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철회하고 탄소중립 이행하라
- 항공 온실가스 감축 없이는 탄소중립도 없다
- 국회, ‘기후위기 비상 대응 결의’에 걸맞는 행보 보여야
- 기후위기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대규모 토건사업과 이별해야
국회가 지난 금요일인 2월 19일, 국토교통위원회 의결을 통해 마침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핵심 내용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과정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데 있다. 국회에 묻지 않을 수 없다. 기후위기 시대에 새로운 공항을 짓는 대규모 토건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10조 원 안팎의 재원이 소요될 대형 국책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피하게 된다는 것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미 동남권 공항 부지 선정 과정에서 최하점을 받은 가덕도에 부득불 공항을 지으려는 저의는 무엇인가.
국회는 불과 5개월 전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여야의 압도적 찬성으로 의결한 바 있다. 국회의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정부 역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기후위기 대응의 초석이 깔린 것이며, 사회 전 분야가 점차 탄소 의존으로부터 탈피하게 될 것이라는 신호탄이었다. 아니, 그랬어야 했다. 한국은 2018년 기준으로 민간 항공 부문에서만 1,600만 톤 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여기에 국제 항공기들이 드나들며 배출한 온실가스까지 합하면 수치는 더 높아진다. 세계적으로는 연간 7억 5,000만 톤 수준의 온실가스가 항공부문에서 배출되며, 이는 세계 11위 다배출국가인 한국의 연간 배출량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늘의 비행기들이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일개 산업국가 이상으로 지구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적 기후위기 대응 추세에 따라 세계 각국이 항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 역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 결의에 맞추어 올해부터 항공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한 상태다. 물론 ICAO의 결의 이행 방식은 지나치게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에 의존적이며, 탄소중립 목표에 비추어 과감하지 못한 목표다. 그렇기에 ICAO의 결의를 최소치로 놓고 항공부문 감축 계획을 세워야 함에도, 탄소중립과 항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의 현실화를 위해 일해야 할 국회가 정반대로 새로운 항공수요를 부추기는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굳이 탄소중립 목표가 아니라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무리하다. 가덕도 신공항은 활주로 건설을 위한 대규모 매립으로 주변 생태계를 크게 훼손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이 매립에 소요되는 경제적·시간적 비용 역시 막대하며 10조 원 안팎의 재원이 소요되는 일인데다가, 가덕도 신공항의 재해안전성, 부지적합성, 지반공학적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향후 더 큰 비용이 소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역 주민들의 갈등과 몰락을 야기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기후위기 대응의 원칙을 어기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같은 절차적 정당성 훼손을 무릅써가며 급하게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처리하려는 이유는 4월 재보궐 선거를 겨냥한 것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본다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단순한 하나의 대형 국책 사업이 아니라, 선거 때마다 신기루처럼 시민들의 욕망을 충동질하는 온갖 허황된 개발 공약들을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이다. 가덕도 신공항 같은 토건 신기루들은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를 회생시키는 데 기여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하지도 않은 방식이며,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낡은 정치일 뿐이다. 국회는 기후위기 대응 결의를 되새겨 26일 본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부결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