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님의 죽음에 대해 발전소 원청 노동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27일 발전노조와 발전비정규연대회의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발전소 현장을 보다 더 안전하고 올곧게 세우지 못했다는 반성으로 국민과 유족에게 사죄했다. 또한, 참사재발의 유일한 대책으로 ‘민영화와 외주화 중단’과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규직전환’을 제시했다.

 

24년 동안의 민영화와 외주화, 경영효율화 정책이 발전소 현장을 변화시킨 것은 무엇일까? 산재사고는 왜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되는가? 원청노동자들의 사고는 없는 걸까? 발전소에서 일하는 원청 노동자 이야기를 통해 현장 상황을 살펴보고 해결방안을 생각해 본다.

 

 

"발전소에서는 사람이 죽어도 다쳐도 숨겨요. 제대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24일 발행된 서부발전본부 소식지 79호에는 '보직통합을 통한 인력축소, 무분별한 겸직근무, 경영평가 감점요소를 줄이기 위해 산재사고 공상처리가 빈번하다. 원청노동자가 중대사고를 당했더라도 경영진들의 모습은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이며 시신수습과 사고신고보다 발전설비 정지를 걱정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유가족의 요구에도 사고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깨끗이 물청소하는 야만적인 행태를 보였을 것이다'고 했다.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주요 안전사고/사망사고 현황’을 보면, 2010년부터 8년 동안 모두 12명의 하청노동자가 추락 사고나 매몰사고, 김용균씨와 같은 협착 사고로 숨졌다. 한국남동, 서부, 중부, 남부, 동서발전 등 5개 발전 자회사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발생한 사고 346건 가운데 337건(97%)이 하청 업무에서 일어났다. 한국서부발전은 2011년 이후 발생한 사망사고 발생 건수를 은폐까지 했다.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효율성·민영화정책 때문에 발전소 산재사고가 축소·은폐된다고 한다.

 

 

아무런 권한 없는 하청업체

 

발전소의 하청업체는 설비개선에 관해 권한이 없다. 발전소 시설관리, 감독 권한은 원청인 발전회사에 있다.

 

태안화력 설비 운영 하청노동자 ㄱ씨는 "하청업체 소속이라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에 직접 설비개선 요구를 할 수가 없다. 문제점을 발견해 사무실(한국발전기술 태안사업소)에 서면으로 보고하면 회사는 그걸 취합해서 한국서부발전에 전달한다"고 했다.

 

태안화력 설비 정비 하청 노동자 ㄴ씨는 "가동이 중단된 컨베이어벨트를 복구하는 작업은 감독을 맡은 원청회사 한국서부발전이 지시를 내리지 않는 이상 마음대로 가서 복구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하청업체가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복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청은 있고 하청은 없는 안전관리체계

 

발전소 원청은 안전관리가 갖춰져 있는 반면 하청업체는 안전관련 운영체계가 있으나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원청은 안전장치도 갖춰져 있고, 신규입사자나 부서이동자 대상 현장 업무 교육 전담 보직자가 있다. 설비개선 사항 업무실적과 연동 등 안전관리 체계가 갖춰졌다. 퇴사률이 높은 하청업체는 신규입사자 1일~3일 교육 후 바로 현장 업무에 투입되기도 한다.

 

서부발전 평택발전본부 노동자 김씨는 "발전소 원청 노동자도 위험에 노출된다. 다만, 위험요인에 대해 미리 확인하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안전교육과 점검 확인한다"며 하청업체의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부발전 태안화력본부 노동자 이씨도 "고 김용균님의 작업라인에서 28번이나 설비개선 요청했으나, 돈 많이 든다며 묵살 당했다. 반면 원청노동자들은 설비개선 사항 제안 실적을 강요 받는다"며 운전부서, 정비부서, 설계부서, 총책임자가 매일 회의를 하고 하청업체 관리자도 참여하지만,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개진하지 못하는 구조를 꼬집었다.

 

 

산재사고는 왜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되나?

 

"발전소 원청 직원이라면 그렇게 위험에 노출되게 두지 않습니다"

 

고 김용균님의 죽음은 구조의 살인이며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계속 생긴다고 발전소 노동자들은 경고한다.

 

"정규직전환하고 원청회사 시스템으로 운영해야 된다. 인력충원도 반드시 있어야 된다"

 

"사고재발 대책으로 현장을 정확히 진단한 후 설비개선이 우선이다. 두번째는 안전교육 강화다. 2인 1조 업무도 필요하다"

 

사고재발을 막기 위해선 정규직 전환하여 원청회사 체계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확한 현장 진단 후 설비개선, 안전교육 강화 등을 제안하는 입장도 있다. 효율성 중심의 경영방식과 경영평가 중단, 민영화 중단과 직영화, 인력충원은 공통적인 입장이다.

 

 

노동자간의 갈등 일으키는 정부 지침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내세웠지만 해당 기관에만 맡겨뒀다. 애매모호한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으로 현장 노동자들 간의 갈등만 키웠다.

 

“발전소 원청 노동자로 입사하기 위해 몇 년 동안 준비해 온 과정이 있기에 특혜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잘 일할 수 있다. 지금 일하고 있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정규직전환해야 한다”

 

서울교통공사, 한국잡월드 등 정규직전환과정에서 갈등을 겪은 공공기관들처럼 발전소 노동자들간의 갈등은 싹튼다.

 

 

확실한 정규직전환 정부 지침 필요

 

공공운수노조 산하 정규직전환 투쟁 사업장 간부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 이제까지 자회사, 경쟁채용 등으로 사업장내 노동자간의 갈등에 많은 상처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애매모호한 정부지침 때문에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1호’ 사업장인 인천공항공사는 1년 전 정규직전환 노사 간 합의안을 파기했다.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들의 경쟁챙용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29일 고 김용균님 2차추모제에 시민대책위는 문재인대통령의 발전소 하청 비정규노동자와 만남을 발표했다. 시민대책위는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등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만나겠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추모제 참가 노동자들은

“문재인대통령은 발전소에서 일하는 하청 비정규노동자들의 정규직전환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된다”

“애매모호한 정부지침 때문에 현장 노동자들 간의 갈등을 더 이상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전환방식 논의하는 사이에 고 김용균님은 죽어갔다. 빨리 전환해서 또 다른 죽음을 막아야한다"는 반응이다.

 

 

안전한 일터와 세상은 '비정규직 정규직전환'에서 시작된다.

 

공공기관은 국민들의 삶과 밀접하다. KT아현동화재, 발전소와 전력 안전사고, KTX강릉열차탈선사고, 지하매설 난방배관 폭발, 강릉펜션 가스 안전 사고, 지하철 안전사고, 병원내 감염 등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직접 연결된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발전업무의 외주화는 기업 내부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 및 안전에도 영향을 준다. 발전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민간 경쟁체제 확대 정책이 폐기돼야 한다”며 공공성이 바탕이 돼야만 일터의 안전과 국민의 안전한 삶이 보장된다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