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주형 기본소득, 사회수당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기초보장연구센터장
코로나19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0년 1월 시작된 이후 최근 확진자가 증가하며 4차 유행에 접어들고 있다. 2020~2021년 사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과거의 위기상황과 다르게 전국민을 대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정부의 긴급지원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세계적으로는 1억 8천 8백만 명이 확진을 받고 4백만 명이 사망하였으며, 한국 역시 7월 들어 매일 천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4차 유행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은 최근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 회의를 통해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이동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외국에서도 한국의 위상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외형적으로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오를 만큼 위상이 높아졌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한국은 지난 1997년 12월 시작된 IMF 구제금융 위기를 극복하면서 빠르게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해 왔다. 대표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기초연금ᆞ장애인연금, 장기요양보험, 근로장려세제 등과 더불어 무상보육, 무상급식, 고등학교 의무교육 확대 등이 도입되거나 확충되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아동수당(만 7세 미만), 기초연금 급여 확대, 건강 보험 보장성 확대, 지역사회 통합돌봄 등 사회보장 확대는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20여년 간의 사회보장 정책 확대가 코로나 19 위기 속에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을까. 현재 상황을 보면 기대에 부응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방역강화,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과거와 유사하게 일상 생활속에서 취약계층(노인, 장애인 등), 빈곤층 및 불안정 고용층은 여전히 사회적 위험을 경험하고 있으며, 노동시장 참여계층 역시 실업, 휴업, 폐업 등으로 인해 불안정한 임금 및 소득으로 인한 생활 상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외형상 다양한 사회보장제도가 갖추어져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제도 간 연계, 빠져 있는 사각지대 문제 등으로 코로나19에 취약한 계층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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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추경편성과 긴급재난금 등의 지원을 통해 부족한 부문을 지원하고자 하고 있지만, 즉시 그리고 필요한 시기에 바로 지원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20년 5~8월 사이 전국민에게 제공된 긴급재난지원금만이 일시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당시 전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막연히 듣고 인식하고 있었던 기본소득(Basic Income)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증가하였다.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부족한 사회보장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였으며,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기본소득은 차기 정부의 주요한 아젠다로 부상하고 있다.
기본소득과 관련해서는 기본소득이 가지고 있는 여러 장점과 더불어 단점으로 지적되는 급여적정성, 재원조달 등에 있어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여러 연구자들 간에도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어,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본래의 기본소득이 무엇인지 잘 알 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기본소득에 대한 단점을 보완하고, 미래에 완비된 기본소득을 달성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과도기적 기본소득(김교성 외, 2017) 혹은 범주형 기본소득 (백승호ᆞ이승윤, 2019; 이지은, 2020)이 대두되고 있다. 과도기적 기본소득은 근로 연령대와 아동, 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인구집단별로 급여를 지급하자는 방안이다(김교성 외, 2017, p.306~308). 범주형 기본소득 역시 특정 범주에 있는 개인에게 무조건적,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의미한다(이지은, 2020). 이는 오랜 기간 복지국가에서 운영되어온 사회수당과 동일한 의미이기도 하다.
