판소 2011. 9. 29. 선고 2007헌마1083등 결정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각하의견).
8) UN Human Rights Committee (HRC), CCPR General Comment No. 15: The Position of Aliens Under the Covenant, 11 April 1986, paras. 1-2 참조.
9) 이종혁, “외국인의 법적 지위에 관한 헌법조항의 연원과 의의: 제헌국회의 논의와 비교헌법적 검토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법학 제55권 제1호 (2014), 524-525.
10) 헌법재판소 2007. 8. 30. 2004헌마670 결정, 헌법재판소 2011. 12. 29. 선고 2011헌바57 결정.
11) 권영성, 헌법학원론, 법문사 (2011), 304; 허영, 헌법이론과 헌법, 박영사 (2007), 287.
12) 헌법재판소 1994. 12. 29. 선고 93헌마120 결정, 헌법재판소 2001. 11. 29. 99헌마494 결정.
13) 헌법재판소 2007. 8. 30. 선고 2004헌마670 전원재판부 결정.
14) 헌법재판소 2011. 9. 29. 선고 2007헌마1083등 결정.
15) 김수연, “기본권주체로서의 외국인”, 유럽헌법연구 제7호 (2010. 6.), 306.
16) 정광현, 외국인의 기본권주체성, 심인 (2017), 3.
17) 정광현, 앞의 책, 19.
18) 강현아, “이주노동자 자녀의 사회권에 대한 논쟁”, 아동과 권리, 제13권 제1호 (2009), 59.
19) 최유, “외국인의 사회권 주체성에 관한 작은 연구”, 충남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사회과학연구, 제19권 가을호 (2009), 122-131; 권영호, 지성우, 강현철, 사회통합을 위한 다문화가정관련법에 대한 입법평가: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대한 입법평가를 중심으로, 한국법제연구원 (2009), 131.
20) 황필규, “한국의 이주민 법제의 시각과 관련 쟁점”, 조선대학교 법학논총 제16집 제2호 (2009), 3-6 참조.
21) 정광현, 앞의 책, 16.
22) 이종혁, 앞의 글, 560.
23) 정광현, 앞의 책, 69.
24) 헌법재판소는 ‘세계인권선언이 모든 국민과 모든 나라가 달성하여야 할 공통의 기준을 선언하는 의미는 있으나, 그 선언 내용인 각 조항이 보편적인 법적 구속력을 가지거나 국내법적 효력을 갖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라고 하였으나, [헌법재판소 1991. 7. 22. 선고 89헌가106 결정], 세계인권선언 전체가 국제관습법을 구체화한 것인가에 관하여는 논란이 있으나 유엔총회의 결의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이 적어도 일부 인권보호 관련 국제관습법상의 국가의무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Robert McCorquodale, Martin Dixon, Cases and Materials on International Law(4th ed.),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3), 182-202]; 국제사법재판소는 Teheran의 인질과 관련된 사건의 의견에서 “세계인권선언에서 선언된 근본원리들”이 이란에 대하여, 특히 자유의 위법한 박탈 및 고통스런 상황에서의 신체적 제약”을 가하는 경우와 관련하여서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으로 명확히 인용하였다. United States Diplomatic and Consular Staff in Teheran (United States of America v. Iran), Judgment, I.C.J. Rep. 1980, 42, para. 91 참조.
25) 일반적으로 규약에 규정된 권리는 상호주의나 국적 혹은 무국적상태와 무관하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따라서 규약상 각각의 권리가 국민과 외국인간에 차별 없이 적용되어야 함은 일반적인 원칙이다. 외국인은 규약상 보장된 권리와 관련하여 제2조에 규정된 차별금지의 일반적인 요청의 혜택을 누린다. 이 보장은 국민과 외국인 모두에게 같이 적용된다. 예외적으로 규약상 인정된 일부 권리는 명시적으로 국민에게만 적용가능하거나(제25조 참정권), 외국인에게만 적용된다(제13조 추방). UN Human Rights Committee (HRC), CCPR General Comment No. 15: The Position of Aliens Under the Covenant, 11 April 1986, paras. 1-2.
26) 규약은 수록된 권리를 특성상 당사국에 대하여 “권리의 완전한 실현을 점진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자국의 가용자원이 허용하는 최대한도까지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제2조 제1항), 이러한 권리의 “점진적” 달성은 국적이나 출입국자격의 차별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UN 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CESCR), General Comment No. 14: The Right to the Highest Attainable Standard of Health (Art. 12 of the Covenant), UN문서 E/C.12/2000/4, 11 August 2000; 또한 규약은 개발도상국은 인권과 국가경제를 고려하여 외국인에게는 규약상의 경제적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3항). 세계은행 등의 기준에 비추어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조항은 별다른 의미를 가질 수 없는데, 이 외에도 “인권과 국가경제를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 제한되는 권리가 “경제적 권리”에 국한된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27)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990. 7. 10. 대한민국 발효, 제13조 합법적으로 이 규약의 당사국의 영역 내에 있는 외국인은, 법률에 따라 이루어진 결정에 의하여서만 그 영역으로부터 추방될 수 있으며, 또한 국가안보상 불가피하게 달리 요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기의 추방에 반대하는 이유를 제시할 수 있고 또한 권한 있는 당국 또는 동 당국에 의하여 특별히 지명된 자에 의하여 자기의 사안이 심사되는 것이 인정되며, 또한 이를 위하여 그 당국 또는 사람 앞에서 다른 사람이 그를 대리하는 것이 인정된다.
