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구역으로 또 주거구역으로 각각의 용도에 맞춰 빼곡하게 개발된 오늘날의 도시를 보면 사람이 어떻게 사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1970년대 초반, 도심의 과밀화가 시작될 때 정부는 도심지의 환경을 보전하고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을 방지하기 위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지정하였는데요. 1971년 최초 지정 이후 점진적으로 확대되어온 개발제한구역은 1990년대에 들어서 점점 해제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례로 1999년부터 2019년까지 해제된 그린벨트는 1,560km2에 달하는데요. 이는 서울시면적(605km2)의 약 2.5배, 일반적인 축구장 면적(7,140m2)의 22만 배에 달합니다.
그린벨트 해제의 이야기가 나올 때면 가장 이슈가 되는 곳은 역시 수도권 지역입니다. 수도권 지역의 그린벨트도 타 지방과 마찬가지로 임상이 양호한 임야이거나 농경지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기존에 조성된 도심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주변의 대지에 비해 지가가 월등히 저렴하니 개발 시 사업성도 높아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지요.
이런 그린벨트 해제의 명분은 언제나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마련한 부동산 대책은 단 한차례도 성공으로 마무리된 적이 없습니다.
헌데 문재인 정부 들어 22차례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집값이 잡히질 않자 정부가 다시 한번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린벨트이지만 국가의 소유로서 이용되고 있는 태릉 골프장 부지를 활용하여 추가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전 국민의 51%가 수도권에서 살아가는 오늘날,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추가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지금 도심에 산재한 수많은 문제들의 원인이 되는 투기와 인구 과밀만을 더욱 유발할 뿐입니다.
그 증거로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태릉 골프장 인근 부동산 시세가 크게 상승하기도 하였습니다.
오늘날의 수도권에 필요한 것은 숱한 개발사업으로 인해 훼손되어 사라진 녹지 등 그린 인프라를 확충하고 과하게 집중된 수도권의 인구밀도를 분산 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마련을 통해 도시가 다시금 숨 쉴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린벨트로서 역할 하지 못해온 곳이라고 해도, 공원 등의 공공녹지로서 시민들에게 돌려줄 생각은 하지 못하고 다시금 불행과 비극을 불러올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는 정부의 모습에 통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에 지난 7월 21일 11시 30분, 서울환경연합을 비롯한 30여 시민단체가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모여 국토와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그린벨트를 훼손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린벨트 해제가 워낙 뜨거운 감자인 만큼, 많은 기자들이 취재하러 왔습니다. 특히 기자회견을 진행하기 전 날인 20일(월) 문재인 대통령이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 자리에서 개발제한구역을 보존해야 한다고 밝힘과 동시에 그린벨트인 태릉 골프장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하였기에 기자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었습니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자연 생태 위원회 위원은 “최근 100년간 서울은 세계 기온 상승치 평균의 3배를 웃도는 2.4℃의 기온 상승치를 보인다며, 서울의 기후 위기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임을 강조하며, 정부에서 3등급지 등 보전가치가 낮은 개발제한구역은 해제해도 괜찮다는 식의 논리를 펼치지만, 그런 3등급지들 또한 40년 이상 된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훌륭한 녹지라며 도심에서 더 이상은 찾아보기 힘든 이런 녹지를 개발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자연 생태에 대한 관점이 전무하다는 것이라고 발언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균형발전국민포럼, 대장들녘지키기 시민행동 등 각계 시민사회의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그린벨트 해제 문제에 대한 규탄의 발언들이 이어지고 각 분야의 의견을 담아 정리한 기자회견문 낭독이 이어졌습니다.
이날 기자회견문에 담긴 시민사회의 요구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공급 확대 핑계로 그린벨트 한 평도 훼손하지 마라.
둘째, 수도권 인구 비율이 50%를 넘어섰음에도 수도권 초집중화 부추기고 국토 균형 개발 역행하는 그린벨트 해제 통한 공급확대 중단하라.
셋째. 부동산 실책, 집값 상승 조장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책임자 문책하라.
넷째, 근본적인 집값 안정책을 제시하라. 지난 10년간 다주택자가 사재기한 250만 채가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임대사업자 특혜폐지, 분양가상한제 의무화, 평당 500만원 대 건물분양 주택을 공급하라.
다섯째. 그린벨트는 개발유보지가 아니다. 국토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그린벨트 정책의 기본부터 다시 점검 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의 그린벨트 업무 권한을 환경부로 이관하라.
이날 기자회견이 종료된 후 시민사회는 청와대에 부동산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 등의 내용을 담아 그린벨트를 한 평도 훼손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하였습니다.
서울환경연합은 앞으로도 미래세대의 자산이자 도심 속 그린 인프라의 마지막 보루인 그린벨트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린벨트 해제는 현 상황의 근본적 문제인 수도권 과밀을 심화시킬 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되어주지 못합니다.
또한 도심의 무분별한 확산을 방지하고 최소한의 환경을 보전하는 역할을 수행해온 그린벨트를 조금이라도 해제하는 예외를 둔다면 언제든 다른 그린벨트를 해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명분이 되어 줄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서울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서울의 허파 그린벨트가 앞으로도 시민의 곁에 남아있을 수 있기 위해, 서울환경연합에 회원이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