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 ㅣ 인하대학교 해양과학과 교수

마트에 장을 보러 가거나 티브이 홈쇼핑을 보는데 최근 1~2년 사이 부쩍 늘어난 건강식품 광고가 있다. 다름 아닌 크릴 오일이다. 인지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서 다른 오메가3 영양제보다 훨씬 기능이 좋다고 광고를 한다. 그것도 청정해역인 남극해에서 잡아온 크릴이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자. 크릴은 남극에서 남아도는 자원이 아니다. 크릴은 남극 해양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중간자 역할을 한다. 새우와 비슷하게 생긴 4~6㎝ 크기의 갑각류인 크릴은 떼 지어 몰려다닌다. 해빙 아래서 햇빛을 받고 자라는 식물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식물 플랑크톤은 먹이 피라미드에서 가장 아래쪽에 있는, 태양에너지원을 활용해서 에너지를 만드는 존재다. 크릴은 이어서 펭귄이나 수염고래 등 큰 동물의 먹이가 된다. 말하자면 태양에너지를 생산자인 식물 플랑크톤에게서 소비자인 동물에게 연결해주는 중간 도매상의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뽀로로, 펭수 등으로 가장 지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동물 캐릭터는 원래 남극에 사는 펭귄이다. 우리나라의 남극 연구 산실인 세종과학기지 근처 펭귄 마을에는 대표적으로 세 종류의 펭귄이 살고 있다. 젠투펭귄, 턱끈펭귄, 그리고 아델리펭귄이 그들이다. 펭귄이라고 모두 같은 것만 먹고 사는 것은 아니다.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은 이것저것 다 먹고 사는 잡식성이다. 반면 아델리펭귄은 거의 크릴만 먹고 산다. 식성이 까다롭다. 식성이 까다로운 생물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남기 어렵다. 특히 요즘 같은 기후변화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남극의 기온이 올해 영상 20도까지 올라갔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기후변화에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본 곳은 열대나 온대보다 극지방이다. 기온이 올라가니 얼음이 녹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얼음이 녹으면서 얼음 바닥에 의지해 살아가는 식물 플랑크톤이 사라지고 있다. 당연히 크릴의 먹이가 줄어들면서 크릴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40여년간 남극 크릴의 무려 70%가 줄어든 것으로 최근 보고된 바 있다. 크릴이 줄어드니 그것만 먹고 살아야 하는 아델리펭귄은 대안이 없다. 인간은 배가 고프면 풀뿌리라도 캐내어 먹는데 이들은 얼마나 고지식한지 그저 굶어 죽는 길을 택한다. 자연히 아델리펭귄 개체군은 줄어와 지난 40년 동안 자그마치 80%가 사라졌다.

 

이런 마당에 안 그래도 줄어드는 펭귄 밥과 고래 밥을 또 하나의 경쟁자가 등장해 쓸어가고 있다. 바로 우리 인간이다. 우리는 크릴 오일이 없다고 해서 굶어 죽지 않는다. 반면에 그들에게는 생과 사의 문제가 걸려 있다. 해마다 우리나라 원양어선이 남극에 가서 크릴을 잡아오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카밀라(CCAMLR)라는 남극생물자원보존협약을 위한 협의체가 있고 여기서 협의한 어획 허용량을 지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해조류나 식물에서도 오메가3를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줄어든 펭귄 밥까지 드셔야 하겠는가?

 

크릴 오일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다. 크릴 오일이 인지질 함량이 높아 다른 어느 오메가3 공급원보다 몸에 좋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이 안 되었다. 코로나19가 보여주듯 우리는 그물망처럼 연결된 세계에서 살고 있다. 나의 작은 식습관과 소비패턴이 모여 우리와 지구에 함께 사는 다른 생명체를 멸종시킬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 그것은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와 나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제는 주변의 사람인 이웃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동물 이웃도 조금은 생각할 여유와 자비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