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도시국가들이 올림픽휴전을 선언한 이래로 올림픽은 인류사회에 주요한 외교의 기회였습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남한은 북한의 참가를 독려하여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외교적으로 성공시켰고, 이로써 잠재적 전쟁 가능성을 억제하고 남북한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과 당시 트럼프 미국대통령 간의 일련의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도쿄올림픽 기간 동안 이와 유사한 외교적 돌파구는 없을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도쿄방문의 가능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돌출한 일본 고위외교관의 저속한 모욕으로 인하여 올림픽 참관을 거부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말실수의 사고는 단지 지난 몇 년 간 얼어붙은 한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기회를 낭비한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는 일본정부가 가장 가까운 이웃과 민주주의와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외교를 펼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현재의 한일간 대치상태가 시작된 지 2년 반이 조금 넘었습니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은 한국이 일본제국의 식민지였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예로 징집된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일본기업이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에 일본은 첨단산업의 핵심소재들에 대한 수출통제를 시행함으로써 보복을 가해 외교적 소동을 일으켰습니다. 일본이 수출통제의 해제를 거부하자, 한국은 일본과 군사정보공유협정을 취소하겠다고 위협했으나, 미국이 개입하면서 정보협정이 공식적으로는 취소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유예되었습니다. 2년이 지난 현재에도 상황은 개선의 기미가 없습니다. 일본의 수출통제는 여전히 유효하고 한국은 일본과 군사정보공유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총리는 2020년 9월 총리가 된 이후 문대통령과 한번도 정상회담을 한 적이 없습니다. 지난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한일간 정상의 짧은 만남으로 정상회담을 잠정 합의하였으나, 일본정부가 이를 취소된 뒤 문-스가 정상회담은 결렬됐습니다. 문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하고 스가 수상과 만남을 갖는 등 두 나라가 다시 도쿄올림픽을 기회로 활용하는 것에 도전했지만 이의 실패로 양국관계는 빠르게 교착 상태에 빠졌습니다. 한국은 수출통제해제와 같은 실질적인 결과를 원했지만 일본은 배상을 명령한 한국대법원의 결정에 대한 해결책을 테이블에 가져올 것을 요구했습니다. 정상회담의 형식도 문제였습니다. 한국은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1시간 동안의 회담을 원했고, 일본은 올림픽을 위해 방문하는 다른 고위인사들과 마찬가지로 15분간의 짧은 사간만을 고집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방의 사건이 터졌습니다.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고위외교관(총괄공사)은 7월 16일 한국언론인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회담제안에서 “자위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일본은 한국만큼 한일관계에 대해 주요하게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대사는 “매우 부적절하고 유감스럽다”며 사과했지만 상황을 돌이킬 수는 없었습니다. 발언사건 이전에는 한국대통령의 자문단 내에서 도쿄를 방문할지 여부에 대하여 의견이 분분하게 갈려져 있었으나, 발언이후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면서, 결국 개회식을 나흘 앞둔 7월 19일 청와대는 문대통령이 도쿄를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소마의 저속한 발언은 보다 커다란 문제를 암시합니다. 일본외교는 한국과 지저분한 불만에 휘말려 있습니다. 냉담하고 이익에 기반한 분석을 하였다면 번영하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서 가장 가까운 이웃과 보다 개선된 관계를 선호했을 것입니다. 2년 전, 도쿄당국의 한국과 무역전쟁이 나쁜 생각이었다면, 현시점에서는 반도체 공급망의 보호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 및 국가안보문제 중 하나로 부상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거부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반도체 수급문제로 인하여 자동차 및 전자제품의 글로벌 공급부족이 발생하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습니다. 현재시점에서 세계에 자동차와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가장 정교한 유형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과 대만 두 곳뿐이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은, 특히 차세대 반도체 공급국가로 중국이 부상함에 따라, 이들 국가의 공급망을 보호하는데 노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만약 일본정부가 의도한대로 작동하여, 일본의 무역전쟁으로 한국의 반도체생산이 중단되었다면 글로벌 공급망이 훨씬 어려움을 겪으면서 매우 취약해 졌을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무역전쟁은 일본의 힘을 과대평가했기 때문에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는 첨단소재의 수출을 제한하면 한국기업들이 무릎을 꿇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만, 이는 틀렸습니다. 일본의 무역전쟁이 실패한 것은, 일본의 소재생산기업들이 다른 국가들보다 기술적으로 앞서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긴밀하고 효율적인 제조 프로세스를 지닌 한국회사들이 국제적인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본과 신뢰가 사라지자, 한국의 하이테크 기업들은 신속하게 일본의 공급업체들을 미국, 대만, 중국의 국내 생산업체와 기타 공급업체들로 대체했습니다. 2020년 말까지 한국의 일본산 불화수소 수입(수출통제대상 3대 소재 중 하나)은 한국의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야기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무역전쟁 이전의 수준보다 86% 감소했습니다. 도쿄당국은 한국기업들이 일본의 자비를 구걸하게 만드는 기술적인 우위가 자신들에게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의 결과로 나타난 것은 무역전쟁으로 인하여 일본의 재료산업계가 피해를 입었을 뿐이었습니다. 최근판 특집에서 아사히 신문은  일본이 지불해야 하는 노예노동배상금보다 훨씬 큰 경제적 손실을 일본기업들에 가한 “극단적인 어리석음”으로 수출통제를 비판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본당국의 자폐적 장애는 일본의 경제적 이익을 손상시키는 것 이상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 중국에 대응해 한·미·일 3국의 협력에 집착하고 있으나, 그동안 미국은 일본의 방해주의적 자세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사례로 4월 2일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에서 한미일3국 국가안보보좌관 회의가 열렸고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대북정책을 검토하였습니다. 서훈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 “에 동의를 표명한 반면에, 일본의 키타무라 시게루(Shigeru Kitamura)국정원장은 미국국가안보 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이 짜증을 낼 정도로 북한에 대하여 매우 융통성없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스가 수상이 문대통령과의 회담을 거부할 때마다 일본이 3국 협력의 장애물이라는 강한 인상을 미국에게 심어주었습니다.

일본당국은 올림픽의 성공에 모든 노력을 경주한 최선의 계획을 무산시킨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에 대한 책임이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올림픽을 활용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값비싼 기회를 놓쳤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가혹한 평가가 아닙니다. 아마도 10월로 예정된 총선으로 스가 총리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일 정상회담을 거부하는 것은 일본의 입장을 개선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역전쟁은 한국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했고, 어쨌든 한국대통령의 입장은 대법원에 판결내용을 스스로 뒤집으라고 명령할 수 없습니다.

한편, 미국이 3국협력을 더욱 강조하면 할수록, 전쟁범죄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일본의 강박관념은 부조리하게 보일 뿐입니다. 도덕적으로나 외교전략적으로나 일본당국이 취해야 할 바른 길은 항상 분명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유산(결과)을 인정하고, 배상금을 지불하고, 가장 가까운 민주주의 이웃국가와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출처 : Foreign Policy(포린폴리시) on 2021-07-29.

S. Nathan Park

워싱턴에 거주하는 한국계 이민출신의 변호사이자 세종연구원의 객원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