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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년의 투쟁, 가장 미웠던 사람은...”

목, 2018/12/20- 15:28 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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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년의 투쟁, 가장 미웠던 사람은...”

 

 

 

 

||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이윤아 사무국장


 

2009년 이명박 정권과 당시 유인촌 문화부장관에 의해 예술단이 해체되고 길거리로 내몰렸던 젊은 성악가들은 10년이 지난 지금 소위 ‘운동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거리의 예술가가 됐다. 상상하기 어려운 10년간의 해고 생활과 괴로운 투쟁이었겠지만 인터뷰 내내 밝은 모습이었던 이 소프라노 가수는 대체 당신에게 노래가 뭐냐라는 질문을 던지자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제 3명만이 남아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이윤아 사무국장의 해고와 투쟁, 그리고 예술과 노래에 대한 10년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10년에 걸친 정치인들의 약속과 배신, 이제는 돌아가야할 때다 18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과 결의대회가 열린 날 이윤아 사무국장을 만났다.

 

 

 

- 교선국장 : 오페라합창단 동지들을 처음 만났던 어느 아파트 동사무소 건물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10년 전이다. 어떤 질문을 처음 던질까 고민하다 생각난 질문이 10년의 투쟁과정에서 가장 미웠던 사람과 가장 고마웠던 사람이 누구냐 하는 것이다.

 

= 이윤아 사무국장 : 나도 당시에 담당 조직차장이었던 교선국장의 모습이 기억난다.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느낌이다. 첫 질문을 받고 고민을 해봤는데 고민이 길진 않았다. 가장 미운사람은 당연하게도 이명박이고 가장 고마운 사람은 두명 남은 우리 조합원들이다.

 

 

 

- 교선국장 : 가장 고마운 사람은 식상한 대답이긴 하지만 이해는 간다. 그런데 가장 미운 사람은 왜 이명박인가?

 

= 이윤아 사무국장 : 10년간의 투쟁을 떠올려보면 으...(잠시 몸서리를 쳤다) 이명박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국립오페라합창단에서 70만원 받으면서 노래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웃음) 지금 생각해봐도 오페라합창단의 해체는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 많다. 일종의 나비효과 같다고 할까?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서 그 대선캠프의 문화 특보인 유인촌이 문광부 장관으로 왔고, 유인촌이 장관이 되면서 이OO이라는 낙하산 오페라단장이 선임됐고 그로인해 오페라합창단이 해산되고, 우리는 해고되고... 이런 과정의 처음에 이명박이 있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윤아 사무국장은 2017년 국립오페라단 연말 라보엠 공연의 예술감독으로 선임됐던 이OO을 물먹인 사건을 10분여에 걸쳐 얘기했다.)

 

 

- 이윤아 사무국장 : 가장 고마운 사람이 남은 두명의 조합원인 문대균, 최봉용 두 동생들이다. 이 두 사람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둘다 나이는 동생이지만 많이 의지하고 믿고 있다. 특히 문대균 지부장은 셋 중 나이는 가장 젊지만 정치적인 감이랄까 그런것들이 확실히 뛰어나다. 지부장으로서의 대균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판단을 신뢰한다.

 

 

 

 

▲ 이윤아 사무국장, 언제나 문대균 지부장에게 발언기회를 양보하기 때문에 10년의 투쟁 동안 이윤아 사무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많지 않다.

 

 

 

 

- 교선국장 : 10년의 투쟁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하나의 장면을 꼽는다면?

 

= 이윤아 사무국장 : 2012년 대선 당시에 문재인 캠프에서 연락이 와서 선거를 도와달라고 했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 사실 그 때만 해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기만 하면 오페라합창단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을 때였다. 여러 가지 고민도 하고 논의도 했지만 당시에는 박근혜를 대통령이 되지 않게 하는 것도 일종의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문재인에 대한 지지보다도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위해 선거운동에 동참했었다. 문재인 당시 후보가 당선되면 복직이 될거라는 기대가 있었고 당연히 문재인이 당선될 줄 알았는데 선거결과를 조합원들과 함께 보면서 ‘맨붕’이 왔던 기억이 난다.(웃음) 그 때 진짜 심각하게 복직투쟁을 접어야 하나 생각했다. 박근혜가 당선되면 복직은 사실 상 물건너 가는거라고 생각했는데 문재인 선거 유세에 노래까지 불러줬으니 얼마나 험난한 일이 되겠나 생각했다. 실제로도 박근혜 재임기에 더 많은 탄압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 정부에 더 실망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아주 괘씸하다. 토사구팽이다.

 

 

 

- 교선국장 : 말이 10년이지 정말 짧은 시간이 아니다. 30대초반이었던 조합원들과 조직담당자는 40대 초반이 됐다. 10년을 버티게 해준 힘은 뭐였나?

