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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유럽)지하철을 배우려면 잘 배우자. 껍데기만 말고.
[정책기획실칼럼]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은 없는 허울좋은 선진운영, 9호선 파업을 주목하자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조성애
서울지하철 9호선이 시한부 파업을 하고 있다. (11월 말일부터 12월 6일까지)
개인적으로 9호선 라인에 살면서 이용하는 승객의 입장에서 파업에 찬성한다.
다른 지하철, 경전철은 수요예측을 과하게 해서 예산은 낭비하더니만, 9호선은 과소예측으로 지옥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하철 탄 방향과 내리는 방향이 다른 경우엔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내려요”를 몇 번이나 하면서 간신히 나올 수 있는 혼잡도다. 가끔은 못 내리기도 한다.
귀가 길은 9호선을 비껴서 다른 노선 이용은 불가능하다. 내 목적지가 정해져있기에 9호선을 이용 할 수밖에 없다.
처음 민자 지하철을 만들 때 서울시의 입장은 “경쟁을 통해 질 좋은 서비스를 만들겠다”였다. 이는 서울지하철과 서울도시철도가 분리되던 20년 전과 같은 이유다. 그러나 지금 양 공사는 비효율적인 분리를 넘어 서울교통공사로 통합 했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좋은 서비스, 공공서비스는 효율과 이윤 우선이 아닌 안전한 시스템과 일하는 노동자가 안전해야 이용객의 안전과 만족도 높아진다.

▲ 12월 4일 열린 지하철9호선안전과 공영화 위한 촛불집회
과소 예측으로 인한 시민 안전 문제, 증차만으로도 일부 해소
과소 예측한 부분은 현재 4량을 6량(서울지하철 8~10량인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설계를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으로 증차하는 것으로 일부 해결될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배차간격을 조정해야 한다. 파리의 지하철은 배차간격이 1분 25초 ~ 2분으로 평균 85초다. 배차간격이 조밀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뛰어타기를 하지 않는다. 차가 떠나자마자 곧장 들어오기 때문에 그 차를 꼭 타야 할 만큼 간절하지 않아 오히려 정시 출도착이 가능하다.
더불어 뛰어타기가 없으니 기관사와 역무원은 마음 졸이지 않으며, 출입문 관련 사고도 거의 발생하지 않아 안전함까지 더할 수 있다.
"선전지하철 운영을 들여올 때,
그들의 노동조건과 안전도 함께 도입하라.
껍데기만이 아니라."
서울교통공사 대비 60%인력, 노동조건 개선 필수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과 시민의 안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인력과 저질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다.
지하철은 어쩔 수 없이 교대노동을 해야하는 업종이다. 교대노동은 노동자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치명적 결함과 함께 충분히 쉬지 못한 혼미한 상태의 노동으로 노동자 자신과, 이용하는 시민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아주 높다.(실제 교대노동의 산재율이 높다)
전국의 8개 철도 지하철은 실 노동시간이 169시간이다. 9호선도 숫자로는 같다. 그러나 그 시간의 노동강도가 다르다.
기관사의 경우 종일 지하에서 집중하면서 홀로 운전하기 때문에 운전과 운전사이 대기시간 일부를 근무로 인정하기도 하고, 야간 대기시간도 일부 인정하지만 9호선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다보니 서울교통공사 대비 60% 인력으로 운영된다.
최소한 서울교통공사 수준으로의 인력증원이 당장 필요하다.

▲ 9호선 정상화를 위한 노조, 국회의원 공동 기자회견
비용 절감을 위한 비숙박 운영, 노동자와 시민이 위험하다
또한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기 위한 비숙박 운영시스템으로 인한 노동자의 피로도가 높아 언제사고가 발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미 8년간 내재된 위험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변해가고 있다.
철도지하철이 야간 출근해서 숙박하던(야근출근하면 다음날 첫차를 움직이게 하도록 회사에서 제공한 숙소에서 대기)개념을 9호선은 비숙박으로 운영한다. 물론 잠은 집에서 자는 게 수면의 질로 보면 월등히 좋다. 그렇지만 출퇴근 시간이 새벽 4시 출근부터 오후5시까지를 6일 간격으로 바뀌게 만들어진 근무표 때문에 매번 긴장속에 잠을 자거나, 아예 회사근처에서 새벽출근을 위해 대기 하는 노동자를 만들었다.
서울시와 회사가 입만 열면 비교하는 유럽은 비숙박으로 하는 곳이 많이 있다. 그들의 노동은 사업장에서 최소의 시간을 보내게 되어있고 연간 1500시간으로 우리보다 훨씬 짧다. 휴무충당(휴무일에 근무)을 아무리 설명해도 알아듣지를 못한다. 서울처럼 출퇴근 이동거리가 긴 도시도 거의 없다. 심지어 8주간의 휴가와, 교대노동의 어려움을 인정해서 사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9호선은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과 시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 이러니 다른 지하철에서 채용공고만 나면 이직할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9호선은 프랑스 파리교통공사 자회사가 운영한다.
선전지하철 운영을 들여올 때, 그들의 노동조건과 안전도 함께 도입해라. 껍데기만이 아니라.
이윤보다는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시민의 발 지하철 9호선을 기대해본다.
첨언, 지하철 운전 노동자의 가족으로...
가족행사를 잡을 때 제일 먼저 묻는 말 “며칠 날 근무가 뭐야?”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 근무표 안나왔어”
예측할 수 없는 교대노동자의 노동조건은 가정에서도 결코 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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