제25조 모든 시민은 제2조에 규정하는 어떠한 차별이나 또는 불합리한 제한도 받지 아니하고 다음의 권리 및 기회를 가진다.
(a) 직접 또는 자유로이 선출한 대표자를 통하여 정치에 참여하는 것
(b) 보통, 평등 선거권에 따라 비밀투표에 의하여 행하여지고, 선거인의 의사의 자유로운 표명을 보장하는 진정한 정기적 선거에서 투표하거나 피선되는 것
(c) 일반적인 평등 조건하에 자국의 공무에 취임하는 것.
28)황필규, “이주민과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자의적 구금 토론 : “Living” 헌법과 국제인권법, “Transnational” 접근을 위하여”, 2015년 인권법학회 학술대회 :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국내 이행, 인권법학회, 서울대 인권센터 (2015. 12. 19. 발표) 참조.
29) 황필규, “이주노동자의 인권”, 대한변호사협회 인권보고서 2005년도 제20집 (2006), 197-200; 헌법적 관점에서 다문화주의는 접근되어야 하고, [최유, “헌법적 관점에서 바라 본 다문화주의”, 외국인정책 및 다문화에 관한 법제의 동향과 과제, 한국법제연구원 (2007)] 현행 헌법에 있어서 허용되는 다문화주의의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순태, 다문화사회의 도래에 따른 외국인의 출입국 및 거주에 관한 법제연구, 한국법제연구원 (2007), 76-91].
30) 미래한국헌법연구회, 대한민국 헌법의 바람직한 개헌방향에 관한 연구 (2008), http://ebook.assembly.go.kr/ebooklnk/research/pdf/research63182658.pdf, (2017. 5. 1. 확인); 헌법연구자문위원회, 헌법개정자문위원회 결과보고서 (2009), 23, 76.
31) 황필규, “한국의 이주민 법제의 시각과 관련 쟁점”, 11-13 참조.
32) Linda S. Bosniak, “Human Rights, State Sovereignty and the Protection of Undocumented Migrants under the International Migrant Workers’ Convention”, Barbara Bogusz, Ryszard Cholewinski, Adam Cygan, Erika Szyszczak, eds., Irregular Migration and Human Rights: Theoretical, European and International Perspectives, Leiden: Martinus Nijhoff Publishers (2004), 331.
33) UN 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 (CERD), CERD General Recommendation XXX on Discrimination Against Non Citizens, 1 October 2002, para. 3.
34) CERD, 위의 문서, para. 4.
35) CERD, 위의 문서, para. 7.
36) CERD, 위의 문서, para. 9.
37) CERD, 위의 문서, para. 35.
38) Office of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OHCHR), Migration and Development: a Human Rights Approach, High Level Dialogue on International Migration and Development, New York, 14-15 Sept. 2006, para. 2.
39) Gabriela Rodriguez Pizzrro, 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rights of migrants, UN문서 E/CN.4/2005/85, 27 Dec. 2005, para. 75.
40) Global Commission on International Migration(GCIM), Migration in a interconnected world: New directions for action (2005), 55.
41) Zitierung: BVerfG, 1 BvL 10/10 vom 18. 7. 2012, Absatz-Nr 참조.
42) 서울행정법원 2013. 10. 10. 선고 2013구합13617 판결.
43) 헌법재판소 2014. 8. 28. 선고 2013헌마359 결정.
44) 헌법재판소 2012. 8. 23. 선고 2008헌마430 결정.
45) 헌법재판소 2011. 9. 29. 선고 2007헌마1083등 결정, 헌법재판소 2016. 3. 31. 선고 2014헌마367 결정.
46) 헌법재판소 2011. 9. 29. 선고 2007헌마1083등 결정.
47)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6조(내국인 구인 노력) 제1항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려는 자는 「직업안정법」 제2조의2제1호에 따른 직업안정기관(이하 "직업안정기관"이라 한다)에 우선 내국인 구인 신청을 하여야 한다.
제8조(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 제1항 제6조제1항에 따라 내국인 구인 신청을 한 사용자는 같은 조 제2항에 따른 직업소개를 받고도 인력을 채용하지 못한 경우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직업안정기관의 장에게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를 신청하여야 한다.
48) 헌법재판소 2016. 3. 31. 선고 2014헌마367 결정.
49) 김지혜, “이주민의 기본권: 불평등과 ‘윤리적 영토권’”, 헌법학연구 제22권 제3호 (2016. 9.), 235.
50) 김지혜, 위의 글, 246-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