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김의기열사의 삶을 생각하며
36주기 의기제 준비단장 (정치외교학과 12학번 이가현)
안녕하십니까
선배님들, 저는 올해 의기제를 너무나 준비하고 싶어 준비단장에 자발적으로 지원한 정외과 12학번 이가현이라고 합니다.
2016년 의기제는 김의기 열사의 삶이 현대사회 청년들에게는 평범한 삶이 아니라 ‘다른 삶’으로 여겨진다는 데에 착안하여 ‘김의기의 다른 삶’을 슬로건으로 하여 기획되었습니다. 올해는 의기제를 매년 준비해오던 '학번제'에서 벗어나 의기제를 준비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있도록 기획단을 열었습니다. 그래서 2학년부터 졸업반까지 다양한 학우들이 기획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5월 12일에는 한국 사회의 주요한 모순인 남북대립에 관하여 김진향 교수를 모시고 강연을 들었습니다. 우리가 북한에 관해 그동안 너무나 모르고, 알아도 왜곡되게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강연이었습니다.
5월 13일 열린 김의기열사 추모문화제에서 올해 달라진 점은 기존에 새내기 발언, 재학생 발언으로 구성되었던 학생발언을
서강대학교 학내에서 인권과 사람을 위해 활동하는 학생단체들의 발언으로 바꾸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학내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하는 '함께사는세상,
맑음'과 '인권네트워크 사람들'에서 김의기열사가 살았던 시대에서 고통받던 사람들, 그리고 현재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발언했습니다.
동문들의 공연패인 '마구재비'의 학춤또한 인상깊었습니다. 재학생들의 풍물에 맞추어 하얀 도포를 입고 추시는 학춤은 숭고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김의기열사의 누님들께서도 올해 상당히 만족스럽다고 평해주셨습니다.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모두 많이 참여해주셔서 안주는 모두 판매가
되었고 술도 거의 판매가 되었습니다.
5월 16일에는 로욜라 동산에서 인권영화제를 열었습니다. 광주의 학살이 결국 인권의 문제인 것에 착안해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을 다룬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게이커플이 아이를 키우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따스하게 다룬 ‘초콜렛 도넛’과 한 노동자가 자신의 해고를 뒤집을 수 있는 투표에서 이기기 위해 같이 일했던 친구들을 찾아다니는 내용을 다룬 ‘내일을 위한 시간’을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학교에서 열리는 야외영화제라 지나가던 학우들도 멈춰서서 영화를 보기도 했습니다. 민주화 쟁취, 그리고 인권이 만나는 색다른 자리였습니다.
5월 19일에는 현실의 모순에 정면으로 맞서는 김의기 열사의 삶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분들을 모셔 토크콘서트를 개최했습니다. 올해 모신 분은 거리의 변호사 권영국선생님과 한국 최초 에볼라 의사 정상훈선생님이었습니다. 알바트로스탑에 모여 그분들의 삶에 대해 듣고 청년들의 고민에 대해 묻고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권영국 선생님은 대학생시절, 김의기열사처럼 싸우는 학우들을 보면서 공부하기 싫어서 데모하는 거라고 편견을 가지고 바라봤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독재타도를 제대로 외쳐보기도 전에 사복경찰에게 개처럼 입을 틀어막혀 끌려가는 학생을 보고 시대에 눈을 떴다고 합니다. 노동자들에게 당신들이 떠나라고 할 때까지는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지키느라 계속해서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돈과 권력, 지위만 있다면 그 모든 것을 자신의 영달에 이용하는 것이 당연한 신자유주의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분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이제 대학교는 더이상 지성의 전당이 아니라, 취업을 하기 위한 도구일뿐이다. 내가 좋은 마음을 먹고 누군가에게 봉사하거나 사회를 바꾸는 삶을 살고 싶어도 그런 나의 삶이 나를 먹고살기 힘들어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나의 안위와 타인의 안위를 비교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이런 고민에 대해 정상훈 선생님은 지금은 막막하고 답답해서 어떤 선택을 해야할 지 모르지만 막상 자신을 내려놓으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답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여러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참여하여 시대에 대한 고민을 서로 나누고 해소했습니다.
광주기행은 전과는 다르게 5월 28일부터 29일까지 1박2일로 치러졌습니다. 25명의 학생들이 함께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둘러보고 도청, 아시아문화광장을 견학한 뒤 5.18생존자 간담회, 민주묘역참배 등으로 광주의 기억이 나와 동떨어진 일이 아니라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소감나누기 시간에 먹었던 전라도의 명물 상추튀김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냐시오의 수사님 두분도 함께해 주셨습니다.
의기제 기간동안 로욜라도서관 앞에는 5.18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요청하여 당시 서강대 학생들의 민주화운동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전시했으며, 광주민중항쟁 당시의 사진 또한 걸어서 전시했습니다.
축제기간이었던 5월 18일 당일에는 5.18 생존자 증언집에서 당시의 생생한 목소리를 발췌하여 카드뉴스로 만들어 SNS에 배포했습니다. 김의기열사가 산화하며 뿌리신 동포에게 드리는 글을 대자보로 만들어서 학교 안 곳곳에 붙이기도 했습니다. 의기제는 총학생회와 수많은 동문선배님들, 교목처, 학교본부의 지원으로 무사히 치러졌고 예산의 부족함 없이 집행되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준비단은 내년 준비단을 물색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2016년 의기제는 끝났지만 저는 지금 최저임금1만원을 요구하기 위해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알바노동자들이 편의점 폐기음식을 먹다가 일을 그만둘 때가 되면 점장에게 손해배상청구를 당하거나 6천원짜리 밥을 사먹기가 아까워서 800원짜리 삼각김밥, 1200원짜리 컵라면을 먹으며 끼니를 때웁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답게 사는 것이란 무엇일까요? 적어도 밥은 굶지 않는 임금은 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밥을 굶는 투쟁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서강 민주동우회 선배님들,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엄혹한 독재는 사라졌지만 권력과 물신주의는 우리 삶의 곳곳을 교묘히 붙들고 있습니다. 특히 20대 청년들의 현실이 고달픕니다. 당장 먹고살 걱정을 해야하는 시대가 우리가 바랐던 시대는 아닐 것입니다. 이 시대에는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그런 넓은 꿈을 책임감있게 지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렸던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김의기열사를 추모하는 것이 지금 이 시대의 투쟁에도 함께한다는 결의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 앞장섰던 선배님들께서 지금 이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는 데에도 함께 투쟁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우리가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가장 어려운 시대일수록 거리에서 서강의 깃발이 휘날리기를 바랍니다. 의기제를 준비하는데에 많은 도움을 주셨던 선배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항상 존경하고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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