 

= 이윤아 사무국장 : 10년을 버티겠다라고 처음부터 생각했다면 못버텼을 거다. 아무생각이 없었다(웃음) 기대가 있었다면 피를 말렸을 것이다. 내 경우는 대균이나 봉용이 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생계문제에 있어서 조금은 부담이 덜했다. 현재 방과후 음악선생님을 하고 있다. 솔찍히 말해 합창단원일 때보다 훨씬 보수도 많고 안정적이다. 다시 70만원 받으면서 노래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웃음)

 

 

 

 

▲ 거리의 예술가로 10년, 자신들을 거리로 내몬 원흉인 이명박이 제일 밉지만 덕분에 월급 70만원짜리 예술가 생활을 벗어나게 해주기도 했다며 웃는다

 

 

 

 

- 교선국장 : 예술활동의 연장선에 있겠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과 직접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좋은가?

 

= 이윤아 사무국장 :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이 훨씬 좋다. 물론 아이들은 귀엽고 가르치는것도 보람있다. 하지만 공연하는 보람만큼은 아니다. 더 성취감이 있다고 할까.

 

 

 

- 교선국장 : 결국은 무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신 것 같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장기투쟁을 하는 노동자들을 보면서 저렇게 싸울 노력으로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게 낫지 않겠냐는 말을 쉽게 한다. 누군가 같은 질문을 오페라합창단지부에 던진다면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 이윤아 사무국장 : 당연하게도 복직이 우리투쟁의 목적이겠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해고 당시에 투쟁목표를 생각해보면 재창단이 목표였다. 아직도 우리는 오페라합창단의 해체는 합당한 이유가 없다고 믿는다. 국립오페라단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전속 합창단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너무나 억울하게 예술가로서 일자리를 뺐기고 거리로 내몰렸기 때문에 당연히 복직이 돼야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만이 우리가 10년을 싸워온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오페라합창단을 다시 제대로 만드는 것은 우리만의 주장이 아니라 우리 싸움을 지켜봐주고 연대해준 모든 사람들의 소망일 것이다. 오페라 마니아 들이나 펜들도 전문 오페라합창단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예술가들은 다른 업종보다 현업에서 활동할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다. 무대로 돌아가도 오랜시간동안 활동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복직만이 목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최소한 예술가의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우리들의 투쟁으로 이만큼이라도 이루어 진 것이다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허영심이라고 해도 좋다. 다른건 몰라도 내가 있었던 자리에 내 후배가 설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든, 그것 하나만은 이룬 것 아닌가.

 

 

 

- 교선국장 : 사회적 책임감 같은 것인가?

 

= 이윤아 사무국장 : 책임감이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동문회라도 가서 ‘이 언니가 너희들 자리 만들어 주려고 그 긴 시간 싸웠단다’ 라는 말은 해주고 싶다. 노동운동 역사에 한줄 정도 적어주시면 더 좋고(웃음)

 

 

 

▲ 무대로 돌아가자 라는 구호는 절반만 진심이다. 복직이 절실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길위에서도, 집회현장에서도 노래하는 무대는 언제나 행복하기 때문이다.

 

 

 

 

- 교선국장 : 마지막으로 이윤아 개인에게 있어 ‘노래’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 이윤아 사무국장 : (한 시간이 넘는 인터뷰 시간동안 시종일관 밝은 모습으로 수다떨 듯 얘기하던 이 사무국장은 이 질문을 듣고 이내 눈물을 흘렸다) 어... 추한데 이런 모습... 6년쯤 전인가 국장님도 계셨던 자리였던 것 같다. 10명밖에 안남은 조합원들 중 또 투쟁을 포기하고 결국 4명만 남아서 투쟁하게 됐던 그때...

 

 

 

- 교선국장 : 그러고보니 오페라 동지들의 투쟁의 중요한 국면마다 같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 이윤아 사무국장 : 그때 생각에 울컥했다. 노래는... 비유가 좀 유치하긴 한데 ‘연애 상대’같은 느낌이다. 가까이 가면 멀어지고 내가 멀어지려고 하면 다시 또 다가오는 ‘밀땅’을 평생하는 느낌이 비슷할 것 같다.

 

 

 

- 교선국장 : 노래를 내 사람으로 만드는 건 어려운 것인가 보다

 

= 이윤아 사무국장 : 완벽한 예술이라는 것은 없다. 연주하는 사람에게 완벽한 공연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 대상이다. 집회때 무대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구호를 외치지만 절반만 맞는 구호다. 실은 거리에서, 집회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조차도 행복하다.

 

 

 

- 교선국장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오페라합창단 동지들이 예술가라는 사실을 가끔 잊곤 하는데 다시 확인하게 된 인터뷰 였던 것 같다.

 

= 이윤아 사무국장 : 다음에는 복직 축하 인터뷰로 만나뵀으면 좋겠다. 감사하다. 끝.

 

 

 

 

 

▲ 3명의 성악가, 노동자, 해고자 (오른쪽 부터 문대균 지부장, 이윤아 사무국장, 최봉용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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