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국립공원은 텁텁한 도시에서 우리를 위로해주는 고마운 곳이다. 구파발에서 북한산으로 향하다 서울을 막 벗어나는 경계. 거기에 아름다운 계곡이 흐르고 멀리 북한산의 능선을 바라볼 수 있는 사기막골이 있다.
이곳에 야영장시설 신설계획은 20174월에 국립공원위원회(이하 공원위) 심의를 통과해 동년 5월 북한산국립공원계획변경·결정이 고시되었다.
2018년 공원위는 야영장 조성사업에 있어 토지수용, 문화재, 환경영향 등 갈등요인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각각의 대응시나리오를 만들어 사업을 추진할 것을 추가로 제시하였다.
하지만 공단은 지난 3년 간 사업추진에 있어 입지적정성과 자연경관, 환경영향과 관련된 현황조사, 영향예측, 저감방안 등을 수립하지 않았다. 사업의 총체적인 부실함이 확인되었다.
야영장시설 계획으로 과거 무분별하게 난립한 식당과 종교시설 등을 철거해 기존의 심각한 훼손을 저감시킨 측면이 있으나 현재와 같은 사업추진은 북한산의 생태·경관 및 역사·문화적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를 가지게 한다.
북한산 사기막골 야영장 조성사업 추진에 있어 사기막골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을 방안을 모색하고자 산과 그 곳에 깃든 역사에도 조예가 깊으신 최중기 교수님께 조언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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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사기막 야영장 조성사업은 북한산국립공원 내 35,000부지면적에 야영동 100(일반 및 풀옵션) 조성과 112대가 주차 가능한 부대시설 등을 설치하는 총 사업비 140억 원에 달하는 사업으로, 금년 19일이 착공예정이었으나 동절기 및 미퇴거로 인해 공사착공이 일시 중지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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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막골 야영장부지 전경

] 해당부지에 야영장시설이 계획 된 당시 상황과 야영장이 필요한지 여부가 궁금합니다. 국립공원에서 생태계 보전과 서비스는 어쩔 수 없이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 생각은 어떠하신가요?

] 사업지역이 북한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나 오랫동안 식당, 굿당 등으로 이용되었기에 국립공원으로서 중요 보전 관리 지역이 아니었습니다. 해당 부지는 서울시 소유로 2011년 청소년 관련 시설이 계획되었다가, 서울시가 계획을 취소하고 부지를 공단에 기부하였습니다. 공단은 인수봉 주변 야영장을 없애고 이를 대치하기 위하여 2017년 북한산 주변 야영장 부족을 이유로 10분의1로 축소한 야영장 신설 계획을 세웠습니다. 당시 공원위는 대규모 청소년시설 대신 야영장시설이 국립공원 내 시설로 적당하다 보고 이 계획을 통과 시켰습니다.
그러나 야영장 시설의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대규모 오토캠핑장을 추진한 것은 생태계 보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공단이 이용 측면만을 고려했다고 보입니다. 더구나 사업의 기본 요건인 환경영향평가 등 타당성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추진 주체인 공단의 부실한 대책입니다. 해당 부지의 가치에 대한 평가를 사업 초기부터 정확하게 조사하고 평가했어야 합니다. 사업지역의 생태적 가치는 오랜 기간 방치되어 있었기에 현재로서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가치를 알기위해 사계절 환경조사가 필요하고, 조사에 따른 공원지역의 빠른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치가 우선적으로 계획되어야 합니다.
사기막골 내 오토캠핑장 신설이 정말 필요한지 역시 의문입니다. 주변에 이미 사설 야영장이 있어 굳이 대규모 오토캠핑장이 들어서지 않아도 될 자리로 보입니다. 특히 오토캠핑장은 주변 지역에 소음과 매연 등 환경적으로 악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규모를 축소하고 일반 야영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해당부지에서 유물이 발견되는 등 사기막골의 역사·문화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 사기막골은 산악인들에게는 일명 육모정 계곡으로 잘 알려진 곳이었습니다. 북한산 여러 계곡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계곡 중 하나로 1969년 이전에는 그 비경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1969년 김신조 사건으로 군이 진주하면서 출입이 통제되어 잊혔지만, 원래 이 계곡은 조선시대 후기 유명 시인 묵객들이 많이 찾던 와운루와 농월루가 있던 자리입니다.
사업지역 계곡 건너 언덕에 고려시대 이전 사찰로 추정되는 사찰 터에서 여러 종류의 와당과 고구려 지명이 새겨진 돌기둥 등이 발견되어 조선시대에 있었던 청담사 터로 추정되는바 문화재청의 정밀 조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때 이 계곡은 청담동으로 불리었으며, 계곡 안쪽에 1702년 홍석보에 의해 청담정사란 이름의 누정이 지어지고, 1716년 그의 스승인 김창흡에 의해 와운루로 이름지어졌습니다. 그 이전인 1659년에 계곡입구에 구시경에 의해 서산정사가 지어져 그의 스승인 송시열을 모셔 송시열이 쓴 청담동이라는 바위 각자가 사기막골 입구에 남아 있습니다. 송시열과 그의 제자들 그리고 김창흡과 그의 제자들이 즐겨 찾던 곳이라 이 계곡에 대한 시와 유산기가 많이 있으며, 그림도 여러 점 있습니다. 유산기 중 당시 와운루를 방문했던 어유봉이 지은 <청담동부기>를 보면 북한산 인수봉, 영봉, 상장봉 일대와 이 계곡의 아름다움과 지명들을 자세히 기록하여 그 경관적 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와운루 자리에서 보는 인수봉, 영봉, 상장봉의 능선미가 뛰어나며 와운루 아래의 반선대와 침수대 와폭 등이 북한산 계곡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경관은 물론 역사·문화적으로 보전되어야 할 가치가 충분한 계곡 바로 앞에 오토캠핑장을 설치해야하는지 여전히 의문이 갑니다.

