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의 일제 잔재 청산 프로젝트…올해 89개 학교 참여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욱일기가 연상되는 교표(학교를 상징하는 그림)를 개교 90년 만에 바꾸는 등 광복절을 앞두고 경기도 내 학교들의 일제 잔재 청산 작업이 눈길을 끈다.

경기도교육청은 13일 도내 89개 학교가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 청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일제 잔재 청산 프로젝트는 학생, 교직원, 학부모가 함께 학교 안 일제 잔재를 찾아보고 개선 방법 등을 논의해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주로 친일인명사전에 등록된 작곡가, 작사가가 만든 교가나, 교표, 교목 등이 청산 대상이 된다.

구령대나 조회대와 같은 구조물, 반장·부반장, 명찰, 선도부, 수학여행과 같은 일본식 용어들도 변경이나 순화 대상이다.

프로젝트 첫해인 작년엔 20여개의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가 바로 잡혔다.

올해엔 89개 학교가 참여해 청산 대상을 검토 중이다.

특히, 1930년 개교한 화성 정남초등학교는 지난 1년간의 내부 논의 과정을 거쳐 올 3월 1일 자로 교표를 새롭게 바꿨다.

정남초의 과거 교표는 욱일기(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범기로 사용한 깃발)가 연상되는 그림이 그려진 부채모양이었는데, 한 학부모의 문제 제기로 논의가 시작됐다.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동문은 교표 변경 필요성에 공감했고, 교표에 담을 가치와 디자인 등을 다 함께 고민했다.


화성 정남초의 과거 교표(좌)와 새롭게 바뀐 교표(우)[경기도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 결과 새롭게 탄생한 교표는 푸른 지구본 모양을 배경으로 우정과 사랑, 열정과 협력을 흰색과 붉은색이 합쳐진 하트 모양으로 형상화했다.

개교 90년 만의 변화였다.

정남초 우자영 교무부장은 “교표는 학교 홈페이지, 안내장 등 곳곳에서 사용하는 학교의 상징 중 하나인데, 전범기가 연상되는 그림이어서 교육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스스로 교표를 바꿨다는 점에서 학교 구성원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김포대명초등학교도 벚꽃 안에 욱일기가 연상되는 그림이 그려진 교표를 교화인 개나리꽃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김포대명초의 과거 교포(좌)와 새롭게 바뀐 교포(우) [경기도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안성 공도중과 수원 삼일공업고는 친일 작곡가가 만든 교가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공도중은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동문 및 지역 주민들에게 가사 공모를 내 학교 공동체가 참여하는 교가를 만들 계획이다.

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박태준 사무관은 “일제 잔재를 없애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학생들이 잔재를 찾아내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숙의하는 과정 자체가 역사교육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일제 강점기 시대의 독립운동사 이해를 통해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관을 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도내 7개 교육지원청의 독립운동사교육지원협의회를 중심으로 일제 잔재 청산 프로젝트 지원, 지역에 특화한 교육자료 개발 등 생활 속 역사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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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3> 연합뉴스 

☞기사원문: “이거 욱일기 아냐?”…교표·교가 바꾸는 학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