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노동은 1983년 미국의 사회학자 러셀 혹쉴드가 주장한 개념으로, ‘소비자가 친절함과 보살핌을 느낄 수 있도록 노동자의 외모와 표정을 관리하고, 자신의 실제 감정을 억압하거나 실제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등 자신의 감정을 관리해야하는 노동’으로 정의하였다.
◯ 감정노동 작업에서 드러난 공통적인 특성이 세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보거나 일대일로 통화해야하며, 두 번째는 다른 사람의 좋은 감정상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감정표현을 한다는 것이며, 세 번째는 교육이나 감시를 통해서 고용주가 노동자를 통제한다는 것이다.
◯ 자본과 사용자는 상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기 위해서 노동자를 앞세우고, 노동자는 자본과 사용자를 대신하여 상품에 좋은 이미지를 생산하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자본과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손님이 친근하게 서비스에 다가갈 수 있는 감정을 만들도록 요구하고 감정을 통제하여 노동자의 감정자체를 상품화했다고 볼 수 있다.
◯ 2014년 안전보건공단은 대면업무 방식을 기준으로 감정노동 직업군을 직접대면, 간접대면, 돌봄서비스, 공공서비스 및 민원처리로 분류하였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확장되고 있다. 4차산업혁명 및 코로나19로 인하여 전통적인 노동구조가 파괴되고 있으므로 감정노동을 겪는 직군과 형태는 더욱 커질 것으로 추측된다.
◯ 한국의 감정노동자는 통계의 분류한계가 존재하여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산업별 분류에서 추정을 해보면 2019년 현재 최소 673만 4천 명부터 최대 1,261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한국 전체 임금노동자의 32.8~61.3%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 감정노동자의 권리보호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는 노동자의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없다. 감정노동이 지속되면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정신적 건강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피로감으로 직결되어 신체적 건강문제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업무효율성에도 영향을 주어 생산성이 저하되는 현상도 발생한다.
◯ 감정노동으로 인한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학계와 노동계는 지속하여 문제를 제기하였으며, 이를 통해 시민 네트워크가 만들어져 감정노동과 감정노동자의 현실을 알리는 역할을 하였다. 이에 먼저 대응한 곳은 지방정부였으며, 2016년 서울특별시에서는 「서울특별시 감정노동 종사자의 권리보호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였고 이후 51개 지방정부로 확대되었다. 또한 2018년 10월부터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됨에 따라서 감정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법체계가 구성되었다.
◯ 하지만 각 지방정부에서 제정된 감정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조례는 몇가지 문제점이 내재되어 있었다. 첫 번째, 쉽게 적용이 가능한 공공부문의 노동자로 대상이 한정되어 있고, 두 번째, 조례 내용이 발전이 없고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로 천편일률적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 조례의 조항 중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의무조항보다 노력조항이 많아 실효성이 없는 조례가 될 확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감정노동자 권리보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공무원과 집행부서 그리고 예산이 부족하고 이를 함께 추진할 수 있는 민간영역과 함께 하려고 하는 의지가 부족하거나 지역 내 사업을 할 수 있는 단체를 발굴하지 못한다.
◯ 감정노동자 권리보호조례가 ‘죽은 조례’가 아니라 감정노동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상위법령이 노동자의 적용범위를 모든 노동자로 정의하고 있으므로, 조례 또한 이를 기준으로 민간부문까지 확장하여 모든 감정노동자가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장 및 사업주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감정노동자를 보호할 의무를 부여하여야 한다. 셋째, 각 지역마다 산업구조 등이 판이하게 다르므로 그 형태에 따라서 감정노동조례를 구성해야한다. 마지막으로 감정노동 관련 지역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자원을 발굴하고 사업을 진행하여야 한다.
– 글: 김세진 기획팀 연구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