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아래의 칼럼은 한국 유수한 대학의 국제대학원에 재직중인 미국인 교수가 한국의 정치와 외교에 던진 조언의 글이다. 한반도상황과 동아시아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라는 주문은 매우 고맙고 소중한 것이지만, 그의 글속에서 동아시아 역사전반에 대한 몰이해, 근대역사에서 탈아입구를 추구하며 주변국들에게 패악을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은 일본에 대한 무지, 미국의 패권을 위해 일본에 면죄부를 제공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패혜와 4.3항쟁에서 저지른 미군의 범죄 및 광주민주항쟁에 보인 미국의 패착 등에 대한 묵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북한에 대한 악의적 폄하 등을 엿볼 수 있다. 자연스레 과연 한국의 대학에 체류하는 미국 지식인들은 우리를 돕고 있는 우인(友人)인가? 아니면 미국의 패권유지를 위한 하수인인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에 대한 답변은 온전히 글을 읽는 독자들의 몫이다.


2020년 세계보건회의에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주의 체제와 과학기술에 기반한 COVID-19 대응의 성공사례를 발표하였다. 그는 동시에 인간의 안전보장(human security)에 대한 협력분야에 세계적인 지도국가가 될 것임을 약속하였다.

이는 아시아에서 미들-파워로 부상하는 한국의 국가적 위상을 반영한 사례로, 지난 시절 식민지배와 격심한 전쟁을 겪은 과거의 역사와 극적인 대비를 보여준다. ‘미들-파워’라는 것은 다자주의에 기초하여 외교적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강화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제 한국의 외교정책의 성과에 대한 표준으로 자리를 잡아간다.

다만 이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아시아에 있어서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옹호하고 북한의 도전에 응답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기도 한다.

미들-파워 국가로서의 한국의 위상은 자신에 대한 확신과 야망과 필요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아시아의 지정학적 어려움으로 중국과 러시아 미국과 일본 그리고 여전히 군사적 위협과 인권이 무시되는 레짐(북한체제)의 한가운데 한국이 처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워싱턴과 동맹은 북한을 대응하는데 필수적이지만, 지난 시기 중일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의 과정에서 한반도의 분단을 야기시킨 것처럼 자신의 주도적 전략이 결여되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서울당국은 친(親)사회적 좌표와 기구들을 통해 아시아의 미래를 형성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정권의 새로운 남방정책의 목표는 실재적인(physical) 것과 디지털적인 인프라를 사회기제적으로 융합하는 방식으로 아시아의 남방과 북방지역을 연결하는 것이다. 경제적 상호의존의 혜택 국가로서 한국은 이해상충의 해결방식으로 군사적 대결과 무역전쟁을 피하고자 한다.

외무장관인 강경화씨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이웃 국가들과 사전적으로 협력을 제안함으로써, 우리는 개별국가 간의 협력이 다른 개별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하는 선의적(virtuous) 사이클을 형성하고자 도모한다’.

물론 자신의 위상을 확인하는 것은 환경과 타산에 의한 수동적 기능이 아니라 능동적인 자신감과 확신에 기초한다.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을 국제무대에서 주요한 행위자로 인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선진국과 개발국을 연계하는 여러 종류의 국제회의 주관하고, 산업적으로는 삼성과 현대 등의 브랜드가 부상하고 있고, 문화적으로도 K-Pop, BTS 그리고 기생충과 같은 영화가 한국의 지위를 알려준다.

동시에 해외협력기금(ODA)와 유엔평화유지군 등에 유의미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도전을 받고 있는 아시아의 질서유지에 주도적인 미들-파워 국가로서 다음의 3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일본과 과거사에 대한 대립이 미들-파워 외교라는 에너지의 공급에 주기적으로 정전(停電)사태를 야기한다. 독도분쟁과 불충분한 과거사의 화해, 전쟁(강제노동) 보상 등 반일본의 정서가 미들-파워의 위상에 걸림돌로 돌출한다.

한국의 주요 언론매체들은 일상적으로 일본군사주의의 위협을 과장하고 도쿄당국과 협력의 중요성을 간과하면서, 한국이 지역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킨다. 미사일방어 등에 대한 정보 교환, (북한의) 제재의 기피와 수출통제의 위반에 대한 확인, 항해의 자유보장과 재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에 대한 협력 가능성을 제한한다.

두 번째, 한국의 자유민주적 가치는 중국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실용주의에 입각한 현실적 외교정책과 가끔 충돌을 한다. 한국당국은 평양과 외교적 접근은 북경을 경유한다는 믿음 때문에 때때로 가장 주요한 무역 파트너이자 강력한 이웃(중국)에 대하여 차별화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은 신장과 홍콩의 인권 상황과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착취당하거나 북한으로 송환되는 것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또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보이는 팽창주의, WTO 규칙의 준수여부, 그리고 일대일로가 국제적 규범을 지키는지 여부에 대해서 침묵을 지킨다.

세 번째, 국내의 정치적 대립이 외교정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양당체제 하에서 전임의 두 대통령이 감옥으로 보내졌고, 국회는 입법과정에서 끊임없이 분쟁을 일으키는 실제적 전장터이다.

단임의 5년제 대통령 임기와 불안정한 정당정치 때문에 북한과 주변 이웃국가들에 대한 정책이 시계추처럼 흔들린다. 이러한 내부의 균열로 인해 외국의 개입전술에 쉽게 노출되고, 성과있게 운용되는 정권이라도 외교정책에서 자원할당의 주도권을 행사하기에 비효율적이며 일관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대치적 정치상황이 정치적 지도력에 제한을 가하면서, 이념적 경쟁의 주변국가들에 대해 주도적 우위를 취하기보다는 주어진 법적 규정을 수동적으로 따르게 한다. 한국의 외교정책은 민주적 절차와 국가이익에 대한 전략적 사고를 갖추기 위해 투명성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북한과 평화경제를 추구하기 위해 일본과 결별한다는 정책적 오류(fantasy)를 피할 수 있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그리고 인권상황, COVID-19 팬데믹의 위기극복, 미국 미사일시스템의 한국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등에 대하여 일관된 정책이 요구된다.

미들-파워의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으로 한국은 워싱턴과 동맹을 강화하고 북경과 평양과의 관계를 조정해가는 가운데 제로-섬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의 방위비 분담 요구에 주도적으로 대응하면서 중국과 북한을 자극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동맹의 의무라며 국제적 질서유지에 기여하는 것보다, 패권국가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자유무역을 증진하고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소소한 분야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한국정부는 아시아 내에 새로운 협력기구를 창립하면서 이념과 역사의 갈등에서 외교정책을 해방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하여 지역 내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정치적 안정을 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화와 합의에 의한 한반도 통일에도 다가갈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MIKTA(Mexco, Indonesia, S. Korea, Turkey & Australia) 협력기구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새로운 남방정책에 있어서도 인도를 결합시키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또한 지역역량의 증대를 위해서 동반자 국가들인 호주와 아세안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러한 미들-파워 외교를 통하여 한국의 위상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강화할 수 있고 다른 국가들과 국제적인 협력의 가치를 과시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EastAsiaForum, 2020-05-27.

Leif-Eric Easley

이화여자 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