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제로도시 하겠다던 서울시, 오히려 후퇴하나?
-고질적 체불문제 해결 못하는 중앙정부 하도급지킴이 전환 전면 철회하라
박원순 시장은 지난 2018년 선거에서 “서울을 ‘임금체불 제로 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가 임금지급 시스템을 ‘대금e바로’에서 ‘하도급지킴이’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혀 임금체불이 더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주자 직접지급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예전에는 정부(발주자)가 원청에게 모든 공사비를 지급하면, 원청이 직접 하도급업체‧노동자 ‧건설기계업자에게 대금을 지급했다. 그렇다 보니, 원청의 파산, 횡령 등으로 인한 체불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와 지자체는 2011년부터 건설공사의 하도급대금, 장비대금, 자재대금, 노무비 등의 전용계좌를 만들어, 구분 지급하는 ‘전자적대금지급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대표적인 시스템이 조달청의 ‘하도급지킴이’와 서울시의 ‘대금e바로’이다.
임금체불 해결 못하는 조달청 하도급지킴이, 개선책 없이 2021년부터 전면 확대
조달청의 하도급지킴이는 기능상의 문제로 건설현장에서 체불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하도급지킴이의 경우 발주자가 원도급사의 계좌로 공사금액을 입금하면, 하도급사‧노무자‧자재비‧장비 몫에는 인출제한이 걸린다. 원도급자는 자신 몫 외에는 나머지 금액은 인출할 수 없고, 하도급사‧노무자‧자재비‧장비 등이 원도급자에게 공사금액을 청구하면, 원도급자는 승인된 금액을 하도급업체 및 노무자에게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이렇다 보니, 원청 건설사의 부도‧파산이 발생해 계좌가 압류되면 임금체불이 발생하게 된다.
현장에서는 하도급지킴이의 시스템 미비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LH는 하도급지킴이에 대한 민원이 빗발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고, 철도시설공단은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 하도급지킴이를 대처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시스템을 개발한 조달청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안을 모색 중이다. 문제는 정부 방침에 따라 2021년부터는 대다수 공공사업장에 하도급지킴이가 쓰인다는 것이다. 공사대금은 하도급업체 및 노동자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하지만 정부는 아무런 개선책 없이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시스템의 전면시행을 강행 중이다.
체불방지 효과 높은 대금e바로 놔두고 하도급지킴이 사용하겠다는 서울시
서울시도 2021년부터 하도급지킴이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체불방지 및 대금결제의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대금e바로’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2011년부터 운영 중이다. 서울시 본청과 25개 구청 및 투자출연기관에서 발주하는 공사에 적용 중이다. 시스템 개발에 투입한 비용만 수십억 원이다. 대금e바로는 미비한 점도 많지만, 체불방지라는 대금직접지급시스템의 원 취지를 가장 잘 구현해내는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청업체 및 노동자의 만족도도 하도급지킴이 보다 높다. 하지만 서울시는 느닷없이 2021년부터 조달청의 ‘하도급지킴이’를 사용하겠다고 나섰다. 하도급지킴이 시스템은 대금e바로 시스템보다 임금지급률이 낮다. 하도급지킴이를 통해 지급되는 임금지급률은 약 6% 초반(2014~2018년 합계액 기준)으로 노동부 고시 기준의 4분의 1수준이며, 대금e바로 임금지급률의 2분의 1수준이다.
서울시가 공사비 대금흐름의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대금e바로 시스템’을 보완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현재의 시스템보다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조달청 시스템을 사용하게 된다면 체불을 증가시키고, 그동안 시스템 구축에 투자한 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경실련은 ▲‘하도급지킴이’ 전면 사용게획을 철회 ▲‘대금e바로’시스템을 보완 등을 통해 건설현장의 체불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서울시에 촉구한다.
문의: 경실련 시민안전감시위원회(02-3673-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