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대만에서는 성난 대학생들이 국회를 점거했다는, 핵발전소를 계속 짓겠다는 정부를 막아섰다는 얘기였습니다. 국민당 정권 아래에서 우리 못지 않게 억압적인 삶을 사는 대만 시민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15년이 흘렀습니다. 좀 오래다 싶더라도 보통은 10년입니다. 2014년, 대만 룽먼 핵발전소는 그렇게 완공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장과 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오랜 공기동안 여러 나라의 핵발전소 회사들이 이 발전소에 어지럽게 붙었다 떨어졌습니다. 그런 만큼 정리되지 못한 온갖 착오와 난맥들이 쌓여 왔습니다. 대만 시민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핵발전소는 불안합니다. 거기다 이런 식으로 지어진 핵발전소라면 더욱 불안합니다. 그리 넓다 할 수 없는 섬. 때문에 핵발전소 주변 인구는 800만을 헤아리고 있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국회를 점거하고서라도 룽먼 핵발전소가 가동되는 것은 막아야만 했습니다.
처음엔 부산 시민들과 같은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릅니다. 오래된 고리 1호기는 불안하다고 느끼면서, 새로 짓는 핵발전소에는 듬직함(?)을 느끼는 부산시민들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대만 시민들의 시선은 룽먼 핵발전소의 특이한 기계적 개성(결함)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것의 태생을 문제삼기 시작했습니다. 핵발전소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와 그에 따른 비용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희미하게 깜빡거리던 탈핵의 불꽃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타오르던 중이었습니다. 대만 시민들은 그 빛으로 룽먼의 균열을 비춰볼 수 있었습니다. 20만 인파가 운집한 집회, 여러 유명인들의 탈핵선언, 모두가 나누었던 메시지, 그리고 결국 국회가 점거되었습니다.
강연자는 성공한 운동과 그 것을 이끈 대만시민이라는 자부심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미 부산 이외의 장소에서 강연을 반복해오던 참이라 피곤한 기색이 완연함에도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시의 원전하나 줄이기 정책과 신재생 에너지 관련 정책을 살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미래를 위해선 꼭 필요한 시도라고 했습니다. 운동이 지속됨에 있어 흔히 겪게되는 정치적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여러 조언도 해주었습니다. 대만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했습니다. 앞으로 그들의 땅에선 핵발전소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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