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재정분권TF(위원장 윤영진 계명대학교 교수)가 만들어져서 재정분권에 관한 공약 이행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년 말 발표되기로 했던 재정분권의 구체적 청사진은 아직도 발표되지 않고 있다. 분권정책을 진행하는 청와대와 중앙정부 예산을 최대한 지키려는 기획재정부의 의견이 크게 갈리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알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양자의 견해 차이가 재정의 총량보다는 지방의 실질적인 재량예산을 얼마나 늘릴 것이냐에서 발생한다는 것에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중앙과 지방의 재정관계가 복잡하다는 이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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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의 구조를 잘 모르는 국민들은 지방세를 올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세금을 내면 그곳에서 사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정의 구조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먼저 중앙과 지방의 관계를 봐야 한다. 지자체 수입은 지방세와 세외수입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핵심은 지방세다. 세외수입은 매각 등 일시적인 것이 아니면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방세는 국세가 80%, 지방 몫이 20%라서 규모 자체가 작다. 대통령의 공약은 이걸 늘리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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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는 실질적인 지방재정 분권 실현을 위해 현재 8대 2인 국세·지방세 비율을 7대 3을 거쳐 6대 4까지 조정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국세를 일부 지방으로 이양하는 방식으로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만 높이면 교부세 의존도가 큰 18개 지자체는 재정수입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지방세 비율을 높여 국세가 줄어들면, 국세 중 내국세에 연동돼 지자체로 흘러가는 지방교부세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지방교부세는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필요 재원을 모두 조달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해 국세 중 내국세의 19.24%를 지방 행정에 보조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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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살림연구소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올해 일몰이 예정된 교통에너지환경세를 개별소비세로 전환하는 안을 제시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 따라 휘발유·경유를 구매할 때 별도로 부과되는 소비세의 일종이다. 이는 지출이 정해진 목적세로 분류되기 때문에 개별소비세와 달리 내국세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내국세에 연동된 지방교부세 재원에서도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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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세 늘리면 ‘부자 지자체만 더 좋아진다’는 현실이 있다. 지방재정 분권 강화를 위해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현행 8대 2에서 7대 3으로 조정하면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이 오히려 감소하는 ‘지방세 증대의 역설’이 나타날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중앙과 지방의 갈등구도가 아니라 지방과 지방의 갈등구도가 생길 것이다. 치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악마는 각론에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