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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교육재단의 양심적인 교사 징계 움직임, 참으로 개탄스럽다.

온 나라가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대구와 경북 지역의 피해가 커 온 국민이 함께 마음 아파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빠른 회복을 기원하고 있다. 학교는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호응하여 학생들은 4월이 되도록 학교도 나가지 못하고 있고, 교사들은 4월 9일 온라인 개학을 준비 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런 엄중한 시국에 경북 경산의 문명 중·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문명교육재단이 2017년 당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에 반대했던 교사에 대한 징계 의결을 요구하여 오늘(2020.04.02.) 교원 징계위원회가 열린다고 하니, 문명교육재단의 반교육적인 행태가 참으로 놀랍다.

2015년부터 박근혜 정부가 교육부를 앞세워 추진했던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작업은 온갖 불법과 위법으로 점철되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였다. 국민의 저항으로 국정교과서 추진이 어렵게 되자 당시 총리실(총리 황교안)과 교육부는 2017년 1월, ‘국·검정 혼용’과 국정교과서의 생명 연장을 위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운영’이라는 꼼수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전국 어느 학교도 연구학교를 신청하지 않자 교육부는 신청 기한을 늘리고, 경북교육청은 연구학교 지정 관련 규정까지 바꾸는 무리수를 두며 문명고등학교를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하였다. 이에 문명 중·고등학교 교사들은 교육자적 양심에 따라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운영 반대 의견을 밝히고 반대 운동에 동참하였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재단이 앞장서 국가공무원법 위반을 들먹이며 교사들을 징계하겠다는 것이다.

문명교육재단의 징계 요구는 매우 부적절하고 시대착오적이다. 우선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운영은 법원에 의해 두 차례나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판결을 받았다. 당시 문명고등학교 학부모 대표는 연구학교 효력 정지 신청을 냈고 대구지방법원은 집행 정지를 결정(2017.3.17.)하였다. 재판부는 “문명고 학생들이 국정교과서로 수업을 받는 것은 최종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경험으로서 결코 회복할 수 있는 손해가 아니며, 학생과 학부모들이 받게 될 불이익은 금전보상이 불가능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불복한 경북교육청이 낸 항고 역시 대구고등법원이 기각하였다. 고등법원은 “정책의 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새로운 교과 과정에 따른 수업이 진행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가 받게 될 심리, 정신적 불안감이나 부담감은 이 사건 처분에 따른 현실적인 불이익에 해당하고 이는 회복되기 어렵고 금전으로 쉽게 보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위법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으로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게 법원의 분명한 판결이었다.

문명교육재단이 내세우는 징계 사유도 문제다. 재단은 국가 공무원법상의 ‘복종의 의무, 품위 유지의 의무, 정치 운동의 금지, 집단행위의 금지’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단이 호들갑스럽게 꺼내든 징계 사유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교과서 반대 운동에 나섰던 교사들을 징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검찰에 고발했던 이유와 판박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2017년 12월 국정교과서 반대 운동을 벌였던 교사 86명에 대한 검찰 고발을 취하하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폐지, 교육자적 양심과 소신에 근거한 발언과 행동들을 고려해 86명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교육부 장관으로 국정교과서 정책을 주관했던 이준식은 2017년 7월 이임사에서 국정 교과서 문제로 “교육현장에 혼란을 가져온 점은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고, 2018년 6월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학계는 물론 국민 대다수의 뜻을 거스르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권력의 횡포였으며, 교육의 세계적 흐름마저 외면하는 시대착오적인 역사교육 농단이었다.”고 공식 사과하였다. 국정교과서 실무를 담당했던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역시 “국편은 역사 전문기관으로서 사명과 정체성을 망각하고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국정교과서와 관련하여 징계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2018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 조사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당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와 17명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했지만, 이들은 아직까지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실무를 담당했던 중·하위직 공무원들은 상급자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고 여전히 교육부에 남아 있다. 경북교육청과 문명교육재단 역시 연구학교 지정 관련해서 교육부와 함께 위법·부당한 정책을 교사들에게 강요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누구도 위와 관련하여 합당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적반하장으로 문명교육재단은 화풀이 하듯 뜬금없이 양심적인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강행하고 있다. 지금 재단이 해야 할 일은 징계 시도를 철회하고 학생과 교사들이 온라인 원격학습 준비와 개학 후 교정에서 만날 준비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문명고 사태의 원인 제공을 한 경북교육청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함을 분명히 밝혀 둔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이 문제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고 하루 만에 2천여 명이 문명교육재단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서명에 동참하였다. 국정교과서 정책에 반대했던 학계와 교사들, 그리고 광범위한 시민사회 역시 이 사태를 주시하고 있음을 문명교육재단은 명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사흘 만에 교육 분야 첫 번째 업무 지시로 박근혜 정권의 적폐 중의 적폐인 국정교과서를 폐기할 것을 지시하였다(2017.5.12.). 따라서 국정교과서 반대 운동에 참여했던 양심적인 교사들이 부당한 징계를 받는 것은 상식과 정의에 반하는 것이 된다.

이에 우리는 다음을 요구한다.

1. 문명고는 양심적인 교사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징계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
1. 문명고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경북교육청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
1. 교육부는 정부의 역사교육 방침에 반하여 양심적인 교사를 징계하려는 문명교육재단(이사장 홍택정)에 대해 지휘 감독권을 행사하라.


2020년 4월 2일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