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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실칼럼] 노조가 단결하여 무기계약직을 넘어 ‘진짜 정규직’으로

수, 2017/09/27- 11:50 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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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해설

 

- 정책기획실 칼럼

 

 


 

노조가 단결하여 무기계약직을 넘어 ‘진짜 정규직’으로

 

 

 

지난 9월 21일 우리 노조 주최로 ‘무기계약직을 넘어 진짜 정규직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8월 30일에 열린 ‘자회사의 쟁점과 해법’ 토론회에 이은 두 번째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만들기의 남은 과제’ 시리즈다.

 

7월 20일 발표된 정부 가이드라인은 무기계약직의 존치와 확대를 승인하고 있다. ‘중규직’에 불과한 기존 무기계약직에 대해 합리적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 가운데, 기간제 비정규직의 전환 방식으로 무기계약직군 신설을 허용한 점에서 그렇다. 또한 대규모 사업장 대상의 첫 전환심의 사례인 9월 9일 교육부 전환심의 결과에서 드러나듯 실제 전환 과정에서도 정부는 상시지속 업무인 기간제 비정규직을 입직 경로 차이를 이유로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는 지난 정부들의 한계를 답습하고 있다. 이에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에 대한 현장의 우려와 규탄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직수 연구위원,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이 아닌, 정부가 편법으로 만든 고용신분이다”

 

이날 발제는 김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이 맡았다. 김직수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기간제와 파견‧용역 등 “전형적인 비정규직을 꾸준히 준정규직에 해당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무기계약직을 꾸준히 증가시켰다. 이번 정부 가이드라인과 함께 고용노동부가 처음으로 발표한 전체 인력 현황과 그간 다양한 경로로 입수된 부문 자료들을 같이 보면 현재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의 규모는 약 21만 명으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평균 약 1만 8천 명이 증가했다. 평균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60% 수준, 평균 근속년수는 정규직 12.1년에 크게 못 미치는 7년으로 나타난다. ‘중규직’의 실상이 구체적 수치들로 확인되는 셈이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 격차는 애초 출발점부터가 다르게 설정된 결과기도 하지만 근속이 이어질수록 점점 벌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대해 김직수 연구위원은 무기계약직은 “직무 특성 등으로 합리화되기 어려운 ‘벽’”, “신분제적·구조적인 문제점”을 내포하는 고용형태이며, 사실상 정부가 “비정규직에 대한 수요를 무기계약직의 활용을 통해 해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발제자는 무기계약직이 그나마 근로계약상 기간 제한을 없애는 등 중간적 수준의 지위 안정성은 확보했다는 통상적 평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임금, 복지, 채용, 평가, 승진 등 무기계약직의 실제 노동조건이 “파견 등 전형적인 비정규직과 공무원이라는 정규직 사이의 중간쯤에 존재한다기보다, 비정규직의 처우 수준과 유사하거나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수준인 반면, 정규직인 공무원의 처우 수준과는 상대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저임금을 발생시키는 실질적 요인이며 당장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는 불균등하고 차별적인 임금체계가 지목되었다. 통합적‧합리적 임금기준이 없고 제대로 된 직무 분석도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직무급제가 도입 중인 현 추세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었다. 현재 직무급제는 직무가치 존중과 균일임금체계 마련을 빌미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직무가치는 개인적 기술적 속성보다는 “교육체계, 제도적 진입 장벽 등 사회적 요인에 의해 규정”되는 바, 오히려 직무가치라는 개념이 임금 차별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다.

 

김직수 연구위원은 제대로 된 비정규직 대책을 위한 전제로 무기계약직이 “정부가 편법으로 만든 ‘고용신분’일 뿐, 정규직이 아님을 인정”할 것을 제안했다.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이라는 정부의 규정은 사회적 합의를 결여할뿐더러 “정규직과 분리시키는 의미가 강한” 직군이라는 점에서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서 정당성을 획득하기도 힘들다.

 

발제자가 제안한 대응책과 대안은 다음과 같다. 당장 전환 추진 과정에서는 전환 예외 사례를 최소화하고 동일유사업종은 정규직제로 편입하는 조치가 필요하며, 기존 무기계약직의 고용과 처우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무기계약직의 지위를 종합적으로 안정화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정규직제로의 편성, 단일 관리규정 및 임금체계 수립(과도기적 임금체계로 연공급 요소 도입이 불가피, 중장기적으로는 직무숙련급으로 개편), 정원‧예산 반영으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 신분을 없애는 것이 해결방향이다.

 

 

학교 무기계약직 사례

 

발제에 이은 현장사례 발표에는 우리 노조 산하조직으로 각각 학교, 지자체‧지방공기업, 중앙행정기관의 비정규직 실태를 고발하고 투쟁에 앞장서 온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이동규 조직국장), 광주전남지부(김범규 사무국장), 고용노동부지부(최동준 지부장)가 참여했다. 학교, 지자체‧지방공기업, 중앙행정기관은 그동안 무기계약직의 양산과 고착화에 앞장선 공공부문 기관이다.

 

교육부‧교육청과 장기 교섭 중인 교육공무직본부는 정부와 교육부가 애초 정규직 전환 정책의 초점을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에만 맞추고 있는 가운데, 현재 학교 무기계약직의 처우를 교섭하면서도 여전히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최저임금보다 110원 높은 기본급)을 제시 중이라고 폭로했다.

 

11만 6천 명에 달하는 학교 무기계약직의 경우 임금수준도 매우 낮지만(유사업무 수행 정규직의 평균 60% 수준), 각종 수당과 근속 반영 수준도 미미하다. 마찬가지로 임금체계부터가 차별적이라 근속년수가 길어질수록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는 더 벌어진다.

