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부고발은 기회다

 

이철재 공인노무사,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위원

 

 

KT가 지난 3월 공익제보자 이해관씨에게 내린 3차 징계(감봉 1개월)를 8월30일자로 취소했다. 2012년 공익신고 이후 이씨에게 계속된 KT의 불이익처분을 취소하라고 내린 국민권익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한 것이다.

 

KT 직원인 이씨는 KT가 제주 7대 자연경관 선정에 대한 전화투표에서 국민들에게 국제전화가 아님에도 국제전화라고 속여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권익위에 공익신고를 했다. 이로 인해 KT의 기업이미지는 실추되었고 위기 아닌 위기를 맞았다.

 

KT가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보기 전에 잠깐 삼성전자의 경우를 보자.

 

최근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을 출시했다.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전 세계에 250만대가 팔려 나갔지만, 느닷없이 배터리 폭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문제를 인정하고 판매를 중단, 제품 전량 회수를 결정했다. 상당수 사용자가 발 빠른 삼성의 전량 리콜 결정을 칭찬하는 글을 올렸다.

 

KT는 달랐다. 이씨가 2012년 4월 KT의 요금 부당청구 사실을 권익위에 신고하자, KT는 한 달 뒤 이씨를 서울에서 경기 가평으로 전보조치했고, 그해 12월에는 무단결근과 무단조퇴를 이유로 해임처분했다. 자신들의 잘못을 부정하는 한편, 잘못을 알린 공익제보자를 끊임없이 탄압했다.

 

참여연대와 이씨는 두 징계 모두 ‘공익신고자보호법’ 제15조(불이익조치 금지)를 위반한 불이익조치라고 보고 권익위에 보호조치를 신청했다. 권익위는 이를 수용해 KT에 부당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보호조치 결정을 내렸다. KT는 두 차례의 보호조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결과적으로 KT의 처분이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처분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KT는 이씨에 대한 징계를 멈추지 않았다. 법원 판결로 복직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016년 3월 KT는 이씨에게 해임처분과 동일한 사유인 무단결근과 무단조퇴를 이유로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씨와 참여연대는 지난 4월 권익위에 보호조치를 신청했고, 권익위는 KT의 감봉처분이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성 징계에 해당한다며 지난 8월9일 보호조치 결정을 내렸다. 결국 KT는 권익위 결정을 수용했다.

 

사실, 조직의 부정과 비리는 내부자가 가장 잘 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깨끗하고 투명해지려면 내부고발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 물론 내부고발 이후 기업은 위기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빠른 결단을 통해 해당 제보를 수용하고 개선하는 편이 낫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KT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보다는 내부고발자 탄압으로 일관하면서 기업이미지를 끝없이 추락시켰다.

 

내부고발은 일시적인 경영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본다면 내부고발을 무조건 나쁘게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보고 기업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기업이 내부고발자를 탄압하기보다 적극적인 보호에 나선다면 국민 누구에게나 신뢰받는 기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이 글은 2016년 9월 29일자 경향신문에 기고된 글입니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