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위원회 종료와 기본계획 최종보고회에 대한
지역주민 ·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문
지난 4월 17일 재개된 “제주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검토위원회”(이하 검토위원회)가 6월 17일자로 종료되었다. 하지만 제2공항 갈등해결을 위한 검토위원회의 권고안은 결국 도출되지 않았다.
작년에 검토위원회가 시작되었던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제2공항의 전제조건으로 설정한 ‘절차적 투명성 확보’의 틀 안에서 국토부가 통과 의례적으로 시작한 면도 있었지만 제2공항 건설을 제시한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보고서’(이하 사전타당성 보고서)의 문제점을 사실상 국토부가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 10일, 기습적으로 제2공항 계획이 발표된 후 이 계획의 근거가 된 사전타당성 보고서는 동굴조사와 철새도래지, 군 공역 중첩 등을 누락했고 오름에 대한 절취 문제를 단순히 장애물로 평가하는 등 완벽한 엉터리 용역이었음이 밝혀졌다. 결국 도민사회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에 국토부가 마지못해 받아들여 사전타당성 보고서에 대한 재검증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국토부는 검토위원회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올해 2기 검토위원회를 다시 재개하는 동안에도 끝내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그대로 강행했다. 국책사업의 근거 자체가 재검토 사안이 된 것인데, 한쪽에서는 이를 검증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이 계획을 아무 문제없다고 전제하고서 그대로 진행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 대책위는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중단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대승적으로 검토위원회를 수용하였다.
하지만 작년의 1기 검토위원회는 국토부측이 무성의와 답변거부로 일관하면서 제대로 된 검증을 다 못하고 결국 강제 종료되었다. 그러나 국토부의 의도적인 방해와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1기 검토위원회에서는 여러 의혹을 사실로 확인하였다. 후보지 중 하나였던 신도리에 대한 활주로 배치 조작과 소음평가 점수 조작 문제 등 새로운 의혹들이 계속 불거져 나왔다. 하지만 어느 의혹에도 국토부는 납득할만한 답변을 못했고 사전타당성 용역진이 당시 제출했던 원본자료 모두를 공개 요구했으나 동문서답하거나 아예 제출을 거부했다.
그러자 국토부는 검토위원회의 활동기간 연장을 거부하고 갑자기 강제종료 했다. 검토위원회의 주목적인 사전타당성 보고서에 대한 문제점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고 오히려 의혹과 사실관계의 부실이 더 커졌음에도 강제로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이는 결국 국토부가 검토위원회를 형식적인 통과의례로 여기고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며 검토위원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해명하고 더 끌어갈 자신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월 26일 당·정 협의를 통해 검토위원회는 재개됐다. 이번 검토위원회에서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또다시 추가적인 문제들이 확인되었다. 그 중에서도 사전타당성 보고서의 근간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매우 치명적인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는 곧 제2공항 계획의 토대를 흔드는 것이기도 하다. 바로 ADPi 보고서다.
검토위원들의 끈질긴 요구와 국회의원의 요구조차도 무시하며 ADPi 보고서에 대해 발뺌하던 국토부는 거센 여론의 질타와 감사원 감사까지 거론되자 보고서를 내놓았다. 사전타당성 용역을 수행한 ㈜유신이 이메일을 통해 ADPi사에 보고서의 재제출을 요구해서 간단히 받을 수 있었던 것을 반년이 넘도록 ‘보지 못했다’에서 ‘없다’로 바뀌고 결국 ‘폐기했다’는 국토부의 어이없는 변명은 모두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ADPi는 국토부가 처음부터 답으로 설정해 놓았던 제2공항과 전혀 다른 답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항공 컨설팅회사인 ADPi사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현 제주 공항의 교차활주로를 개선하면 2035년에 정점을 이루는 것으로 예측한 제주공항의 항공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자신들이 제안한 권장사항이 대부분 시행되면 제주공항이 2035년까지 예상되는 항공교통 증가에 대처할 수 있다고 확신한 것이다. 결국 국토부는 필요도 없는 제2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자신이 과제로 부여한 ‘현 공항 활용 극대화 방안’을 은폐한 것이다.