사회수당(Social Allowance)에 대해서 살펴보면, 사회수당은 공공부조와 같은 잔여적 사회보장제도와 대비되는 것으로 보편적 복지제도를 의미한다(노대명 외, 2009). 노대명 외(2009) 연구 에서는 사회수당의 특징을 네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사회수당은 자산조사(Means-Test), 근로참여 등과 같은 조건을 부여하지 않는 보편적인 소득보장제도를 의미한다. 무조건성을 강조하는 기본소득과 동일하다. 둘째, 사회수당은 인구학적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현금성 급여를 의미하며 이런 측면에서 데모그란트(Demogrant)로 표현 될 수 있다. 기본소득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셋째, 급여에 있어 최저소득보장제도(Guaranteed Minimum Income)로서 보완적 소득보장제도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넷째, 사회수당은 시민권에 근거하 는 소득보장제도로 일정기간 거주한 주민을 대상 으로 지급되는 급여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수당은 사회보험과 다르게 일반조세를 기반으로 한 급여라는 점에서 소득재분배 기능을 가지고 있다(노대 명 외, 2009, p.26). 이와 같은 특성을 기준으로 보면 아동에게 제공되는 아동수당,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수당 등이 대표적인 사회수당제도로 볼 수 있다. 사회수당이 무조건성을 기준으로 하는 점은 기본소득과 동일하지만, 특정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급여라는 점에서는 기본소득과 차이가 있다. 기본소득의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단계적 확대 방안으로 제시된 범주형 기본소득은 사회수당의 특성을 최대한 이용하고자 하는 대안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회수당의 형태로 지원되는 현금 급여로는 만 65세 이상 노인과 중증장애인 중 70%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기초연금 및 장애인 연금이 있으며, 2018년에 도입되어 2019에 만 7세 미만 아동으로 확대된 아동수당을 들 수 있다.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의 경우 전체 노인과 중증장애인이 아닌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 급여가 지급되고 있어 연구자에 따라서는 사회수당으로 보기보다는 공공부조로 보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형태적으로는 사회수당으로 볼 수 있다.1)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주요한 문제로 양극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근로빈곤층 등), 저출산 및 고령화,1인가구증가 등 가족구조 변화 등 을 들수 있다(김태완 외, 2020). 물론 이외에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등의 중장기적 위기 상황이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로 볼 수 있지만, 현재 직면한 위기는 양극화와 저출산 및 고령화에 더불어 코로나19 등이 직면한 위기로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한국의 사회보장제도가 외연적으로 확대되어 왔음에도 문제2)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현 정부에서도 사회보장 확대,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조정이 있었지만, 기준중위소득 30% 이상(소득분위로 약 5~7%)의 취약계층은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우리 사회의 사회안전망이 탄탄해지고,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수당제도에 대한 변화 혹은 개혁이 필요하다. 먼저 기존에 도입된 수당제도들에 대한 보완 혹은 확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만 65세 이상 노인과 중증장애인의 70%에게만 제공되고 있는 기초연금과 장애인 연금을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즉 만 65세 이상 노인 전체와 중증장애인 전체에게로 현금 급여가 확대되고 사회수당의 본래 모습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노인빈곤율, 노인자살률은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현 세대 노인의 경우 1998년 국민연금이 전국민 확대시 연금수급요건을 채우지 못하거나, 완전노령연금의 조건에 맞출 수 없는 대상들이었다. 따라서 기초연금이 전체로 확대되면서, 저소득 노인들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현세대 노인들에 대한 소득보장제도가 강화되어야 한다. 중증장애인 역시 장애로 인해 노동시장 참여가 쉽지 않으며, 장애 로 인한 추가비용 등 부가적 지출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이들을 생활안정을 돕기 위해서도 장애인 연금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만 7세 미만 아동에게 지급되는 아동수당 역시 지급 대상에 대한 확대가 필요하다. 저출산 위기가 높아지고 아동 양육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아동수당 지급대상의 확대가 필요하다. 1차적으로는 초등학교 전학년(만 12세 미만) 아동까지 아동수당을 확대해야 한다. 더불어 다자녀 가구에 대한 급여 차등에 대한 방안도 고려되어야 한다.
