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생태문명을 위한 연재칼럼을 기획하면서>

올해로 파리기후협약을 맺은 지 5주년 되는 해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팬데믹 덕분에 탄소배출량이 소량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잔류기간이 길게는 수십 년에 달하면서 누적량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고, 온실가스 원인의 1/3을 차지하는 메탄과 질소산화물은 오히려 증가추세에 있다 합니다. 

12월초 유엔 사무총장은 특별기자 회견을 통하여 기후위기가 인류의 재앙으로 다가오는 상황에 대하여 경고를 보내면서 다음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인류는 자연과 자살전쟁을 벌리고 있습니다 – Humanity is carrying on suicide-war on nature (CNN).”

1950년대 인류세로 진입한 이래, 포유류 양서파충류 조류 등을 중심으로 약 60%가 멸종상태에 있고 식물종의 40%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으며, 북극 부근이 얼음이 녹아 내리고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해저면에 얼음상태로 있던 메탄층이 분출의 섭동을 시작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었다 합니다. 메탄의 온실가스 효과는 이산화탄소의 30-80배 정도로 강력하여 상기의 대규모 분출이 본격화되면 급속한 기후위기에 따른 재앙이 불가피해 집니다. 

바다로 버려진 플라스틱/비닐 류의 쓰레기 량이 급증하면서 태평양 한가운데에 한반도 면적의 열 배가 넘는 쓰레기 섬이 형성되고 있고, 이들의 무게가 조만 간에 바다 속 물고기 총량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이들 쓰레기는 결국 먹이사슬과 대기순환을 통하여 우리의 신체에 독소로 쌓이면서 암을 위시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합니다. 

현재의 대기 온실가스량은 3-4백만 년 전의 플라이오세와 같은 수준으로 당시의 평균기온은 현재보다 3도C 정도, 해수면 역시 10-20 미터 높았다 합니다. 현재의 온실가스 수준이 지속되면 2070년 이후에는 지구의 1/3 이상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황폐화되고 연안도시들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는 전망입니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기후경제학을 전공하는 교수는, 현재처럼 일상의 관행이 지속되면(BAU : business as usual), 조만간 닥칠 기후재앙에 따른 경제봉쇄는 현재의 팬데믹 상황보다 훨씬 극심하고 충격적일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당장에 산업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조정과 변혁 그리고 이를 위한 금융재정적 조치에 대하여 제안합니다.

뉴욕의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문명사를 연구하고 있는 아담 투제(Tooze)교수는 G20를 G40로 확대하고 파리기후협약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강한 구속력의 실행조치를 요구합니다. 특히 강력한 탄소세의 도입과 이를 통상영역의 탄소국경세로 확장하여 에너지 기반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을 제안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삶/문명에 대한 관점과 정책을 포함한 회개적repentent 일상의 실천입니다. 생태문명전환의 운동에 동참하는 다른백년은 “산업문명을 넘어 생태문명으로”라는 구호를 전개하면서 기후위기에 따르는 재앙의 경고와 지속가능한 미래전망에 대하여 매주 목요일 해외의 다양한 정보와 칼럼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여러분과 함께 시스템 이론에 기반하여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 대해 분석 해보고자 합니다. 코로나 사태는 인류가 초래한 생태적, 사회적 긴급 위기상황에 대한 가이아 (우리가 사는 지구)의 생물학적 반응으로, 그 요소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이 위기는 생태학적 불균형으로부터 초래되었으며, 우리가 마주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현실은 그 결과를 더욱 극대화시켰습니다.

지난 세기 동안 – 특히 지난 수십 년 간 – 인류의 활동은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용량을 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전 세계의 인구는 78억 명에 육박하며,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의 무한경제성장에 대한 맹목적 추종은 다방면의 존재론적 위기를 초래하여 결국에는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여러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은 지난 몇 십 년 동안 우리의 사회, 경제, 정치 시스템의 지속 불가능성에 대해 경고해왔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권력이라는 독성 가치들에 중독된 기업인들과 정치가들은 그 안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고집스럽게 그 절박한 경고들을 외면해왔습니다.

