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의해 연행되는 지미 라이

경찰에 의해 연행되는 지미 라이

지난 4월 16일, 홍콩 친민주파 활동가 10명이 2019년 8월 2건의 “비인가” 시위를 조직하고 이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8개월부터 18개월까지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국제앰네스티 야미니 미슈라Yamini Mishra 아시아태평양 지역국장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평화적인 집회에 참여하고 조직하는 데는 국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명시한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야미니 미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국장

“활동가 10명을 부당하게 기소하고,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홍콩 내에 있는 모든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겠다는 홍콩 정부의 의도를 분명히 보여준다.”

“당국은 홍콩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반정부 인사 대부분을 억압적인 홍콩국가보안법을 이용해 체포했다. 이제 당국은 남아 있는 평화적인 비평가들까지도 2019년 시위와 관련된 거짓 혐의를 명목으로 소탕하고 있다.”

“이러한 유죄 판결은, 평화적인 집회에 참여하고 조직하는 데는 국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명시한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또한 정부에 신고하지 않은 집회에 참여한 것을 불법으로 보는 것도 국제법 위반이다. 이들 활동가를 기소한 것은 절대 옹호할 수 없다.”

“홍콩 정부는 평화적으로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행사하다 기소된 사람들에게 부당한 범죄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선고를 받은 사람들을 모두 즉시 석방하고 이들의 전과 기록을 말소해야 한다.”

시위자 주변을 배회하는 홍콩 경찰들

시위자 주변을 배회하는 홍콩 경찰들

배경 정보

2019년 홍콩에서는 ‘범죄인 인도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그 규모도 나날이 커지면서, 홍콩 경찰은 공공 집회를 제한하기 위해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홍콩 경찰은 행진에 대한 “이의 없음 통보”를 철회하거나 “치안 우려”를 명목으로 시위를 전면 금지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집회, 시위에 제약을 가했다. 2021년 4월 16일 유죄를 선고 받은 홍콩 민주화 운동 활동가 10인은 2019년 8월 18일부터 31일 사이에 “비인가” 시위를 조직하고 참여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처벌을 받았다.

2019년 8월 18일에는 홍콩 도심 인근 빅토리아 파크에서 시위가 있었다. 국한된 장소에서 움직이지 않는 집회만 개최하라는 경찰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약 170만명이 평화적 행진에 참여했다.

2019년 8월 31일에는 경찰의 집회 전면 금지와 주최자들의 시위 철회 요청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두 번째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이었으나 결국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이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벽돌과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형이 선고된 활동가 중 신문사 경영주 지미 라이Jimmy Lai, 전 국회의원 아우 녹힌Au Nok-Hin과 렁쿽훙Leung Kwok-hung 등 3명은 홍콩 국가보안법Hong Kong National Security Law에 따른 기소 역시 앞두고 있다. 2020년 6월 30일부터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은 제도적인 인권탄압에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지미 라이는 이날의 공판에서 홍콩보안법에 따라 추가 혐의를 받았다.

이외에도 전 국회의원과 활동가인 마틴 리Martin Lee, 리척얀Lee Cheuk-yan, 룽 이우청Leung Yiu-chung, 마가렛 응Margaret Ng, 시드 호 사우란Cyd Ho Sau-lan, 앨버트 호 춘 얀Albert Ho Chun-yan, 영 섬Yeung Sum 등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

마틴 리, 마가렛 응, 앨버트 호는 선고유예 24개월, 룽 이우청은 선고유예 12개월, 영섬은 선고유예 8개월에 처해졌다.

2019년, 홍콩 정부에 반대해 거리에서 시위를 하는 홍콩 시민들

2019년, 홍콩 정부에 반대해 거리에서 시위를 하는 홍콩 시민들

이들이 기소된 것은 홍콩 공공질서조례Public Order Ordinance에 근거한 것으로, 이 조례 내에 있는 평화적 집회의 자유에 관련된 조항과 그 적용은 국제인권법과 인권기준을 충분히 만족하지 못한다. 유엔 자유권 규약 위원회는 홍콩 시위대를 대상으로 “불법 집회”를 적용하는 것이 시위대의 인권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고 여러 차례 우려를 표했다.

홍콩 공공질서조례 14조 및 15조에 따르면, 시위를 개최하려는 사람은 집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경찰로부터 “이의 없음 통보”를 받아야 한다. 경찰은 “국가 안보 또는 공공의 안전, 치안 또는 타인의 권리 및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필요하다고 간주하는 경우” 공공집회를 금지하거나 공공집회에 요건 또는 조건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국제인권규범은 시위를 벌이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정부의 허가 또는 승인 없이도 시위를 개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국제인권규범상 홍콩의 의무에 따라 공공질서조례의 관련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촉구해 왔다. 아울러 현재 지미 라이 등 3인의 기소와 관련된 홍콩 국가보안법은 인권 침해 및 남용의 우려가 매우 큰 내용을 담고 있다. 때문에 국제앰네스티는 홍콩 국가보안법이 홍콩 시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도록 수정되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