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시위가 미국전역에 넘쳐나는 가운데, 중도좌파적 경향을 지닌 경제학자들은 투시경을 통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바마시절 백악관의 경제자문단을 이끌었던 하버드 대학의 James Furman은 오는 11월에 트럼프를 끌어내리는 것에 안달을 하고 있는 민주당원들에게 경고를 보내면서 유권자들이 투표장을 향하는 직전에 ‘이 나라 역사에서 가장 경기가 좋은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하였고, 저명한 Paul Krugman 역시 빠른 회복세를 전망한다. 이러한 입장들에 대해 초당적인 입장을 지닌 의회예산처(CBO)도 동의하고 있으며, 증권시황도 낙관적이다.

이러한 판단의 공식은 매우 단순하다. 의회예산처는 2분기에 GDP가 12% 위축된다고 전망하는데 이는 일년으로 따지면 40%가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동시에 3분기에는 5.3%의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는데 이는 연간기준으로 23.5%의 성장을 의미한다.

반등의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5월의 고용동향이 긍정적이며 2분기의 부진도 예상보다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예산처의 상기 예측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선거시점의 GDP는 1분기에 비하여 7%가 축소된 것이고 실업률 역시 10%를 훨씬 넘어선 수준에 이를 것이다.

3분기에 대한 낙관론자들의 전망이 맞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전개될까? 소득이 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즐거운 일들이 연속해서 벌어질까? 아니면 극심한 불황이 지속되면서 새로운, 정확히 표현하자면,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뉴딜이 필요할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상기에 언급한 Furman & Krugman 교수들 그리고 예산처는 심리적 모델로 접근하였다. 이들은 팬데믹이 불러온 상황을 마치 지진 또는 9.11 테러공습과 같은 일시적 충격으로 바라본다. 아니다, 이는 정상적 성장에 대한 이탈이며, 견고했던 구조의 붕괴를 의미한다.

미국이 다시 가동되려면, 정말로 필요한 것은 아마도 충격적 자극을 통한 신뢰의 회복이다. 소비자들의 위축된 잠재수요를 충격적 자극을 통하여 새로운 소비로 전환한다면, 기업은 투자를 재개할 것이고 빠른 시일 안에 모든 것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 이런 류의 각본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중도좌파의 경제학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이, 1960년 케네디와 존슨 시절 세금을 인하하여 경기를 회복시켰던 사례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미국의 경제가 1960년대 이후 세계화를 통하여 주요한 변화를 가져온 것을 무시한 것으로, 소비와 고용에 있어 서비스분야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개인과 기업의 부채가 증가한 사실을 잊고 있다.

1960년대에는 경제가 매우 균형적이었고 기업과 가계를 위한 생산은 기술적 수준의 향상에 의해 이루어졌고 잘 통제된 금융산업은 비교적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생산이 경제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수입도 부족한 상품중심으로만 이루어 졌다.

그러나 현재의 미국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선진적 투자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우주항공, 정보기술, 전쟁무기 그리고 석유생산 기술과 금융 등을 판매하고 있다 대신에 반세기 전에는 자체생산을 했던 온갖 소비재들, 의류와 전자제품, 차량과 부품 등을 대량 수입하고 있다.

1960년대에는 미국소비자들의 수요가 차량과 TV 그리고 가전제품들에 몰려 있었으나, 현재에는 외식과 호텔, 리조트, 살롱, 커피샵 그리고 오락실 등 중심으로 대량소비가 이루지고 있으며 이들 분야에 수천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

종합하면, 1960년대에는 임금이 오르고 가계자산이 늘어나고 있었던 반면에, 2000년 이후 임금은 전반적으로 정체상태에 머물고 개인과 기업의 부채를 증가시켜 소비를 함께 늘려 왔다. 주택가격은 운좋으면 정체상태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조만 간에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소비는 수입과 욕구에 의해 되살아날 것이고 이에 따라 기업의 투자도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본질과 현상은 전혀 구분되지 않은 채, 부채라는 현실의 짐이 전적으로 무시되고 있다.

더구나 미국자신이 만든 자본상품의 수요는 글로벌한 조건에 의존한다. 민간 항공기의 절반이 묵혀있는 상황에서 신규 항공기 수요는 회복되지 않는다. 현재의 원유가격에서는 새로운 유정을 개발하지 않는다. 국내적으로도 새로운 건물계획이나 토목의 프로젝트가 없을 것이고 신규의 대규모 소비판매장(outlets)도 개설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왕래를 줄이면서, 차량의 보유기간은 늘어나고 차량에너지 수요도 격감할 것이다.

급격하게 닥친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은 덜 쓰고 더 많이 저축하려 할 것이다. 정부가 일시적으로 수입을 보전해 주는 조치를 취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재정지원이 조만 간에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람들이 정말 알지 못하는 것은 실직 후 일자리가 다시 회복되는 시점이다.

더구나 사람들은 필요(needs)와 욕구(wants)를 구별한다. 미국인들은 먹어야 살지만 대부분 반드시 외식을 해야 할 필요는 없고 반드시 여행을 즐겨야 할 필요도 없기에, 레스토랑과 항공산업은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한다. 공공보건(팬데믹)이 진행되는 동안 매출은 제한되어 기본 경비를 충당할 수 없으며, 설령 코로나가 사라진다 해도 수요는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배경이 법적으로 사업을 재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아직 사업의 재개를 망설이는 이유이고. 재개한 사람들도 지속적으로 운영이 가능한지 자신을 못하는 이유이다. 거대한 서비스 부문에 종사해온 수백 수천 만영의 종사자들은 이제 자신들의 직업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반면에 미국의 가계부채는 임대료, 담보비용, 전기-가스 사용료, 교육비와 차량 대출의 이자 등 줄곧 늘기만 하였다. 정부의 구제지원이 유효하기는 하였다. 파산이 줄어 들었고, 부동산 임대업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수입부족이 장기간 지속되면, 사람들은 부채를 갚기 위해 자금을 비축하려 할 것이고, 이에 따라 매출은 줄어들고 연방정부와 지방조직들의 재정수입이 줄어들면서 지출을 삭감하고 일자리와 수입 또한 사라질 것이다.

미국경제의 어려움은 구조적인 것이다. 단순히 트럼프의 무능함이나 연방의회 의장인 Nancy Pelosi의 정치전략의 미숙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지난 50년간 일류상품을 글로벌 시장에 의존하고 소비재를 등한시 하였으며 가계와 기업의 부채에 의존한 성장을 추구해온 시스템의 결함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 동안 다행스럽게 수백 수천만 명에게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하면서 번영을 구가하여 왔으나. 이는 부채로 쌓아 올린 모래성이었고 이제 COVID-19에 의해 날라가 버린 것이다.

미국의 재가동(Reopen-America)는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환상일 뿐이다. 현직의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기대하는 만큼 일시적인 성장의 반등을 추구할 것이고, 붕괴의 깊이가 깊어진 만큼 잠시 동안의 반등은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깊숙이 들어다 보면 잠시의 반등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착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뿌리깊은 인종차별과 폭력적인 정치강압에 대한 시위가 미국전역에 벌어지는 만큼, 당장 미국의 경제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출처: Project Syndicate. on 2020-06-10.

James K. Galbraith

텍사스 대학의 교수이며 공공정책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저술한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의 아들이기도 하며 ‘The end of Normal(2014)’ 등을 저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