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미 대선 경선 당시 버니 샌더스 지지 운동을 통해 급성장한 미국민주사회주의자(DSA : Democratic Socialist of America)의 회원수가 4만명에 근접하면서 무서운 정치적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뉴욕 민주당 하원의원 경선에서는 약관 20 대의 젊은 여성 오카시오-코르테스가 차기 원내총무를 예약한 10선의 중진 의원을 물리쳤다. 한국에서도 정치공학에만 빠져있는 기성 정당에 철퇴를 가하는 새로운 젊은 진보그룹이 형성되기를 기대하면서 미국 내 진보포탈에 실린 내용을 소개한다.


지난 5월, 세 명의 젊은 여성 정치인들이 펜실베이니아 주의회 예비선거에서 탄탄한 정치적 입지를 가진 남성 정치인들을 당당히 꺾었다. 이들은 모두 미국민주사회주의자들(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 DSA)의 공개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 중 30세의 썸머 리(Summer Lee)와 32세의 사라 이나모라토(Sara Innamorato)는 펜실베이니아 정치의 상징과도 같은 코스타 가문의 먼 친척인 돔 코스타(Dom Costa)와 폴 코스타(Paul Costa)의 자리를 차지했다.

올해 37세의 엘리자베스 피들러(Elizabeth Fiedler)는 둘째 아이를 출산한 지 3개월 만에 출마를 선언했고, 필라델피아의 선거사무소에 탁아시설을 설치해 다른 부모들도 유세 전 아이를 맏길 수 있도록 했다. 유권자들과 이야기 하면서는 자신도 아이들 건강보험을 위해 메디케이드(Medicaid)와 아동건강보험프로그램(CHIP)에 의존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보험 소멸 후 2주간 느낀 불안함을 고백했다.

썸머 리는 로스쿨을 졸업한 이후로 계속 그녀를 짓눌러 온 20만 달러 이상의 학자금 때문에 본능적으로 “모두를 위한 양질의 무상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선거인 대부분이 백인인 지역에서 흑인 여성인 그녀는 전체 투표의 68% 득표했다).

이나모라토는 부친의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어떻게 그녀와 어머니가 중산층 밖으로 밀려났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녀는 나에게 “우리 선거구가 겪은 그 고난을 내가 다 겪어왔다”고 말했다.

이들의 선거는 현재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풀뿌리 시민사회 부흥 운동의 일환이었다. 나는 이것이 이 칠흑 같은 암흑기에 낙관론을 위한 단 하나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뉴욕의 뉴스 속에 파묻혀 나는 종종 절망감에 시달리곤 한다. 의심스러운 저의와 부패한 성격으로 설명되는 권위주의적 대통령은 두 번째 연방대법원의 판결과 함께 미국을 수세대에 걸쳐 바꿔버릴 태세다. 연방정부는 절대 처벌받지 않는 부패의 장이 되었다. 내 아이들 또래의 어린 애들은 이민자라는 이유로 부모와 떨어졌다.

그러나 미 전역의 모든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근본적으로 민주주의를 재건하기 위해, 정치적 힘을 발휘할 방법을 찾기 위해 거의 초자연적 힘을 내 노력하고 있다. 반 트럼프의 중추가 되는 중년의 비주류들에게 흔히 이러한 노력은 곧 민주당 지지를 의미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을 썩은 정치와 경제 시스템의 절정으로 보는 젊은이들에게 이러한 노력은 곧 당을 민주적 사회주의의 수단으로 재건하는 것을 의미한다.

리와 이나모라토 그리고 피들러의 승리는 마치 폭풍 전야처럼 느껴진다. 지난 화요일에는 비슷한 양상이 뉴욕이라는 좀 더 큰 무대에서 재현되었다. 28세의 민주적 사회주의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가 19년간 자리를 지킨 민주당의 조셉 크로울리(Joseph Crowley)를 이긴 것이다. 크로울리는 퀸즈 카운티 민주당 의장이자 낸시 펠로시(Nancy Pelosi)의 뒤를 이어 차기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로 손꼽히던 인물이었다. 해당 선거가 열리기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크로울리는 자체 여론조사에서 오카시오-코르테즈를 36%p 앞서 있었다. 선거는 결과적으로 오카시오-코르테즈가 15%p 앞서며 끝이 났다.

NEW YORK, NY - JUNE 26: Posters for progressive challenger Alexandria Ocasio-Cortez outside her victory party in the Bronx after Ocasio-Cortez upset incumbent Democratic Representative Joseph Crowly on June 26, 2018 in New York City.  Ocasio-Cortez upset Rep. Joseph Crowley in New York’s 14th Congressional District, which includes parts of the Bronx and Queens. (Photo by Scott Heins/Getty Images)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의 포스터. 그녀는 6월 26일 뉴욕 시에서 민주당 현직 하원의원 조셉 크로올리를 물리쳤다. (사진 Scott Heins/Getty Images)

 

오카시오-코르테즈는 펜실베이니아 여성들과 같은 방법으로 승리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를 동원했고, 봉사자 1인당 한 명의 유권자와 연결했다.

“전국적 관심이 전혀 없었던 시절부터 몇 달을 계속 지하철역 등에서 유권자들에게 이야기를 거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지난 5월 오카시오-코르테즈를 지지한 뉴욕주 검찰총장 후보인 제피르 티치아웃(Zephyr Teachout)의 말이다.

