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4일 오전 11시 16분 55초, 인천소방본부 119 상황실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옵니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인천 미추홀구의 한 다세대주택이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은 안방에 쓰러진 형제를 발견했습니다. 10살 형은 침대 위에 엎드려 있었고, 8살 동생은 책상 아래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형이 마지막 순간까지 동생을 구하려고 책상 아래로 동생을 밀어 넣고 이불로 주변을 감싸 방어벽을 친 것 같습니다.”
– 소방대원 인터뷰 중 –
화재의 원인은 어린 형제가 부모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이다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0살 형은 온몸의 40%에 3도 화상을, 8살 동생은 다리에 1도 화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화재 당시 연기를 많이 흡입한 형제는 자가 호흡이 힘들어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라면형제 사건으로 알려진 사건은 우리에게 안타까움을 안겨줌과 동시에, ‘부모가 방치하지 않았다면, 화재감지기가 있었다면, 비대면 수업을 하지 않았다면, 돌봄 사각지대가 없었다면,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많았다면’ 등 많은 아쉬움도 남겨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도의 허점과 행정의 공백을 탓하기 전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제 작은 정성을 나누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결심을 했습니다.
저에게는 7살 아이가 있습니다. 코로나19 경제대책의 일환으로 정부에서 특별돌봄지원금 20만 원을 지원합니다. 그 20만 원에 제 20만 원을 더해 40만 원을 후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부터 아동보호단체에 정기후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으로 ‘지금 이곳 희망제작소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린이들이 다시는 이런 사고를 겪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제도와 정책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복지 정책, 포용국가를 위한 사회 안전망 강화 등과 관련하여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모아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지금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고민 끝에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기업에 주는 돈은 투자라고 생각하고, 사람에게 주는 돈은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경제는 사람에 관한 것이며, 경제는 좋은 삶을 만들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한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공동체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에 대한 사람들의 소속감을 높이기 위한 필요조건은 그 사회의 소득 불균형이 커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사람을 중심으로 사람에게 투자하는 경제가 바로 ‘휴먼뉴딜’입니다. 휴먼뉴딜은 개개인의 역량-고용-복지의 통합을 통해 개개인의 위험을 줄이고 위기에 대한 회복력을 키우고, 개개인의 능력을 높여 우리 사회 전체의 혁신역량을 높이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휴먼뉴딜의 핵심 가치를 등한시하고, 노동의 관점, 일자리의 관점으로만 접근한다면 기회 평등을 보장함으로써 사회 이동성을 증가시키는 지속가능한 사회는 요원해집니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면서 부모로부터 아이가 방치될 경우 이웃이, 공동체가, 국가가 조금이라도 채워 줄 수 있다면 어떨까 고민해 봤습니다.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사람에 대한 투자, 사람 중심 경제는 개인뿐 아니라 각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고민해야 할 진정한 휴먼뉴딜이 아닐까요.
– 글: 김창민 대안연구센터 부센터장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