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항만, 제주를 어디로 끌고 가려하는가?

제주환경운동연합

 

정부가 올해 말 수립을 목표로 추진 중인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 수립에 제주제2공항과 제주신항만 건설을 ‘투트랙’으로 한 제주특별자치도 발전방향(안)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 역사상 최대의 토목공사라는 제2공항은 지난 4년간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켰다. 이제 이것도 모자라 탑동매립지의 10배가 훌쩍 넘는 바다를 매립하는 제주신항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제주신항은 생태․환경적 관점에서만 보면 제2공항만큼이나 엄청난 문제를 갖고 있는 사업이다. 만약 2개의 계획이 확정된다면 제주도는 향후 수십 년간 토목공사판으로 들썩거릴 것이다. 과연 이것이 제주도민이 바라는 미래일까? 공교롭게도 제주도 최대의 토건 사업인 이 2개의 계획은 원희룡지사가 2015년도에 유치한 사업이다. 취임 초기 선 보전 후개발을 내세우고 제주도 미래비전 용역을 통해 제주의 미래가치를 ‘청정과 공존’으로 설정했던 장본인이지만 실제 행보는 결국 토건사업이었던 것이다.

 

▲ 제주신항 조감도

정부가 올해 말 수립을 목표로 추진 중인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 수립에 제주제2공항과 제주신항만 건설을 ‘투트랙’으로 한 제주특별자치도 발전방향(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7월 10일, 국토교통부가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제5차 국토종합계획 호남ㆍ제주권 공청회에서 공개된 ‘2020∼2040 제5차 국토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제주특별자치도 발전방향(안)’에 나오면서 알려졌다. 정부는 제주제2공항과 제주신항만 건설 추진을 통한 교통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항만 계획은 지난 2016년 12월 해양수산부가 ‘제주신항만 건설 기본계획’을 고시하려 하다가 기획재정부가 고시 보류를 요청하면서 몇 년 동안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입장을 바꿔 제주신항 기본계획을 7월에 고시하려고 하고 있고 현재 관계기관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제주신항 건설 기본계획은 총사업비 2조8760억 원을 투입해 22만t급을 포함한 크루즈 4선석, 국내여객 9선석, 130만㎡ 규모의 배후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이다. 사업기간은 2020~2040년까지다.

 

특혜와 불법으로 점철된 탑동 매립의 역사

제주도는 화산섬이다. 한반도의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지질과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뜨거운 용암이 분출하다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면서 검게 굳으면서 만들어진 해안지역은 독특한 화산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도의 해안선 254km마다 자갈해안, 사빈해안, 갯벌해안 등 저마다의 독특한 생태계가 있다. 제주도의 유명관광지들이 해변에 몰려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주도 해안은 그동안 해안도로 개설과 매립, 건축물들로 많은 상처를 입었다.

그런 면에서 탑동해안은 가장 상징적인 곳이다. 탑동해안은 제주시내의 가장 중심가에 있는 해안이다. 햇빛이 비추면 조그맣고 까만 ‘먹돌’(용암이 바닷물과 만나 급격히 냉각되면서 만들어진 급냉현무암)이 반짝반짝 빛을 내던 곳이었다. 썰물이 되면 주민들이 몰려나와 빛나는 먹돌과 함께 저녁거리를 위한 바릇잡이(게, 고둥 등을 잡는 일)하는 모습은 장관을 이뤘다. 게다가 이곳은 각종 어류가 산란 하는 제주 앞바다의 자궁이었다. 하지만 탑동해안도 매립의 그림자가 덮치기 시작한다.