양극화, 빈곤문제 극복을 위해 추가적 사회수당제도가 도입되었으면 한다. 청년과 만 50~64세 이하 중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수당이 제시되어야 한다. 특히 청년층은 생애주기 특성상 처음 사회진출, 미래 사회자원 등의 중요한 위치에 있음에도 경기침체, 잠재성장률 하락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역시 직접 적으로 받고 있다는 점에서 청년을 위한 수당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며칠 전 발표된 한국판 종합뉴딜의 후속 조치 중 하나로 청년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자산형성 지원(청년내일저축계좌+청년희망 적금+청년형 소득공제장기펀드+장병내일준비적 금)이 도입되었다(기획재정부 보도자료, 2021). 현재 제기된 자산형성지원제도는 청년들의 현재 위기에 바로 대응할 수 없으므로 청년층이 안정적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청년수당과 같이 제도가 새롭게 도입되어야 한다. 단지 아동 수당이 일부 연령을 대상으로 지원되고 있듯이 청년수당 역시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일정한 연령을 대상으로 우선도입 되었으면 한다. 만 50~64세 이하 중고령층를 대상으로 한 사회수당 역시 도입이 절실하다. 중고령층은 양극화 되어 있어, 안정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중고령층도 있지만, 한국의 빠른 직장 은퇴로 중고령층의 조기퇴직은 일상화되었으며, 노동시장에서 벗어난 이후 생활고를 경험하는 중고령층 역시 함께 존재하고 있다. 이들 취약한 중고령층이 다시 재기하고, 가족을 돌볼 수 있도록 하는 수당과 교육훈련 등이 함께 제시될 필요가 있다. 내년 20대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각 정당에서는 다음 정부에서 운영할 공약 들이 준비되고 있다. 이 중에 하나로 사회수당제 도가 포함되기를 바란다.
한국은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회원국 중 처음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편입되었다. 경제적으로 이제 한국은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오랜 기간 국민들의 단합된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국가는 선진국으 로 위상을 높이고 있지만, 국민들의 삶의 질, 행복 감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3) 이제 국민들의 행복 수준도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 질 필요가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한 수단 중 하나가 사회수당제도이다. 사회수당제도의 구비를 통해 한국 사회가 명실상부하게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선진국 지위에 부합되는 결실을 얻기를 바란다.
1) 현재 국내에서는 특정 대상을 대상으로 현금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로 근로장려세제ᆞ자녀장려세제, 양육수당, 한부모 가족수당 등이 있다. 이들 제도 역시 특정대상을 중심으로 급여가 지급되는 점에서 수당의 형태로 볼 수 있지만, 소득기준, 근로조건, 가족 등의 조건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수당과는 다르다 볼 수 있다.
2) 한국의 대표적 사회보장제도는 사회보험은 코로나19 속에서 사각 지대의 심각성을 드러나게 했다. 실업, 폐업 등의 위기 속에서 고용 보험은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으며, 국민연금은 여전히 노인빈곤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부조 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도 2021년 10월 생계급여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될 예정이지만, 이는 기준중위소득 30% 이하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기준중위소득 30% 이상의 빈곤, 취약계층은 여전히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져있다.
3) 유엔(UN)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한국은 2018~2020년 평균 국가 행복 지수는 10점 만점에 5.85점으로 149개국 중 62위, OECD 37개 국가 중에서는 35위로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시사저널, 한국 행복지 수 OECD ‘최하위’ 낙제점 이유는? 2021. 5. 19. 보도 http://www. sisajournal.com, 2021. 7. 16. 인용)
참고문헌
기획재정부(2021). 한국판 뉴딜 2.0. 보도자료 별첨1.
김교성ᆞ백승호ᆞ서정희ᆞ이승윤(2017). 기본소득의 이상적 모형과 이행경로, 한국사회복지학 69(3).
김태완ᆞ이주미ᆞ정은희ᆞ최옥금ᆞ최유석ᆞ송치호ᆞ박은정ᆞ김보미(2020), 우리나라 소득분배 진단과 사회보장 재구조화 방안, 연구 2020-21,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대명ᆞ여유진ᆞ김태완ᆞ원일(2009). 사회수당제도 도입 타당성에 대한 연구, 연구 2009-13,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백승호ᆞ이승윤(2019). 기본소득기반 복지국가 재설계. 정의정책연구소.
이지은(2020). 기본소득과 기본소득이 아닌 것들, 복지이슈 FOCUS, 경기복지재단.
시사저널. 한국 행복지수 OECD ‘최하위’ 낙제점 이유는?. 2021. 5. 19. 보도. http://www.sisajournal.com 2021. 7. 16.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