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노동개혁’, 탄핵 당한 정권의 정책은 폐기해야 한다
가산수당 중복할증 막는 정부·새누리당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사용자에게 비용 부담 주어 장시간노동 막는 근로기준법 취지에 역행
1월 임시국회, 저임금장시간노동, 임금체불 해소할 법 개정에 나서야
재벌의 소원수리로 드러난 박근혜 정권의 소위, ‘노동개혁’은 사회적으로 이미 폐기되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이하 황교안 국무총리)와 고용노동부는 또다시 일자리, 특히 청년 일자리를 내세우며, 정부와 새누리당의 ‘노동개혁4법’ 중 근로기준법 개정안만이라도 통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현 정권의 노동정책과 관련 법안이 소수 재벌과 박근혜 대통령 간의 거래였다는 정황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서 드러난 지금, 황교안 국무총리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해야 할 일은 사과와 사퇴일 뿐이다. 국회로부터 탄핵 당한 정권의 정책을 반복해서 거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7.1.9. 황교안 국무총리는 고용노동부 등 6개 부처로부터 ‘일자리 및 민생안정’을 주제로 하여 2017년의 업무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노동개혁 지속과 관련 입법 조속 처리 위해 국회와 긴밀히 협의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같은 날,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2017년 업무계획> 자료에도 ‘청년 고용여력 확대를 위한 노동개혁 입법을 지속 추진’하고 ‘특히 근로기준법 등 시급한 입법은 1~2월에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의 목적은 표면적으로는 노동시간 축소를 통한 일자리 확대이다. 그러나 내용상으로는 1주일 당 최대 68시간의 노동시간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그동안 고용노동부가 해왔던 잘못된 행정해석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잘못된 행정해석이 문제라면 이를 바로잡는 방향으로 주말을 포함한 노동시간의 상한이 1주 52시간임을 확인하는 개정이 필요한 것이지, 잘못된 행정해석을 정당화해서는 안된다. 이는 고등법원까지 여러 차례 확인된 당연한 법리이다.
새누리당이 발의하고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가 그 처리를 주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결국 사용자의 가산수당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일 뿐인데, 실제 노동현장에서 가산수당이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실례로, 2016년 국정감사에서 이정미 의원(정의당)의 지적 이후 밝혀진 이랜드의 임금체불 행태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랜드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는 소위 ‘꺽기’로 임금을 도둑질 하였고 정규직 노동자에게는 한 달에 100~200시간의 초과근로를 시키면서도 월 20시간에 해당하는 연장근로에 대해서만 임금을 지급하는 포괄임금형태의 근로계약을 맺고 노동자가 받았어야 할 임금을 가로챘다.
사용자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가하여 장시간노동을 지양하게 하는 가산수당을 줄인다면 장시간노동을 억제할 수 있는 요인이 사라지게 된다. 사용자의 금전적인 부담만을 우려하며 가산수당의 중복할증을 없애려는 고용노동부의 행태는 노동시간과 관련한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에 반하고 있음은 물론 고용노동부가 과연 노동자를 위해 존재하는 국가의 중앙행정기관인지에 대한 회의를 들게 한다.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의 개정을 통해, 장시간노동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노동시간과 관련한 적용 예외를 축소하고 노동시간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조항을 4인 이하 사업장에도 적용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마땅하게 지불해야 할 임금을 주지 않고 장시간노동을 강제하는 반노동적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해야 할 일은 장시간노동에 대한 적극적인 근로감독이고 임금체불, 최저임금 위반과 관련한 신속한 피해구제와 위반사업주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지 법에 따라 마땅히 지불해야 하는 노동의 대가를 사업상의 부담으로 여겨 사용자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황교안 국무총리를 위시한 정부는 ‘노동개혁4법’의 통과를 위해 세대 간 대립과 사회적 갈등을 불사하고 맹목적으로 추진했던 과오에 대해 사과하고 해당 법안을 포기해야 한다. 시민과 국회로부터 탄핵 당한 정권의 정책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도 좌고우면 할 것이 없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제출한 ‘노동개혁4법’에 대한 논의는 불필요하다. 국회는 이미 민심이 떠난 정책을 논의하면서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저임금장시간노동, 임금체불을 해소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에 나서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