국토부는 1억3천만 원의 혈세가 들어간 ADPi 보고서의 내용을 사전타당성 보고서에서 누락시키고 은폐했다. 사전타당성 용역의 세 가지 중심과제였던 ‘제주공항 활용’, ‘신공항’, ‘제2공항’에 대한 검토 중 ‘제주공항 활용’은 방대한 보고서 중에 달랑 몇 페이지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문제제기에 제2기 검토위원회에서 국토부는 납득할만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제2기 검토위원회도 숱한 의혹과 쟁점을 해소하기는커녕 더 큰 의혹을 남긴 채 어제 종결되어버렸다. 우리는 ADPi 보고서와 연구결과의 고의누락에 따른 은폐는 예비타당성 평가로 이어지는 국가 정책결정과정을 왜곡시키는 중대한 문제로 판단하고 이른 시일 내에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할 것이다.
국토부는 어제 마지막 회의에서 대책위측 검토위원들 권고안은 물론 중립적인 입장에서 쟁점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도민여론 수렴과 최소한의 검증을 통해 갈등을 해결해 나가자는 검토위원회 위원장의 권고의견조차 거부했다. 국토부가 추천한 검토위원장의 완곡한 권고안조차 도민여론수렴은 불필요하다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며 완강히 거부해 권고안 채택은 끝내 무산되었다.
이제는 청와대가 나서야 할 때이다. 그동안 국토부나 제주도는 갈등해결을 위한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더 이상 국토부나 제주도당국에 의혹 해소나 갈등 해결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다. 이미 제주도는 10년 전, 강정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이 갈등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제2공항 문제는 강정해군기지 이상으로 더 큰 갈등과 문제점을 낳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민들을 보듬어 안아야 할 제주도당국은 방관자로 일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국토부의 조력자 역할을 충실하게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광객을 더 수용하기 위해 수많은 주민들이 집과 일터를 강제로 내놓아야 하는 제2공항은 이대로 갈 수 없다. 지금은 식민지 일본제국주의 지배 때 만든 독소조항인 토지강제수용권을 무기로 국책사업을 밀어붙여왔던 전근대적인 시대가 아니다.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주민들은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시대도 아니다.
이미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도민들은 제2공항에 대해 이대로 추진되어서는 안 됨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5월31일 지역 언론의 여론조사결과(리얼미터 의뢰)에 의하면 제2공항 추진절차 평가에 대해서 문제 있다는 여론이 62.4%였다. 제주공항을 활용하는 안에 대한 공감여부도 공감이 69.1%로 조사됐다.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한 공론조사 필요성에 대해서는 84.1%가 필요하다고 응답해 압도적인 공론화 필요성에 대한 여론을 확인했다. 국토부와 제주도의 일방적인 강행으로 오래도록 지역사회에 갈등을 제공한 지역현안에 대해 명쾌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을 도민 스스로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제2공항 기본계획 최종보고회를 6월 19일 내일 강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제주도민을 무시하고, 갈등 해결을 외면한 채 제2공항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기본계획 최종보고회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다.
원희룡지사가 도민공론화를 거부하며 도지사로서의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시점에서 결국 도민들의 여론을 모으기 위해서는 도민의 대의기관이며 도민주권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제주도의회가 도민의견 수렴의 주체로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집권여당이자 '도민의견수렴'을 합의한 당정협의의 주체인 더불어민주당이 중앙당 차원에서 도민공론화가 시행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지역의 세 국회의원들도 땅바닥에 주저앉은 제주의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도록 도민여론수렴을 통한 제2공항 갈등해결의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우리는 반드시 이긴다. 민심을 거스르는 위정자는 반드시 민심에 의해 심판받는다는 역사적 진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도민 스스로 입증할 것이다.
2019.6.18.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