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호와 낙동강, 녹조 위험 대응 심각한 차별
소양호 마이크로시스틴 실측 결과 최대 300ppb, 행정기관 인력 동원 총력 녹조 방제
지난해 낙동강은 최대 8,600~16,952ppb, 전 구간 상수원이지만 사실상 녹조 방치
낙동강 유역민은 2등 국민인가, 낙동강 녹조 문제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는 최근 녹조가 발생한 소양호 상류 인제대교 부근의 녹조를 지난 8월 3일 채수해 국립부경대 이승준 교수 연구팀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이번 분석은 미국 EPA 등에서 사용 중인 효소면역측정법(ELISA)에 따라 대표적인 녹조 독소인 총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s, 이하 MCs)을 측정했다.
○ 소양호에서 녹조가 발생했던 인제대교 주변 6개 지점(<표 1> 참조) 측정 결과 인제대교 1-2 지점에서 MCs 300ppb로 가장 높게 검출됐다. 관대리 채수 지점에선 100.29 ppb, 인제대교 1 지점에선 40.2ppb가 검출됐다. 미국 환경보호청(USEPA)은 물놀이 금지 가이드라인을 MCs 8 ppb로 설정하고 있다. 그에 따라 인제대교 2지점은 USEPA 기준의 37.5배, 관대리는 12.53배, 인제대교 1은 5.02배 수준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는 20ppb 이상이면 시민들에게 아예 ‘접촉하지 말 것(No Contact)’을 규정하고 있다.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640"] 사진 제공 :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caption]
○ 우리 단체가 8월 3일 채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비가 오지 않는 기간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계속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수질·수생태 관리 주무 부처인 환경부와 소양호가 있는 강원도 등에선 녹조 독소 관련 수치(mL 당 유해 남조류 세포 수, 마이크로시스틴 등의 독소 농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 마이크로시스틴은 270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 중 가장 강한 독성을 지닌 MC-LR은 청산가리 6,600배에 이른다는 것이 녹조 문제 전문가인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이지영 교수의 설명이다. 마이크로시스틴 중 가장 낮은 독성을 지닌 MC-RR은 MC-LR 독성의 1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 독성뿐 아니라 생식 독성을 띠고 있어 미국, 프랑스 등은 엄격하게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마이크로시스틴을 잠재적 발암물질로 지정한 상태다.
○ 우리 사회 녹조 위험에 대한 인식은 4대강사업 이후 전국화했다. 1990년대 물의 흐름을 막은 소양호, 대청호 등 댐 상류 지역 등에서 녹조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으나, 당시는 특정 지역의 문제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4대강사업으로 8개 보가 들어선 낙동강에선 매년 대규모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 지난해 낙동강에서 측정한 MCs는 최대 8,600~16,952ppb로 USEPA 물놀이 금지 기준의 1,075~2,119배에 이르렀다. 또 낙동강 주변 농수산물과 에어로졸 형태의 공기 중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 등의 녹조 독소가 검출된 바 있다.
○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는 같은 독성 녹조 문제에 대해 소양호와 낙동강에서의 행정기관 대응이 현저히 다르다는 점을 주목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행정기관은 지난달 29일부터 소양강 녹조 방제 활동을 벌였다. 녹조 제거선 투입에 이어 사람이 직접 들어가 수면에 흡착포를 부착해 수거하거나 뜰채 등으로 직접 녹조 제거 작업을 벌였다. 소양호 상류 지점은 상수원 보호구역에 해당하진 않지만, 하류 의암호 등의 상수원 보호구역과 수도권 상수원 악영향을 우려한 사전주의 관점의 조치였다. 강원도청 등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소양호 녹조 방제 활동을 알리기도 했다.
○ 낙동강은 사실상 전 구간이 상수원에 해당한다. 4대강사업 직후인 2012년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나온 이후부터 현재까지 매년 녹조가 창궐하고 있지만, 소양호에서 보여줬던 환경부, 지자체 등의 적극적인 녹조 제거 활동은 확인되지 않았다. 단순 비교했을 때, 지난해 낙동강에서 최대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이번에 소양호 최대 검출치의 28.6~56.5배에 이른다. 이런 상황이지만, 녹조 독소 문제에 대한 주민 계도 활동도 거의 없다. 사실상 낙동강 녹조 문제는 국가와 지방 행정기관이 방치한 것과 다르지 않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은 “국가가 한강 권역은 1등 주민으로, 낙동강 권역은 2등 주민으로 보고 있는 것과 같다.”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윤석열 정부 환경부는 되려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됐다는 비과학적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 소양호와 낙동강 녹조는 모두 물의 흐름을 막아서 발생했다. 지난 20여 일 동안 소양호 수위는 변화 없이 거의 정체됐다. 영양염류 유입과 댐으로 인한 물의 정체가 겹치면 어디든 녹조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댐과 보는 명칭만 다를 뿐 똑같은 구조다. 위험 사회 관점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위험은 ‘Danger’이지만, 사람에 의해 발생한 위험은 ‘Risk’로 구분한다. 소양호와 낙동강 녹조 문제는 모두 Risk에 해당한다. 다만, 소양강댐은 홍수 방지, 용수 공급 등 편익이 있다. 그러나 낙동강 8개 보는 수질·수생태계 악화, 혈세 낭비 등 비용만 발생할 뿐이다.
○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강해지고 있다. 그에 따라 유럽연합(EU)는 『자연복원법(Nature Restoration Law)』을 지난 7월 제정하고, ‘생물다양성 전략 2030(Biodiversity strategy 2030)’에 따라 유럽의 강 25,000km를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불필요한 보와 댐 해체를 목표로 설정했다. 이것이 환경적으로, 경제적으로 편익이 높다는 판단이다. 4대강 보를 유지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와는 정반대 흐름이다. 낙동강 녹조 문제는 환경재난이자 사회재난이다. 또 대한민국 환경정책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보를 열고 물의 흐름을 회복할 때 녹조 문제가 완화된다는 것은 금강, 영산강 사례에서 이미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가 지켜야 할 대상은 우리 국민의 건강과 자연환경이지 MB가 만든 보가 아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별 편익도 없이 국민 생명과 안전만 위협하는 4대강 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그것은 굳게 닫힌 4대강 보 수문을 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4대강 보 수문을 활짝 열어라!
2023.08.10
낙동강네트워크·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