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공원법(이하 법)은 10년마다 지역주민, 전문가, 그 밖의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공원계획의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원계획 변경에 반영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타당성조사’라 불리는 것은 국립공원에 대한‘재계획’을 말한다. 법에서 말하는 계획은 용도지구계획과 시설계획이며, 법은 국립공원‘구역조정도 포함’하여 ‘용도지구와 시설 전반에 대해 재계획’하라 주문하고 있다. (윤주옥대표의 제언에 따라 이하 ‘타당성조사’는 ‘재계획’으로 사용함)
올해부터 ‘제3차 국립공원 재계획’이 진행된다. 지난 ‘제2차 국립공원 재계획’에 비추어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이 무엇인지, 10년 전 2차 재계획 당시를 기억하며 국립공원의 지역주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는 윤주옥 공동대표님께 조언을 구했다.
국] ‘제3차 국립공원 재계획’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번 재계획의 핵심쟁점은 무엇인가요?
윤] 자연공원법(이하 법)은 왜 10년에 한번씩 ‘재계획’을 하도록 했을까요? 이는 10년이면 국립공원 법과 제도, 정책 등이 바뀌었을(또는 바꿔야할) 수도 있으니 전반적으로 검토하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3차 국립공원 재계획’의 핵심쟁점은 무엇일까요? 이는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국립공원 관련 법과 제도, 정책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2017년은 우리나라에 국립공원 제도가 들어온 지 50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그 해에 환경부는 국립공원이 나아갈 바를 정리하여 ‘국립공원 미래비전’을 선언하였습니다. ‘국립공원 미래비전’의 철학적 배경은 ‘국립공원은 인간이 자연에게 양보하는 생태계의 마지막 보루로서, 국립공원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명확한 관리원칙의 천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환경부가 ‘국립공원 미래비전’ 선언과 함께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제3차 국립공원 재계획’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대적 배경을 이해한다면 ‘제3차 국립공원 재계획’의 핵심쟁점이 무엇인지도 명확합니다. 환경부는 현재의 국립공원 용도지구제(공원자연보존지구, 공원자연환경지구, 공원마을지구, 공원문화유산지구)가 국립공원의 자원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도면에 그려진)용도지구 설정도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이번 ‘제3차 국립공원 재계획’의 핵심입니다. 용도지구제 개편과 과학적인 자료에 근거한 용도지구 설정, 이번에 이를 제대로 잘한다면 미래 지향적 국립공원 관리의 튼실한 토대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국] 지난 제2차 국립공원 재계획은 사실 상 공원구역 해제를 주목적으로 활용되어 법의 취지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윤]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사유지 비율은 34.2%(사찰지 포함)입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정책이 높은 사유지 비율과 토지에 대한 재산증식 욕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 사실입니다. 정부는 국립공원 내 사유지 매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모든 사유지를 매입하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제2차 국립공원 재계획’ 당시 환경부는 마을과 불합리한 경계가 국립공원구역에서 제척되어 가구와 주민 수가 줄어들었으니 이제 국립공원에서 사유지로 인한 갈등과 반목은 사라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10년 전을 돌아보면, 국립공원 내 가구 수의 90%, 주민 수의 91%가 감소(24,776가구, 58,392명 → 2,471가구, 5,188명)되었으니, 환경부가 그렇게 판단한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여전히 ‘내 땅은 국립공원으로서 가치가 없으니 해제해 달라.’는 민원이 많은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또 국유지임에도 정부부처간의 토지 관리 정책이 상이하여 발생되는 갈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지난 10년은 국립공원 갈등의 주요 원인이 ‘토지 소유’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해결책이 국유화만은 아님을, 국립공원 정책이 주민을 밀어내는 것이 해결의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국] 현재 ‘제 3차 국립공원 재계획’을 앞두고 전국 지자체 및 지역주민들은 계속해서 공원구역 해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가 반복되는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이라 보시나요?
윤] 이전 답변의 연장에서 말씀드리면, 국립공원의 여러 갈등 중 사유지 문제는 완전한 해결이 불가능한 아주 특별한 사안입니다. 사유지의 100% 매입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유지 문제에는 주민(지역사회)이 국립공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측면도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필요한(또한 주민이 요구하는) 사유지에 대한 매입정책과 함께 국립공원 정책에서 주민을 국립공원의 일원(구성요소)으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민은 국립공원 밖이 아니라 국립공원 안에 있는 존재입니다. 야생동물식물도 국립공원 안에 있는 존재인데 야생동식물은 말하지 못하니 우리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여 그들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겠지요.
주민은? 주민은 말하고 생각하는 존재이니 국립공원에 대한 인식, 정책과 관리 방향 등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합니다. 형식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지금 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민들의 삶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경제적, 물질적 측면만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방법이 있는지 함께 머리 맞대고 논의해야 합니다.
국립공원에서 해제하는 건 배제의 방식입니다. 국립공원이 주민 문제를 배제의 방식으로 해결하려한다면 그 끝은 보이지 않습니다. 국립공원의 한 식구로서 국립공원 관리에 주민들을 어떻게 참여시킬까, 주민을 국립공원의 중심으로 세우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등을 고민할 때에 국립공원 주민 갈등은 완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 2020년 ‘제 3차 국립공원 재계획’ 시기에 총선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정치권은 여·야할 것 없이 국립공원 해제를 총선공약으로 제시하려는 움직임입니다. 혼란과 갈등이 예상되는 이러한 때에 국시모는 어떤 역할을 모색해야 할까요?
윤] 국시모는 ‘제2차 국립공원 재계획’ 이후 국립공원 현장에서 여러 실험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주민들을 만나고 주민들과 국립공원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생각과 삶이 변화하는 것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지리산권의 작은 변화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환경부는 법 개정을 통해 ‘공원협력구역’을 신설하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정부 부처 중 한 곳이 그 안은 주민들을 ‘다시’ 규제하는 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지리산자락의 주민들을 만나 ‘공원협력구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주민들이 그 개정안은 주민을 위한 것이고 국립공원과 주민을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으니 필요하다면 빨리 개정될 수 있도록 서명(환경부의 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서명이 아닌 찬성하는 서명입니다!!)하겠다고 합니다.
오직 표만 생각하는 정치권이 이러한 현장의 변화를 잠시 후퇴시킬 수는 있겠지만 이미 국립공원은 변화의 물결 안에 들어와 있기에 그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국시모는 자신감을 가지고 보다 원칙적이고 진정성 있는 목소리로 화답해야 합니다. 우리를 바라보는(우리에게 기대를 갖는) 수많은 야생동식물과 미래의 아이들, 국립공원과 더불어 살아갈 주민들을 생각하며.
* 윤주옥 공동대표는 지리산국립공원과 지역주민의 공생을 위한 작은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지리산의 지역주민들을 만나 소통하고 있습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