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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의 채용 면접 과정에서 채용결정도 되기 전에 회사가 정해준 노조의 가입원서를 쓰게 하는 등 사용자가 특정노조 가입을 종용하고 민주노조 가입을 방해하는 등의 정황이 녹취를 통해 공개돼 물의를 빚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일련의 과정이 입사 채용 과정의 일부인 것처럼 진행이 됐고 이러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노동부와 노동위원회가 방조 묵인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는 6일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러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 일부를 공개하고 당사자가 직접 당시의 정황을 전했다.

“이름만 쓰세요. 가입날짜는 제가 적을게요." 채용 결정도 전에 정해준 노조에 가입원서를 쓰다.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 신규채용에 지원한 서OO씨는 채용 면접을 보던 중 세브란스 병원 용역업체인 태가비엠 감독에게서 체력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런데 감독이 부른 사람은 노조 간부이고 데려간 곳은 노조사무실이었다. 해당 노조 대표는 “우리 회사는 용역회사고 을이다. 병원에서 싫어한다는 거 알기 때문에 민주노총에 갈 이유가 없다.”고 길게 설명한 후 노조가입서를 쓰라고 종용했다.
“이렇게 첫날에 다 노조 가입을 받아요”라고 하며 가입서를 안 쓰면 안 된다고 압박이 가해진다. 순순히 가입서를 쓰자 “전화 갈 거예요. 출근하시라고.”라며 사실상의 합격통보를 하고, 가입 일자는 자신이 직접 적겠다고 했다. 면접이 끝나고 귀가 후 그는 노조 대표가 말한 것처럼 합격문자를 받았다.

민주노총은 무서운 곳, 맨날 데모하니 그런 거 없는 우리 노조로 오라.
태가비엠의 현장소장이 신체검사를 해당 노조 지부장에게 직접 맡기기도 했다고 한다. 역시 채용 면접에 온 김OO씨는 신체검사를 하는 줄 알고 따라간 노조사무실에서 갑자기 “노조에 가입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망설였지만 지부장은 “민주노총은 무서운 곳이다. 맨날 데모하러 나와라, 우리는 그런 것 없다.”고 가입을 종용하고 김OO씨가 “복잡하다”고 부정적으로 답하자, “네. 복잡해요 복잡하면 본인이 안다니면 되는 거야.”하면서 돌려보냈다고 한다. 김씨는 다음날 불합격 통보문자를 받았다.

정신적으로 이상이 없나 검사한다더니 어용노조 가입 종용, 민주노조 가입은 정신이상?
2017년 1월에 채용되었다가 바로 퇴사한 이OO 씨. 녹취록을 통해 그가 남긴 두 차례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렇다. 면접을 보러 태가비엠 사무실에 들어가자 감독이 해당 노조 지부장을 불렀고 그가 정신 건강 검사를 한다며 데려간 곳은 역시 노조사무실이었다.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노조가입서를 쓰게 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후 감독이 “정신감정 해보니 이상 없다”는 식으로 대화한 후 최종적으로 채용이 됐다. 채용과정에 대한 그는 “(면접 간) 그날 바로 감독이 불러 노조로 데려가서 그렇게 하는데 가입안하면 채용안하지. 그거 뭐 애라도 알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거고.”라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조종수 공공운수노조 세브란스병원분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녹취록에 공개된 사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민주노조 탈퇴 종용과 불이익이 현장에 만연해 있다고 전했다. 특히 현장에서 가장 힘들고 노동강도가 강한 업무인 감염박스로 불리는 폐기물 관리 업무를 민주노조 조합원에게만 전담시키거나 물청소 등 비선호 업무에 지속해서 배치해 사실상의 민주노조 탈퇴압박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암암리에 민주노조 탈퇴 시 수당 인상 등을 제시하며 회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원하청의 명백한 공모 사실 증거에도 노동위원회 비상식적인 판결
서경지부는 일련의 민주노조 탄압과 부당노동행위가 원하청의 공모하에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부가 확보한 업무일지 등 증거 자료에 따르면 유명무실했던 기업별 노조를 탈퇴해 서경지부 세브란스병원분회로의 출범을 앞둔 전날 세브란스병원 파트장과 태가비엠 이사가 직원모임을 소집해 ‘민주노총은 외부세력이고 회사는 근로자들이 하나로 뭉치면 대화할 의지가 있다.’라는 취지로 말하여 탈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반장들을 동원하여 인사배치 등에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협박과 회유로 노조출범 때 부터 지속적으로 공공운수노조 탈퇴공작을 진행해온 정황이다. 이러한 탈퇴 공작과 면접과정에서의 어용노조 가입 종용 등을 통해 출범 당시 130여 명에 이르던 조합원 수가 1년여 만에 40명으로 축소됐다. 또한, 면접 과정에서 신체검사라는 중간 과정을 통해 어용노조 가입을 종용하는 면접방식 변경 이후에는 단 한 명의 민주노조 가입자도 없는 상황이다. 노조 출범부터 집단탈퇴에 이르기까지 원하청이 공모한 노조파괴행위가 상시로 벌어져도 노동부는 수사는커녕 외면으로 일관하고 참다못한 노조가 직접 녹음하고 증거를 모아 구제신청을 해도 노동위원회는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조합원 모집행위라는 비상식적인 근거로 서경지부의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서경지부는 이번 녹취록 공개와 원하청의 파렴치한 민주노조 깨기 공모 증거 공개를 통해 고용노동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수사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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