이렇게 단기적인 정치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해온 나머지, 그들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장기적 관점에서의 재앙적 결과를 무시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사태가 그 재앙에 대한 초기 경고를 현실로 불러오고 있는 지금, 정치와 기업의 엘리트들도 더는 그 신호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기업들의 탐욕으로 인해 인간은 자연생태계를 광범위하게 침범했고, 자연의 생명 시스템을 파괴하고 파편화했습니다. 이렇게 자연에 큰 해를 끼친 인간의 경제활동의 결과 중 하나는 원래 특정 종들과 공생하며 인간에게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던 바이러스들이 타 종들로부터 인간에게로 넘어와서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의 경우 중국에서 박쥐로부터 인간에게 전파되었으며, 지금 이 시간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전파에 있어 인구 밀도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입니다. 높은 인구 밀도는 경제적 이익 극대화를 지향하는 활동들 및 정책들과 관련이 있는데, 대규모 관광산업이나 큰 슈퍼마켓 체인, 정육 공장, 그리고 밀집된 주거 환경 등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에서 기인하는 면이 큽니다. 생태학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전체 시스템 내에서 특정 변수만을 극대화하려고 하면 전반적인 시스템에 엄청난 스트레스가 가해지며, 결국에는 시스템 전체를 취약하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마주한 이런 취약한 사회문화적 조건들이 대중매체들에 의해 종종 감춰져 왔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사회문화적 경계를 모르는 코로나가 그 진실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시대에서 특히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부분은 사회정의의 역할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부유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사회적, 물리적으로 비교적 떨어져서 생활을 영위해왔습니다. 부유층 거주 지역과 그곳에 있는 학교나 병원, 식당 등이 그 예가 되겠지요. 이런 상황에서는 부유한 이들이 가난한 이들의 운명까지 걱정할 일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팬데믹 시대에는 그렇지 못하게 됩니다. 인간사회의 사회문화적 경계를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가 두 사회적 계층의 운명을 떨어지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밀집한 주거 환경과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성 부족, 그리고 미국의 경우 불충분한 보편적 의료 복지 시스템 등으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은 코로나 감염에 더욱 취약합니다. 그리고 그들과 사회계급적으로는 떨어져 있으나 생물학적으로는 떨어져 있지 않은 부유한 사람들도 언젠가는 그 여파를 피해가지 못 할 것입니다.

부유한 사람이 그의 개인 차량 기사나 비서, 배달원, 청소부 등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들과 끊임없이 물리적으로 접촉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서 바이러스가 계급의 경계를 뚫고 퍼져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팬데믹 시대의 사회정의는 더 이상 좌파와 우파가 대립하는 정치적 이슈가 아닌 삶과 죽음의 문제가 될 것이고, 따라서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서라도 가난한 이들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즉, 공공선을 위한 우리의 윤리적 행동들이 팬데믹 상황에서는 우리의 생존을 좌우하는 이슈가 되는데, 이는 팬데믹과 같은 위기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집단적이고 협력적인 노력을 통해서만 극복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가 한창 퍼질 무렵, 세계의 여러 국가들은 앞다투어 자국에 봉쇄령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가게들이 문을 닫았으며, 실업률은 급증했습니다. 전 지구적인 보건 위기가 경제 위기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태학적 관점에서 보면 여러 긍정적인 결과도 존재했습니다. 교통량과 산업활동이 줄면서 세계 주요 도시들의 오염도가 급격하게 낮아지거나 사라졌고, 그 덕에 우리는 다시 맑은 하늘과 공기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대형 크루즈 선박들이 베니스나 다른 유명 관광지를 드나들지 않게 되면서 베니스의 운하는 물고기가 다시 살 수 있을 만큼 깨끗해졌다고 합니다. 야생동물들 또한 인간 활동의 방해를 받지 않으며 전 세계 곳곳의 생태계에서 번성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관점에서 이번 팬데믹 사태는 그 동안 전 세계에서 만들어졌던 모든 기후 변화 관련 대책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시켰으며, 인류와 지구가 기후 파국으로 달려가는 속도를 늦추었습니다. 물론 이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계속해서 유지하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팬데믹 시대의 환경적 재생은 인간 활동의 급격한 감소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이와 비슷한 긍정적인 결과는 인간 활동을 급격히 변화시키는 것으로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팬데믹 사태로 가이아는 우리에게 가치 있고 우리를 궁극적으로 구할 수 있는 교훈들을 제시했습니다. 이제 문제는 우리가 그 교훈들을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갈 지혜와 정치적인 의지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그 동안 익숙해져 있던 착취적 경제 개발에서 벗어나 재생적, 질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과연 우리는 전 지구적인 에너지 수요에 맞춰 기존의 에너지원이었던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과연 우리는 과도한 대규모 관광 산업을 중단시키는 대신 지역 공동체를 다시 한 번 부활시킬 수 있을까요? 과연 우리는 대규모로 중앙집중화 되고 에너지 소비가 심한 공장식 산업농업에서 벗어나 유기적이고 재생적이며 공동체 지향적인 소규모 농업 중심 구조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과연 우리는 수많은 나무를 심어서 자연적인 이산화탄소 포집 활동을 촉진시킴과 동시에 인간에게 위협적인 바이러스들을 원래대로 특정 종들과 함께 살아가도록 함으로써 지구의 생태계 시스템을 복원시킬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는 이 모든 질문을 현실로 바꿀 지식과 기술이 있습니다. 문제는 정치적 의지입니다. 만일 우리가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글로벌 리더십을 자극하여 이 긴급상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 후대의 역사가들은 오늘의 이 팬데믹 사태에 대해 아마도 “비록 코로나 바이러스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극적인 결과를 불러오기는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류를 비롯한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공동체들을 멸종의 위협으로부터 구했다”고 회상하며 결론지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프리초프 카프라 (Fritjof Capra)

물리학자, 시스템이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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