 

▲ 탑동해안에서의 바릇잡이(출처: 사진으로 보는 제주 100년사, 제주도)

 

1차 매립은, 면적은 크지 않지만 1970년대에 이뤄진다. 그 후 1980년대 2차 매립이 거론되었지만 제주시에서조차도 해안경관 보호, 해녀 어업권 피해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었다. 하지만 ‘(주)제주해양개발’과 ‘범양건영’이 사업권을 따내면서 사업은 속전속결로 이뤄진다. 1986년 건설부는 제주도지사에게 탑동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주도록 종용했고 결국 매립면허를 내준다. 이 과정에서 군사정권을 통한 특혜 및 각종 불법의혹이 불거지면서 1988년부터 도민들의 강력한 반대운동이 시작된다. 공사비용보다 매립을 통해 조성된 부지를 매각해서 벌어들이는 개발이익이 천문학적이었으므로 정권의 힘을 등에 업은 업체는 공사를 밀어붙였고 매립은 완공된다.

 

실패한 탑동매립에 대한 반성이 우선이다

탑동매립은 중앙정부의 제주도 관광개발정책과 이에 편승해 개발 이익을 독점해온 개발업자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도시개발사업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매립 이후, 업체는 공사비용보다 훨씬 높게 땅을 팔아 부당 이익을 얻었고 이곳엔 대형유통할인업체, 호텔 등이 들어섰다. 매립 이후에는 해마다 월파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아름다운 먹돌 해안을 없애고 매립을 해서 도민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었는지 누구도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즉, 탑동매립은 명백히 실패한 사업이었다. 도민들의 휴식처이자 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탑동을 사기업에 내주고는 매해 월파 등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도민들에게는 아픈 상처를 갖고 있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을 다시 매립하겠다는 계획이 세워진 것이다. 취임사에서 환경적 가치를 우선으로 두겠다는 원희룡지사가 포문을 연 것이다. 탑동 항만 건설계획은 우근민 전 도정에서도 추진하다 2013년에 포기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과도한 해안매립으로 인한 도민사회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원희룡 지사는 대권잠룡답게 2조4천억 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으로 초대형 크루즈 항을 건설하겠다는 ‘제주신항 기본계획’을 지난 2015년 5월 22일 전격 발표한다. 하지만 그 이후 신항만 계획은 기획재정부가 제주신항 계획에 대해 고시 보류를 요청하면서 몇 년 동안 답보상태를 보였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이다.

▲ 탑동은 도민들의 휴식처이며 추억의 장소이기도 했다.(출처: 사진으로 보는 제주 100년사, 제주도)

초대형 크루즈항 건설은 탑동의 악몽을 답습하는 일

이번 사업계획은 규모면에서 제주외항 보다 3배 이상 크고, 비용도 항만개발에만 2조4000억 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기존의 탑동매립이 16만5000㎡ 규모인데, 탑동 신항은 211만3000㎡(64만평)로서 지금의 면적보다 13배나 더 넓은 바다를 메우게 된다.

대규모 매립을 통한 생태계 파괴, 어장(고등어·한치 어장)황폐화와 같은 기본적인 문제 이외에도 경제적으로도 큰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이 사업은 대규모 환경파괴를 불러오는 전형적인 토건사업일뿐이다. 이미 4대강사업에서 드러났듯이 토건사업을 통한 인위적인 공공부양 정책은 효력이 바닥났다. 낙수효과도 단기간일뿐더러 미미하며 오히려 가파른 물가상승과 실질소득 하락 등 서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둘째, 이번 계획은 항만 개발비용을 충당하고 사업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공유수면 매립 면적을 지나치게 넓게 계획한, 본말이 전도된 사업이다.

셋째, 강정에 이미 15만 톤급 2선석을 배치할 수 있는 크루즈항만을 건설하고 있는데 제주항에 10만 톤급 이상 4선석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은 예산낭비요 모순이다.

넷째, 지역 주민들이 증언하고 있듯이 크루즈선 기항을 통한 지역 연계 경제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크루즈선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관광객들이 제주시에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이동하는 곳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으로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미미하다.

