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중, 친일인명사전 등재 작곡가 만든 교가 바꿔
“유치원 명칭도 일제 잔재 유아학교로 바꿔야”

“여기 구로에서 우리는 꿈을 꾸네. 여기 구로에서 우리는 빛을 비추네. 우리가 꿈꿀 때 세상은 변해가네. 우리의 희망은 영원히 빛나리”
1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구로중학교는 지난해 서울에서 처음으로 교가를 바꿨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교내 일제 잔재 청산을 논의하면서 내려진 결정이다.
이전 교가는 동요 ‘섬집 아기’와 군가 ‘진짜 사나이’ 등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 이흥렬이 썼다. 이흥렬은 일제강점기 당시 친일음악단체에서 활동하는 등 친일행적을 보여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이다.
일제 잔재 청산뿐 아니라 이전 교가가 현재 학생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점도 교가 변경 이유로 꼽혔다. 1978년도 개교 당시 제작된 교가가 ‘요즘 세대’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가를 바꾸고 1년여가 지난 가운데 김삼현 구로중 교장은 “교가를 바꾼 뒤 학생들도 신선하고 새롭다고 얘기를 했다”면서 “자연스럽게 친일 잔재를 청산하면서 아이들 정서에 맞게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교가 제작에는 학생·학부모·교직원 등 학교구성원 모두가 참여했다. 김 교장은 “학생들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가사를 만들고 학부모도 참여하는 등 동문을 포함해 모두가 동의해 개정에 무리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졸업식이 취소되면서 올해 졸업생들이 새로운 교가를 부르지 못하고 학교를 떠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1학년 학생들도 아직 새 교가를 같이 부르지 못하고 있다.
김 교장은 “친일 잔재 청산 차원에서 서울 소재 다른 학교도 교가를 바꾸려는 곳이 많은 걸로 아는데 추진이 안 되는 거 같다”면서 “학교구성원 간 이해관계도 걸려 있어서 교가 교체가 쉽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교가 교체 이외에 교육계에서는 올해도 교내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일제 잔재인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은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유치원은 독일어 ‘kindergarten’을 일본식으로 번역한 표현이다”면서 “일제강점기 명칭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기본법과 유아교육법에서도 유치원이 학교임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유아교육을 책임질 수 있는 교육기관으로 설 수 있도록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명칭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한때 학교현장에서 사용되는 언어 순화를 위해 입법활동에 나선 바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 11명이 나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초·중·고교에서 사용되는 ‘교감’이라는 명칭을 ‘부교장’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겼다. 교장 명칭 자체가 일제 잔재이고 교장 못지않은 역할을 하는 교감이라는 직위를 좁게 보도록 한다는 것이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정책본부장은 “교감은 교장이 없을 때 학교 업무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부교장으로 확실히 명칭을 변경해 책임과 권한도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단위 학교에서 잘못된 관행이나 교내 상징, 언어 등이 남아 있는 곳이 적지 않다”면서 “그런 것들을 순화하는 작업을 수년째 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지난해 ‘서울학교 내 친일잔재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서울시교육청에 친일 잔재와 관련된 전수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전교조 서울지부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이 작사나 작곡한 교가를 부르는 학교가 113개교라고 밝혔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7명의 동상·기념관이 있는 학교(대학 포함)도 적지 않았다.
김홍태 전교조 서울지부 대변인은 “단순히 교가만이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정이나 학사운영상에서 여러 일제 잔재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면서 “이것과 관련해 더 많은 공론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당국에서도 교실 내 일제 잔재를 청산하려는 정책 의지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2020-08-15>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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