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말 나라를 흔드는 청와대 발 ‘최순실 게이트’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이 매우 착찹하다. 국정농단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그 끝도 보이지 않는다. 각종 인사는 물론이고 재벌총수들의 진퇴마저 결정했다 한다.

특히 예산에 관한 것은 이들이 국가를 약탈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나 싶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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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또 다른 특징은 비선실세들이 국가 중요 정책과정 뿐 아니라 국가 예산 편성과정에 개입해 사익을 챙겼다는 점이다. 2017년도 예산액 중 이른바 ‘최순실 예산’이 35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공적 시스템의 완전한 붕괴에 국민들은 울화통이 터진다.

멘슈어 올슨은 정부의 기원을 설명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빼앗아가는 ‘유랑도적’ 보다 자릿세 형식을 받아가는 ‘정주형도적’이 그나마 선호된다는 것이다. 정주형 도적은 더 많이 빼앗기 위해 생산을 장려하고 고정된 세금을 걷는다는 예측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들은 정주형 도적이겠으나, 5년이라는 한시적인 권력시간이 이들을 유랑형 도적으로 만들어 버린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나라살림 사상 최초 400조원 돌파

아무튼 와중에 사상 처음으로 400조를 넘은 2017년 예산은 이슈에 파묻히고 그나마 최순실 예산삭감 정도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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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살림연구소가 10월24일 제시한 865억원의 최순실 관련예산은 이제 5200억원으로까지 증가한 상태이며, 야당은 이 예산만큼은 반드시 삭감하겠다고 한다.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한다면 실질적인 예산삭감으로는 국회의 최근 10여년간의 예산심의에서 가장큰 액수가 될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회는 1%이내의 예산삭감을 해왔으나 그나마도 정부가 미리 준비한 삭감안을 제외하면 그 액수는 0.1%를 넘지 않았다.

역대 2%가 넘는 예산 삭감을 기록한 것은 1775년 유신초기와 2005년 열린우리당이 의회권력을 교체한후 첫 예산심의때의 일이다. 특히 2005년은 의회권력이 교체되었던 시기이다. 따라서 이번 여소야대는 예산심의에서 좀더 국회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사상 최대 나랏빚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처음으로 400조가 넘어가는 2017년 예산의 특징을 살펴보겠다.

첫째, 재정적자 늘고 복지지출은 제자리이다. 저성장 시대, 실패한 재정정책만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증세 없는 복지”, “증세 없는 재정정책”의 허구성을 드러낸 예산안이다.

현재 정부는‘최대한 확장적 편성’이라는 미명으로 지출 재원의 부족을 감추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빈 곳간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생색만 내는 예산이다.

2017년 예산액의 3.7% 증가는 전년도 2.9%보다 0.8%P 증가하였지만 10년간 연평균 증가율 6.2%에는 턱없이 부족한 증가율이다. 부족한 곳간을 채우기 위한 노력보다 없는 살림을 쪼개는 방향으로 재정정책의 방향을 설정한 것이라고 할수 있다.

둘째, 빛의 속도로 늘어가는 빚이다. 2017년 예산안에서 2017년 국가채무는 전년도 보다 37.8조원이 증가하여 역대 최고인 682.7조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0.4%로 역대 최고. ‘증세는 없다’는 재정정책의 영향으로 국가의 재정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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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5년간 총 164.8조원(연평균 33.0조원)의 일반회계 적자국채를 발행 했다. 저성장 극복을 위해 재정이 더 많은 역할을 해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라곳간이 텅비다’보니 예산을 확장적으로 편성할‘능력’이 없어진 것이다.

참여정부때 연평균 6.5조원에 달했던 일반회계 적자국채는 대대적인 감세를 시행한 이명박정부들어 연평균 21.4조원으로 급증하였고, ‘증세없는 복지’를 고수한 박근혜정부들어 총 164.8조원에 달하는 일반회계 세입 적자국채를 발행한 것이다.

이로 인해 국가채무는 2012년말 443.1조원에서 2016년(예산기준) 644.9조원으로 200조원이나 증가하였으며, 2017년 예산상으로도 올해 보다 37.8조원 증가한 682.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셋째, 후퇴하는 교육과 복지분야의 예산문제이다. 보건·복지분야 예산이 줄어들고 있다.

보건·복지·노동분야의 증가율은 5.3%로 나타나고 있으나 일자리부문을 제외할 경우 보건·복지분야의 증가율은 4.6%로 2016~2020 국가재정운용계획상 복지분야 법정지출분의 연평균 증가율 5.3%보다 0.7%P 낮다. 결국 법정지출분보다 낮은 증가율로 인해, 보건·복지분야 예산은 실질적으로는 축소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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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교육예산도 후퇴하고 있다. 정부의 분야별 재원배분에서 교육분야는 53.2조원에서 56.4조원으로 3.3조원 6.1%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제외(16년 41.2조원, 17년 45.9조원)한 재원은 2016년 12조원에서 2017년 10.5조원으로 오히려 1.5조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재정에 대한 재정 책임을 지방교육청으로 떠넘기고 정부의 교육정책을 위한 투자는 줄이겠다는 것으로 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방기하는 예산이다. 