다섯째, 제주항의 모델이 대기업이 운영하는 초고층 아파트와 호텔들이 즐비한 해운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해운대는 부산에서도 잘못된 개발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현재 신항 사업계획은 이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

 

 

신항만 계획과 제2공항 계획은 제주의 미래가 아니다

신항만 계획은 지역경제와는 무관한 세금낭비성 토건사업이며 대기업면세점과 일부 기업들의 이익만을 위한 크루즈항만 계획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정확하다. 탑동 앞바다를 매립하여 연안바다 환경을 파괴하고 얻는 대가는 민간자본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한 기업들의 상업시설 이윤확보일 뿐이다.

문제는 이런 신항만 계획이 과연 제주도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는 점이다. 이제까지 나왔던 문제들은 신항만이 제주도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역설하고 있다. 극심한 해양환경 피해를 시작으로 용두암과 용연일대, 용담 2~3동으로 월파피해가 전이 되어 도민안전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점, 해양환경 파괴에 따른 어장파괴와 그에 따른 어민피해문제, 과도한 상업시설에 따른 기존 상권과의 충돌문제 등 숱한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특히 신항만 개발사업의 국비재정사업은 외곽방파제와 방파호안 건설 등이며 부지조성과 터미널 등 전체 매립부지의 47%에 해당되는 지역은 전적으로 민간투자사업으로 분류되어 있어 상업시설 위주의 사업으로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롭게 조성된 신규상권이 오히려 기존 탑동과 동문 상권을 잠식해 지역경제를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0년대 범양건설에 의한 탑동매립 이후 건입동 및 주변지역의 경기침체와 주거환경 낙후화는 더욱 심화됐는데 향후 신항만 건설 후에도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탑동매립 공사 장면(출처:사진으로 보는 제주 100년사, 제주도)

게다가 크루즈관광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통계를 무시한 채 국제적 관광지를 논하며 크루즈 관광 확충을 위한 신항만을 건설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제주신항만 개발은 크루즈관광객을 모객으로 하는 대기업면세점들과 항만 내 상업 지구에 투자하는 민간투자기업들의 이윤확보를 보장하는 사업에 불과하다. 특히 관광객의 무한증가가 제한된 자원과 공간을 가진 제주도에 과연 합리적이냐는 범도민적 물음에 답하지 않고, 관광산업의 양적팽창만을 쫒는 것은 도민의 생활환경의 질을 악화시키고, 삶의 질을 끝없이 추락시키는 것이다.

제2공항을 비롯해 탑동 신항만까지 대규모 토목사업들이 제주도로 몰려들고 있다. 제한된 자원과 공간으로 현재의 인구와 관광객 수준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이냐는 물음이 제기되며, 총량적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까지 다다른 제주도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양적팽창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사업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관광산업의 질적 체질개선과 농업기반의 6차 산업 활성화 등을 통한 발전방향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양적팽창만을 고집하는 원희룡 도정의 폭주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자신의 치적 쌓기에 더 이상 제주도의 환경과 자원 그리고 도민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중국인들의 면세점 쇼핑을 위한 크루즈기항용 신항만 건설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 하늘에서 바라본 탑동매립지(출처:사진으로 보는 제주 100년사, 제주도)

과거 정권의 전가의 보도였던 대규모 토건사업은 이제 그만 내려놓을 때가 됐다. 토건사업은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과마저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미 MB정권의 4대강사업 실패가 생생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원희룡도정이 이런 대규모 토건사업을 시작한다면 결국 제 2의 MB의 길을 걷는 것이요, 탑동매립의 악몽을 재현하는 것일 뿐이다. 더욱이 정부가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 수립에 제주제2공항과 제주신항만 건설을 ‘투트랙’으로 한 제주특별자치도 발전방향을 제시했다는 것부터가 철지난 토건위주의 발전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언제까지 국토를 절단 내면서 비대한 토건산업을 유지하는데 혈세를 낭비할 것인가. 제주제2공항과 제주신항만은 제주의 미래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