 

전국 시도교육청별 무기계약직의 고용, 근로조건, 인사관리, 처우개선 대책까지 제각각이란 문제도 있다. 예컨대 어떤 학교엔 정규직 영양교사가 있고, 또 다른 학교엔 비정규직 영양사가 일하고 있다. 종합적인 임금‧인사체계와 대책이 필요하다.

 

끝으로 이동규 조직국장은 기존 무기계약직에 대해서는 ‘교육공무직제’를 도입하여 안정적이고 차별 없는 일자리로 전환해야 하며, 교육부‧교육청이 새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관련 일자리의 고용 안정성을 충분히 검토하도록 제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도시철도공사, 광주시 무기계약직 사례

 

광주시와 공공협약을 맺어 노정협의의 모범을 만들고 있는 광주전남지부는 2015년부터 광주도시철도공사와 광주시 본청‧사업소가 추진 중인 용역→무기계약직 전환 사례를 소개했다.

 

광주도철공사의 경우 지난 7월 무기계약직 전환 평가를 거쳐 9월 현재 전환 시행 중인 용역 노동자 규모가 총 298명이다. 이 숫자를 2015년 당시 용역 노동자 정원인 330명에 맞추기 위해 최근 공사는 37명(정년퇴직자 5명 인원 추가)의 신규채용을 단행했다. 이에 대해 김범규 사무국장은 전환 대상 일자리의 노동형태, 직무, 시민안전 관련성 등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고려가 없는 숫자 맞추기이자 주먹구구식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용역→직접고용 전환에 따른 처우개선의 일환으로 노동시간이 정상화되었음에도 심야 및 휴일노동 대체인력 충원이 병행되지 않아 도리어 업무량이 늘고 시민안전도 저해된 사례가 발생했다.

 

또한 해당 업무들은 상시지속‧생명안전 업무로서 무기계약직이 아닌 완전한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마땅한데, 전환심의위 구성없이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확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광주시 지자체의 경우도 비슷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직속기관, 출자출연, 공사공단의 간접고용 비정규직(미화, 주차, 경비 등) 총 829명이라는 전환 규모를 먼저 확정하고, 각 사업소와 공사공단의 기존 용역단가와 예산을 기준으로 처우를 결정하고 있는 문제다. 그 결과 광주시 무기계약직 내에도 처우가 천차만별이다. 김범규 사무국장은 이러한 차별과 혼란을 없애기 위해 지자체가 숫자에 급급한 행정이 아니라 분명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무기계약직 상담원 사례

 

이어 최동준 지부장이 발표한 고용노동부의 상담원 직군은 “노동자의 근로환경 및 임금지급과 차별문제를 관리‧감독 및 지도해야 하는 주무부처가” “무기계약직의 양산에 그 모델을 제시”하고 무기계약직 확산을 선도하고 있는 참담한 사례다. 1996년부터 고용노동부는 “직업훈련이 필요할 때에는 훈련상담원을, 취업알선이 필요할 때에는 구인상담원을, 취업성공패키지라는 사업을 시행할 때에는 취업성공패키지상담원을” “그때그때 필요한 인원만을 예산에 맞추어 기간제 근로자로 선발”했다. 이어 정부 방침에 따라 2007년 이후 기존 상담원 업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결과, 현재 무기계약직 상담원 일자리로 직업상담원, 단시간직업상담원, 전화상담원, 자립지원직업상담사 등 총 14개의 직렬이 존재한다. 14개의 직렬이 모두 임금체계가 다르지만 식대, 교통비, 정근수당, 민원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점은 공통이다. 무기계약직이면서 일급제를 적용받는 직렬도 있다.

 

승진체계는 유명무실하다. 14개 무기계약직 관리규정에 승진이 명시되긴 했으나 지난 10년간 실제 승진 사례는 2건 뿐이다. 동일노동 차별임금 문제도 있다. 상담원 중 가장 처우가 나은 직업상담원의 경우 공무원과 같은 민원창구에 앉아 동종‧유사 업무를 하고 있으나 공무원 대비 최대 53% 수준의 임금만을 받고 가족수당 외 수당은 받지 못하고 있다.

 

최동준 지부장은 이상의 상황이 “연간 10조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을 체계 없이 운영”하고 있다는 방증이며, 임금, 수당, 승진, 휴가 등의 차별 문제는 신분의 문제이자 인권의 문제이니 “무기계약직의 진정한 정규직화 방법은 ‘통합’”임을 주장했다.

 

 

무기계약직은 시한폭탄, 다시 정비하고 더 큰 싸움을 준비하자

 

정부의 이번 무기계약직 대책에 실망한 현장과 조합원이 많을 것이다. 지금 우리 노조는 정부부처와 사측의 해태와 최근 교육부의 전환심의 결과를 참담하게 바라보며 결국 현장의 단결된 힘으로 더 나은 일자리를 쟁취해야 한다는 교훈을 절감하는 중이다. 벌써부터 문제 사례가 속출하고 있고, 남은 추진 과정과 전환 종료 이후에도 무기계약직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의 거대한 시한폭탄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다시 정비하고 더 큰 싸움 준비해야 할 때다.

 

이날 고용노동부를 대표하여 토론회에 배석한 전대환 공무원노사관계과 사무관은 정부와 노조의 생각이 많이 다르지만 이번 정규직 전환 정책을 통해 많이 좁혀졌다고 보고 있으며 노조가 잘못 알거나 오해하는 부분도 많다고 발언했다. 기존 서울시와 광주시의 사례를 많이 참조했다고도 밝혔다. 우리 노조는 정부가 주장하는 모범과 우리 현장 사이의 괴리 사례를 계속 모으고 행동으로 단결하면서 우리 사회 좋은 일자리의 기준을 한층 높이는 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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