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환경운동연합

서울시 구로구 구로 2동에 위치한 구로중앙 유통단지는 기계 공구, 산업용품, 전기, 전자, 컴퓨터 용품 및 부품을 유통하는 상인들의 주도로 건립된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유통단지입니다. 총 6개 동 건물에 4,148여 개의 상가가 모여 있고 국내 최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하루 동안 유통단지를 오고 가는 차량은 약 2만 대, 유동 인구는 3만여 명에 달한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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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국내 최대 규모의 유통단지 뒤에 용산구 한남근린공원과 마찬가지로 아직 채 공원으로 조성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공원이 한 개소 남아 있습니다. 그 이름도 생소한 구로본근린공원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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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3일 경복궁에서 버스를 타고 구로중앙 유통단지를 향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유통단지를 가로질러 쭉 내려가다 보니 구로동 지식산업센터 신축공사 현장이 나타나더군요. 대규모의 유통단지가 바로 근교에 있으니 산업단지가 들어서기에도 입지가 좋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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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공원을 향해 걸어가던 중 다양한 업종의 산업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노동자분들이 일과 도중에 산책도 좀 할 수 있고 하면 좋을 텐데,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구로본공원이 어떤 상황일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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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걸어가다 등장한 구현 고등학교! 출발하기 전 미리 알아보고 온 내용에 따르면 구현 고등학교 뒤편으로 공원 부지가 위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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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에서 조금 더 걸어가다 보니, 딱 봐도 공원 부지 일 것 같아 보이는 담장이 등장했습니다. 곳곳이 녹슬고 칠이 벗겨진 것을 봐서는 설치된 지 꽤나 오래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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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뜯어낸 듯이 인위적으로 우그러져 있는 펜스 한 장, 멀리서 얼핏 봐도 쓰레기가 쌓여있단 걸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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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각종 생활폐기물들이 난잡하게 늘어져 있었는데요, 그 와중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500ml 크기의 생수병입니다. 아무래도 펜스 앞을 지나가다 마침 다 먹은 물병을 던져 놓고 가는 일이 잦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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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안쪽도 들여다보고 싶지만, 나무들이 우거지게 자라있어서 잘 볼 수가 없었습니다. 길을 살짝 우회해서 다른 경로를 찾아보기로 결정하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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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향할지 고민하다 방금 전 지나쳐 온 구현 고등학교에 들어가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들어서고 나니 저 너머로 초록색 펜스가 쳐져 있고 공원 부지로 추정되는 땅이 보이더군요. 전과 마찬가지로 생활폐기물이 투척된 흔적들이 너저분히 남아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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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지를 관찰하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땅이 밭으로 정돈되어 있는 것 같은 흔적! 자세히 보시면 이랑과 고랑이 나누어져 있는 듯 보이지 않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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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목상으로 전답에 해당되는지, 농사를 짓고 있다는 흔적들이 곳곳에서 더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사람의 출입도 있는 것 같고요.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계시지만, 도시공원의 지목이 전답인 경우 토지주들은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이에 99년 헌재에서 도시계획법 제4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진행할 때도 임야나 전답은 원래의 용도대로 사용이 가능하니 헌법불합치라 볼 수 없다고 했었다지요. 물론 일몰제는 그런 거 다 무시하고 입법되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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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부지와 구현 고등학교 운동장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자물쇠가 운동장 쪽으로 잠겨있는 것을 봐서는 토지주가 학교를 통해서 출입한다는 뜻이고, 어쩌면 학교와 이 공원 부지가 직접적인 연결성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후 알게 된 정보 몇 가지를 조합해 구로본공원의 항공뷰를 확인했는데, 제가 방문했을 때 보다 한참 전에 촬영한 사진인 듯 조금은 상이한 모습이었지만 녹지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습니다. 농사도 짓고 있는 것 같았고, 항공뷰로 봐도 녹색이고, 아무래도 전답일 것 같아 토지이용 규제정보 서비스를 통해 주소를 검색해보니

놀랍게도 나대지였습니다. 왼편으로는 안양천과 도로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구현 고등학교가 있죠. 공원 부지가 아니었다면 나대지가 아직까지 농경지로 남아있을리 없었겠지요..?

적용되고 있는 규제 중 공원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고, 그렇다면 왜 이 공원이 아직까지도 이렇게 방치되어 있는 것일까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선 서울시의 도시공원 일몰제 대책을 먼저 알고 있어야 합니다. 2020년 7월 서울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도시공원은 116개소, 그중 사유지 면적은 40.6㎢ 수준으로 여의도 면적(2.9㎢)의 약 14배에 달하는데요. 이 사유지 중 법정매수청구지, 소송패소지, 개발압력이 높은 나대지 등의 우선 보상 대상지를 먼저 보상하고, 이후 중장기적으로 보상을 이어간다는 것이 서울시의 대응 방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의 도시공원 관리체계에서는 공원의 면적에 따라 관리주체가 결정되는데요. 10만㎡이상의 공원은 서울시에서 관리하고, 그 이하의 공원은 관할 자치구에서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보상 방식도 달라지게 되죠. 서울시는 서울시 관리공원의 보상에 대해서는 온전히 책임을 지지만, 자치구 관할 공원의 보상은 자치구에서 보상 예산의 50%를 수립하고 시에 지원을 요청하면 그때 50%의 예산을 매칭하여 보상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런 체계 아래에서는 서울시가 단 한 평의 공원도 해제시키고 싶지 않아도, 자치구에서 예산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보상이 불가능한데요. 용산구 한남근린공원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보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고, 구로본공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렇듯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도시공원을 구하는 방법!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 주변 공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해 주변에 알리는 것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우리 동네 사라지는 공원이 있는지를 찾아보고 주변에 널리 알려주세요!

http://savingseoulparks.com

우리 동네 공원 우리가 함께 지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