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규정 무력화, 노동자 건강권 침해하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시행 강행 규탄한다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문제 해결 위한 사회적 논의 다시 시작해야
1/31(금)부터 주52시간의 노동시간을 상회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요건을 큰 폭으로 확대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된다. 지금까지는 ‘자연재해’ 정도가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인 “특별한 사정”이었다면 이번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사업주의 사정, 심지어 업무량 증가 대처, 국가경쟁력강화 필요성까지도 “특별한 사정”에 포함되었다. 정부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근로기준법이 정한 노동시간 한도를 초과할 수 있다는 법 제53조 제4항의 내용이 무색해질 정도로 인가 사유를 대폭 확장해 “특별”이라는 문구를 법 조항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효과를 내는 입법을 하였고, 이는 명백히 위임입법의 범위를 일탈한 행위이다. 노동시간 규정을 형해화하고, 노동자의 건강권이 침해될 것이 분명한 시행규칙 개정안의 공포를 강행한 정부에 대해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
고용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공포·시행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인가사유의 구체적 판단기준과 특별연장근로 인가기간의 기준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구체적 판단기준은 인가사유와 동어반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간(1회 최대 인가기간을 4주로 설정)은 흔히 과로사로 불리는 뇌심혈관계 질병이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기준(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넘지 않을 정도로만 설정되었고 그마저도 ‘국가경쟁령 강화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연구개발’의 경우는 최대 인가기간을 3개월로 설정해 해당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건강권 보호를 위해 인가기간이 연속 4주를 초과하는 등의 경우에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부여, 특별연장근로 도중 또는 종료 후 연속 휴식 부여 등의 조치를 시행하도록 지도하고, 사업주가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추가 인가 신청 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표하였으나 ‘지도’와 ‘불이익’ 부여는 모두 고용노동부의 재량에 달린 사항으로 강제성이 없어 건강권 보호에 있어 실효성 있는 조치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노동관계법령에 규정된 노동조건이 후퇴되지 않는지 여부를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할 정부가 자신의 책임을 망각한 채 월권적 행정을 펼치고 있다. 시행규칙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노동시민사회단체는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이러한 우려는 반영되지 않은 채 개정안은 공포될 예정이다. 정부는 시행규칙 시행을 강행할 것이 아니라 만연한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