] 사업추진 상의 문제인식 후 국시모는 공원계획 취소요구까지도 검토했으나 토지강제수용에 따른 환매권이 인정될 수 있어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과거 해당 부지에서의 무분별한 이용으로 인한 훼손을 고려했을 때, 야영장 조성이 사기막골 보전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려면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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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 추진으로 이 자리에 난립하였던 민간 시설들을 정리한 것은 차후에 이곳을 생태적으로 복원하기 위한 단계적 조치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당시 이 계곡의 가치를 모르고 오토캠핑장이 추진되었더라도, 이제 그 가치를 알게 된 만큼 공단은 사업규모를 최소로 축소해야합니다. 과거 식당과 굿터 등으로 훼손된 지역에 일반야영장시설만 하고 주차시설은 사기막골 입구에 최소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죠. 100동의 야영장과 112대의 주차시설, 야영장을 관리할 건물 등 시설이 들어설 만여 평은 크게 훼손될 것이 명확하며, 야영객과 차량에 의한 소음과 배출물은 주변을 오염시키고 야생동물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이런 영향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우선 오토캠핑장을 일반 야양장으로 변경하고 야영장 규모도 50동 이하로 줄여 인공시설을 최소화 하고 앞의 계곡이 오염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남은 면적은 자연복원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교육장으로 활용함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야영장에 불빛과 소음을 최소화해 어둠과 정적을 느낄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할 것입니다

] 조금 늦었지만 북한산 사기막골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국시모 뿐 아니라 여러 단위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떠한 대응을 해나가야할까요?

] 법적으로 야영장 시설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야영장 시설을 최소화 하도록 요구하고 공단이 계획하고 있는 2계절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신 사계절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정확히 하도록 하며, 환경영향평가 과정을 철저히 모니터링 해야 합니다. 또한 이 계곡의 가치를 최대로 찾을 수 있도록 사전 모니터링에 참여하고, 사업 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야영장은 최소 5년은 운영되어야하므로, 그 이후 청담동 계곡에서 군부대가 철수 하도록 군부대 및 공단과의 논의과정을 거쳐야합니다. 청담동 계곡의 경관가치와 문화적 가치를 되살릴 수 있는 협의 기구의 조직 역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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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기 인하대 명예교수님은 국시모 고문이시며 한국산서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