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컵) 없이는 못마십니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코미디언 서영춘이 부른 이라는 노래다. 이 노래는 인천을 상징하는 몇 가지 스토리 중 하나다. 실제로 1905년 인천 중구 신흥동에는 인천탄산제조소라는 회사가 세워져 미국 전동기를 가지고 사이다를 생산했다는 기록이 있다. 인천은 1883년 최초의 개항항으로서 이런 근대적 기록이 많다. 인천 성냥공장도 이런 흐름의 하나다.
그런데 인천시가 다음달 인천 앞바다를 돌아볼 수 있는 ‘원미바다열차’ 개통에 맞춰 바닷가에 사이다병 모양의 대형 조형물을 설치한다고 한다. 원래 바다에 부표 형식으로 띄우려고 했지만, 선박 항해에 영향을 준다는 관련 기관의 의견과 흉물이라는 반대여론이 일자 시 예산이 아닌 사이다 업체의 협찬을 받아서 설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여기보다 한술 더 뜨는 곳이 있다. 전북 무주군에서는 소백산맥 향로산 정상에 72억원을 들여 ‘태권V랜드 조성사업’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사업 내용 중 무려 33m에 이르는 태권V 조형물을 설치한다는 부분이 있다. 논란이 일자 무주군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태권도 성지인 무주를 알리고 이농과 저출산 등 지역 소멸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도였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전남 신안군의 ‘황금바둑판추진사업’ 등 논란이 되는 수많은 사례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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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패러다임의 문제다. 개발독재 성공논리가 지금도 통할 것이라는 철 지난 사고방식 때문이다. 두 번째는 지역의 개발이익연대다. 실패가 예상되는 산업단지를 추진하는 이유는 그로 인한 토지보상비 때문이다. 또한 대형조형물과 축제도 관련 토건기업들에는 주요한 수입원이다. 관련한 예산으로 먹고사는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패러다임과 이익생태계를 바꿔야 한다. 시대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지역주민들이 향유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관광객이 찾아온다. 지역주민도 가지 않는 관광지, 좋아하지 않는 조형물을 보러올 사람은 별로 없다. 공공정책은 기획 기간과 참여가 많을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다. 짧은 임기 내에 성과를 보려고 졸속 추진을 하고, 그나마 소수만이 참여해 아이디어까지 빈곤한 데다 이익이라는 또 다른 의도까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 실패 확률이 높은 것이다. 결국 해결의 역할은 깨어 있는 시민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