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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찾아가는 사순절 예배 “기억을 걷는 시간” 현장 스케치

일, 2015/04/12- 15:36 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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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찾아가는 사순절 예배 
“기억을 걷는 시간” 현장 스케치
글: 김신애목사 (인천기독교신문)
“이 밤이, 그 바다가 요나의 뱃속 같게 하시어 한 사람도 헛되이 희생당하지 않게 하시고 주의 구원을 노래하는 날 되게 하소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고난받는이들과 함께하는 모임(이사장 신경하 목사)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이번 사순절 중 세 번의 주일을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교회를 찾아 예배했다. 유가족들에 대한 지나친 매도와 근거없는 소문, 왜곡된 언론보도가 ‘그들’과 교회 사이를 가로막고 있기에 직접 예배를 통해 만나기로 한 것이다. 마전교회(담임 김광후 목사), 꿈이있는교회(담임 하정완 목사), 효성중앙교회(담임 정연수 목사) 등 뜻있는 교회에서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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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는 길가는 밴드의 찬양인도와 주제영상(감독 송윤혁), ‘극단 이연’의 스킷드라마와 설교, 화정교회(담임 박인환 목사)를 섬기는 박은희 전도사와의 대화를 골자로 구성되었다. 박은희 전도사는 참사로 희생된 고 유예은양의 어머니다. 마지막 예배에는 꿈의교회(담임 김학중 목사)에 출석하는 고 김시연양의 어머니, 윤경희 성도가 함께 대화에 참여했다. 설교는 각기 김광후 목사, 하정완 목사, 진광수 목사가 맡았다.
박은희 전도사는 대화에서 “사실 아직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하는 것도, 참사 당일을 되새기는 것도 매우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예수의 피와 살을 모시는 성찬에 참여하며 자신의 배반, 스승의 고통을 대면해야만 했을 제자들의 마음을 떠올리면서 저는 그 날의 일을 되풀이해서 말하고 있습니다.”라며 시종 담담한 어조로 참사 당시 유가족들의 경험, 대책위의 활동, 생활의 어려움과 배보상 문제 등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해 답했다. “어른들이 잘못해서 참사를 당한건데 오히려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간 아이들을 생각하면 엄마로서 너무 부끄럽다.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다고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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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 대해 “전에는 우리가 제사장이고 레위인이었다. 그런데 이제 강도 만난 사람이 되었다.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우리에게는 사마리아인 밖에 손 내미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제 제사장과 레위인들이 와서 ‘왜 사마리아인의 손을 잡았냐’며 따진다.”며 한국개신교회가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해 주길 요청했다. 전국 교구별로 세월호 유가족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아픔이 있는 곳이 성지다’를 외치며 300~500명씩 팽목항과 안산으로 사순절 순례를 떠나는, 분향소 예배소에서 한 번도 미사를 거르지 않는 천주교에 비해 개신교회의 대응은 너무도 미미하다.
또 박전도사는 “예전에는 어떻게 부자의 눈에 나사로가 한 번도 보이지 않을 수 있었을까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보니 내가 그렇게 살았더라. 교회가 좋고 봉사하는 게 바쁘니까 주위에 아프고 어려운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라며 “이제 한국교회가 안으로 갖고 있는 에너지를 이웃을 돌보는 일로 발산했으면 좋겠다. 쓰러져 있는 이웃을 구둣발로 짓밟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의 죽음이 4월 16일 전과 후를 가르는 선이 되면 좋겠다. 정부, 학교, 사회, 정치인이 달라지면 더 바랄 게 없다. 용기있게 잘못을 사과하고 바로잡도록 한국교회가 깨어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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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후 목사는 “봄이 와도 도저히 즐거워할 수가 없다. 작년부터 계속 마음에 빚으로 가지고 있었던 세월호 참사의 슬픔에 조금이나마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밝혔으며 정연수 목사는 “참사 이전과 이후가 분명히 달라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진실이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가 이 참사를 교훈으로 삼을 수 없고 조금 더 진보하는 길로 나아갈 수도 없다. 이 많은 희생이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 진광수 목사는 “참사 1년이 지났지만 아직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고 대제사장의 선동에 넘어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소리치던 군중들처럼 사람들은 이제 ‘그만하라’고 말한다. ‘한 나라에 있어 진실과 정의를 세우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말하며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드뤠프스를 신원했던 에밀졸라처럼 용기있는 사람이 오늘날에도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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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은 매 예배가 끝날 때 마다 핸드폰을 쓰다듬으며 한참을 울고서야 자리를 떴다. 교우들도 그 곁에 다가가 함께 눈물 흘리며 다독였다. 핸드폰에는 노란색으로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고 쓰인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고난주간, 우리 모두 고난당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위로하고 치유할 것인가 배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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