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미국의 막대한 재정지출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키면서 1970년대의 스태그-인플레에 대한 어두운 기억을 촉발시켰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두려움은 미국과 세계경제를 근본적으로 재편한 중국의 부상 등 새로운 경제현실을 무시한 과거의 사라진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AUSTIN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국구조계획(ARP-America Rescue Plan) 규모가 올해에만 이미 1조 달러를 지출한 것에 이어 9,000억 달러를 추가하고, 인프라 및 에너지 프로그램에 3조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많은 거시경제학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과연 이들의 우려는 정당한 것인가요?

이미 난리법석을 떨었던 은행과 채권시장의 경제학자들의 언급은 무시할 수 있습니다. 1년 전에 이들은 2조 2천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바이러스 구제지원경제안보(CARES)법이 통화공급량을 대폭 늘려 초-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비평가들 사이에서 더 주목해야 하는 이들은 하버드 대학의 로렌스 H. 서머스 및 그를 지지하는 많은 학자군과 네오-케인즈 주의자들 입니다. 서머스는 색다른 분석을 합니다. 그의 삼촌인 Paul Samuelson은 동료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Robert Solow와 함께 1960년에 Phillips 곡선이론을 제창하였습니다. 간단한 이 모델은 수십 년 동안 경제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이론으로 경험적 예측의 내용을 제공하여 왔습니다.

19세기 후반의 영국과 제2차 대전 전후 미국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필립스-곡선이론은 인플레이션과 실업 사이의 역관계를 가정했습니다. 하나가 하락하면 다른 하나는 상승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서머스를 여전히 괴롭히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구제지원의 연방지출 패키지는 실제로 방대하며 정부의 직접지원액만으로 GDP의 약 6%를 차지합니다. 연방지출의 전체규모는 훨씬 커서 GDP의 13 %에 도달합니다. 비교해 보면, 전통적으로 추정된 “생산격차(경제의 부진척도)”는 연방지출 규모의 1/4에 불과하며 혹은 더욱 적을 것입니다.

또한 공식실업률 6.2% 는 “완전고용”을 대표하는 기존의 4%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미국의 많은 가구가 이미 CARES(구제지원경제안보)법 덕분에 일부 저축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구제지원금을 받는 시민들 대부분은 소득분배의 최하위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이론적으로 이들은 대체로 저축보다는 현금지출을 많이 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구식 필립스-곡선논리에 따르면, 새로운 “부양책”은 실업률을 완전고용으로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2020년 0.6 %에서 최소 2-3 %로 높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러나 필립스-곡선이론은 1969년 이후로 극심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후 약 25년 동안 지배적인 경제적 판단은는 곡선의 형태가 적어도 “장기적으로”는 하향곡선이 아니라 수직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업률을 “자연률” 또는 “비가속-실업-인플레이션률 (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 NATRU, 통상 4.0%)”이하로 줄이려는 시도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생성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서머스 자신이 이런 견해가 암시하는 것보다 미국 자본주의에 더 커다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항상 상기의 겁많은 사고 집단과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현실의 결과는 필립스-곡선이론을 배반했습니다. 1980년대 초부터 그리고 1990년대 중반부터는 분명하게 인플레이션을 발견할 수 없었고 실업률이 낮아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 관계는 수직적이거나 하향적인 것이 아니라 평평한 것이었습니다. 즉, 이론은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필자는 1997년에 작성한 기사“Time to Ditch the NAIRU – NAIRU이론을 폐기할 시점”에서 이것을 지적했습니다. 21년 후, 저명한 네오-케인즈 출신인 올리비에 블랜차드는 동일한 저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질문을 했습니다.“ 우리는 “자연률 가설-NAIRU을 거부해야 할까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완벽한 대답은 아니지만 중국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초부터 미국달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미국 중서부 산업기반과 노동조합 조직을 무너뜨렸습니다. 이어지는 세계 원자재 가격의 폭락과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로 인하여 중국은 세계최고의 소비재 제조공급 국가로 부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한편, 달러의 평가절하, 유가급등, 제조업 노동자의 (높은 수준을 유지한) 생활비조정을 포함하여 1970년 이후 미국 소비자가격을 상승시킨 요인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하여 완전고용이 주요 원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1990년대 후반과 COVID-19 팬데믹 이후 완전고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다시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유가변동이 임금 및 기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은 더 이상 없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의 일자리는 주로 서비스 분야에서 이루어지면서 당신이 소비현장에서 지불하는 가격이 곧바로 노동의 대가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중국이 미국의 높은 수요를 이용하여 가격을 올릴까요? (아닙니다). 중국 기업들은 다른 나라에 대한 시장점유율의 하락을 두려워하며, 중국의 경제운용방식은 이익극대화가 아닌 사회적 안정, 꾸준한 생산성장 , 학습 및 신기술을 통한 비용절감을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기업들은 약간의 추가수요를 이용하기 위해 가격을 올려서 고객을 소외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의 배송비 임금상승으로 인해 일부 주문이 미달되거나 배송이 지연될 수 있으며, 물론 일부 가격이 인상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인플레이션 위험은 중국과 전쟁을 부채질하는 사람들에게서 비롯됩니다. 전쟁은 항상 인플레이션을 야기합니다. 주요 상품의 절대적 공급국가와 전쟁은 인플레이션의 악몽이 될 것입니다.

반면에 미국 가정에게는 스마트폰과 식기세척기, 운동화가 부족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부족한 것은 자신감과 안전(복지)입니다. 따라서 바이든이 투입하는 자금의 대부분은 중국으로 전혀 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들 돈줄은 대체로 임대료, 모기지, 공과금 및 부채상환을 충당하기 위해 저축으로 흘러 들어갈 것입니다.

예, 일부는 작년에 소비하지 못한 서비스 분야에 지출되어 해당부문의 일자리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입니다.. 일부는 주택의 유지와 보수 또는 업그레이드에 사용될 것입니다. 이는 사람들이 배관공과 전기기사 또는 보수유지에 대한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억제되었던 지출입니다. 그리고 일부 자금은 이미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새집을 짓기 위해 사용될 것입니다.

나머지 돈줄은 주식, 채권, 부동산 구매, 특히 팬데믹으로 새롭게 각광받는 토지, 교외 주택 및 시골휴양지 구매에 투자될 것입니다. 이미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그러한 자산을 소유한 사람들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현존하는 막대한 부의 격차는 불행하게도 더욱 커질 것입니다. 주식과 채권, 기존 주택 및 토지는 새로 생산되는 소비재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가격인상은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지표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S&P 500과 부동산-플랫폼 Zillow 에서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두 가지 커다란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1960년대식 네오-케인즈 거시경제학 이론은 미국과 세계의 나머지 부분을 완전히 분리시켜 사고하였기 때문에 중국의 부상으로 근본적으로 재구성된 미국경제를 이해하는 데 더 이상 유용한 지침이 아닙니다. 둘째, 미국의 불평등과 불안정성 문제는 재화의 희소성 문제가 아니라, 부와 권력의 지속불가능하고 잘못된 분배구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출처 : Project Syndicate on 2021-03-31.

JAMES K. GALBRAITH

오스틴 소재 텍사스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이자 공공정책연구소장을 맡고 있음. 클린턴 시절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을 역임하였고 1993-97년에는 중국국가계획위원회의 거시경제개혁을 위한 최고기술고문으로 역할을 하였다. 후기-케인즈 입장을 취하지만 실물경제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