정부는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여 누리과정 등 정부의 재정책임이 있는 사업에 대해 지자체의 전적인 부담을 명문화하려는 시도를 통해 재정부담을 전가시키려는 의도를 보이기도 하고 있다.

더구나 박근혜정부의 핵심 교육 공약인 ‘고등학교 무상교육’예산은 정부 마지막 해에도 전혀 편성하지 않아 “2017년까지 고등학교 무상교육 완성”이라는 공약은 사라지고 말았다.

여전히 개발연대식 예산 편성

그런데 이러한 2017년도 예산의 분석 과정에서 우리나라 예산의 특징을 파악할수 있다.

첫째, 신규예산이 매우적다는 점이다. 2017년 예산 중 액수기준 신규예산은 1.7%에 불과하다.

2016년 예산에서는 0.2%, 2015년에는 1.1%였다. 물론 새롭게 시작하는 씨앗예산이 많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90%에 달하는 예산이 기존 하던 사업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산은 합리주의에 의해 예산을 편성하는 즉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는 예산방식과 기존 예산에서 순증만을 꾀하는 점증주의 예산방식이 있는데, 한국은 극단적인 점증주의 국가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20%이내의 변화를 보이면 점증주의라 구분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관료적 질서가 지배하는 보수적 예산구조의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둘째, 개발연대 예산구조의 존속이다. 첫째 이유처럼 예산구조가 변화가 거의 없다보니 과거 개발연대의 예산구조가 그대로 존속하는 것이다.

개발연대 예산구조란 개발연대 시절의 지출구조 즉 경제투자 중심의 예산구조라는 것이다. SOC(사회간접자본)은 물론이고, 수출 및 기업지원, 에너지 개발, 농업지원 등 경제개발 예산이 주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은 복지예산이 적은 현상과는 별도로 경제투자가 OECD주요국의 두 배가 넘는다. 따라서 아직도 도태되어야 할 산업을 지원하고, 일자리 예산도 공공근로 방식의 지원을 하며, 각종 지원기관이라는 명목하에 관피아를 양산하는 산하기관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관련 개발이 계속 유지되어 내년도에도 더욱 증가한 19조원의 토지 보상금이 지원될 예정이다.

셋쩨, 정치는 이러한 예산구조의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켰다.

이번 예산서의 특징 중 하나는 예산설명서에 VIP(대통령을 지칭)라는 항목이 546개나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관료들이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핑계삼아 본인들의 사업을 지키거나 더 나아가 만들어 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산의 절약자 역할을 해야할 재정부는 이러한 항목을 건드리지 못할뿐 아니라 오히려 예산을 늘려주기까지 하는 협조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중앙행정기관 17개 부서의 ‘VIP’ 언급 횟수는 총 546회.‘최순실 예산’과 관련해 강하게 의심받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87), 미래창조과학부(90)의 예산에서 가장 많은 수가 발견되고 있다.

나라 곳간까지 털어먹은 최순실

그런데 박근혜정부의 중점 예산은 문화예산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권은 대선공약으로 예산액의 2%를 문화예산으로 편성하겠다고 했고, 2017년에도 복지예산보다 높은 증가율로 문화예산을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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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최순실예산은 문화부분에서 대거 등장하게 된다. 특히 주목할 만하 점은 이명박 정권때까지는 4대강 같은 새로운 예산을 편성해서 예산사업을 진행했는데, 최순실측은 기존 사업 내용을 변경하고 심사위원회를 바꾸고 관료를 교체해 가면서 이러한 일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예산의 시스템을 매우 잘 활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방도는 없는가. 예산감시운동에서는 세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투명성이다. 올림픽조직위원회 운용에 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각종 예산사업의 내용과 주체결정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사태에 이르고서야 문제를 인식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투명성이 조직위원회 개혁의 첫걸음이다.

둘째, 책임성이다.

예산은 관료의 책임하에서 편성된다. 하지만 사실상 권력의 영향력하에서 운영되었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하루아침에 관료가 교체되고 해임되는 사태는 시스템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무런 권한도 없고 따라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관료의 독립성을 강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결과에 책임지게 하여야 한다.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강화시켜야 한다. 납세자 소송을 도입하여 예산을 낭비한 사람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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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국민을 대신해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심의, 의결한다. 그러나 국회에만 맡겨놓지 말고, 시민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왼쪽 사진은 2017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 예결위의 모습. 오른쪽은 정부예산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의 모습

셋째, 시민참여의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국민들은 말못할 모멸과 자괴감에 빠져있다. 하지만 이렇게 된 데에는 자초한 측면은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 예산의 소비자로서 머물러 사태를 수수방관한 것은 아닌지 하는 측면이다. 따라서 시민들 부터 적극적으로 전체 운용 및 결정과정에 참여하여 예산의 소비자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수문장의 역할을 해야 한다.

시민단체들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참여연대 나라살림연구소 환경연합등 시민단체들은 10월20일 나라예산토론회 등에서 150건 3조원에 달하는 낭비사업의 감액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예산 자체에 회의론도 많다. 하지만 예산은 잘못쓰면 부패의 독소이지만 잘쓰면 사회를 위한 영양분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