해당 선거구의 압도적인 민주당 구성비율을 봤을 때, 오카시오-코르테즈의 본 선거 승리는 거의 확실하다. 리와 피들러, 이나모라토 역시 이렇다 할만한 공화당 경쟁자가 없어 의원 선출이 확실시된다.

트럼프는 트위터로 오는 11월 훨씬 더 많은 공화당 의원을 탄생시켜 자신의 통치를 한층 강화할 붉은 물결에 대한 환상을 펼쳤다. 그러나 진짜 붉은 물결은 민주적 사회주의가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늘리는 것이 될지도 모르겠다.

미국민주사회주의자들(DSA)을 이끄는 마리아 스바트(Maria Svart)는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Medicare for All), 미국이민세관단속국(United State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의 폐지, 연방정부의 일자리 보장 등을 포함하는 코르테즈의 공약을 언급하며 “이런 문제를 가지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오카시오 코르테즈가 속한 DSA는 미국 내 가장 큰 사회주의 단체이다. 2016년 대선 당시,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가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자 그 회원 수가 7,000명에서 37,000명 이상으로 증가하며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DSA는 선거 때에는 민주당과 일하지만, 정당이라기보다는 외부에서 부정에 맞서 싸우는 운동단체에 가깝다.

오카시오-코르테즈의 공약에 반영된 DSA의 많은 목표가 민주당 진보 진영의 목표와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닮아있다. 다만 DSA는 기꺼이 진보주의자들과 함께 일하지만, 그 회원들은 전체적으로 민주적 사회주의 중 “사회주의” 부분에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 DSA의 설립헌장은 “자원과 생산에 대한 민중적 통제, 경제계획, 공평한 분배, 페미니즘, 인종평등, 억압 없는 관계 등 인도적 사회”를 명시하고 있다.

생산 수단의 민중적 통제에 대한 논의는 나이가 많은 민주당원, 심지어는 일부 매우 진보적인 당원들에게도 환영을 받지 못한다. 이는 젊은 당원들과 훨씬 잘 어울리는 주제로 최근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18세~34세의 민주당원 중 61%가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경기침체와 치솟는 학자금, 불안한 의료보험, 일자리의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극심한 물질적 불안정을 겪었다. 이들에게 공산주의의 광범위한 실패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자본주의의 실패는 곳곳에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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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 나선 민주사회주의자(사진: 위키백과)

DSA가 지지하는 후보들이 승리했다고 DSA가 그 공을 독차지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포퓰리스트 계열의 브랜드 뉴 콩그레스(Brand New Congress)와 저항단체 인디비저블(Indivisible)의 지역 지부 등 많은 단체가 오카시오 코르테즈를 위해 힘을 합쳤다. 또한, 피들러와 리, 이마모라토의 승리를 DSA가 도왔던 것은 사실이나, 이들 뒤에 DSA만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실제로 민주당원 사이에서 이데올로기 전에 대해 말은 많지만, 그 경계는 생각보다 유연한 듯 보인다. 최근 나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이마모라토를 위해 자원봉사를 했고, 민주당의 재활을 돕는 젊은 여성을 지원할 수 있어 감격스러웠다는 한 온건파 저항 운동가를 만났다.

배리 루시(Barry Rush)는 올해 63세로 은퇴 후 삶을 보내고 있는데, 과거 민주당과 공화당을 고루 찍었지만, 트럼프에 놀란 후 이제 Progress PA라는 자유주의 단체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의 주요 관심사는 민주당원을 찍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을 이야기하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저는 계속 스머프 버튼을 누를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민주당에 젊은이들이 필요한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이나모라토의 승리 축하 파티에 “젊은 사람들이 500명이나 있었다”라며 거기 모인 밀레니얼 세대들을 보고 힘이 났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손주들을 위한 희망을 얻었다.

한편 DSA의 젊은 회원들은 분석을 통해 트럼프의 재앙을 이해하면서 희망을 잃지 않는다. 이들은 왜 우리 사회가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사회를 재건할 것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때로는 진보주의자들보다도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일들에 놀라지 않는다.

나는 피츠버그 동부 끝의 한 작은 커피숍에서 피츠버그 DSA의 공동의장인 29세의 아리엘 코헨(Arielle Cohen)과 두 명의 다른 지부 지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코헨은 “트럼프의 재앙은 모두가 개별적으로 위협을 느끼고, 트럼프와 싸워야만 할 것 같고, 행정부와 싸워야만 할 것 같이 느껴진다는 것”이라면서 “사회주의자들은 사실 이 상황이 아주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 말하죠. 트럼프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냥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란 거죠.”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에서 묘한 위안감이 느껴진다. 사회주의자들은 자신을 현재의 재앙을 피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존재가 아니라 미래에 그들이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드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다.

620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DSA 피츠버그 지부의 코헨과 그 동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이 지역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쏟아붓는 노력을 알고 놀랐다. 공립학교가 문을 닫는 날이면 DSA의 사회주의-페미니즘 위원회가 온종일 아이들을 돌보고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다른 일부 지부들처럼 피츠버그 DSA도 회원들이 자동차 브레이크 등을 무상으로 교체해주는 자동차 클리닉을 연다든지, 경찰의 불필요한 개입을 피하도록 사람들을 도우면서 지역사회로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메리라는 이 지역 정비공이 회원들이 자동차에 숙련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DSA 지부들은 꾸준히 회의와 사교모임을 개최해 미국인의 삶 속에 유행처럼 번지는 개인의 고립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스바트는 “모든 것들이 매우 개인화되었고, 이것이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있다”라며 “사람들은 매우, 매우 외롭습니다. 자살률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했죠.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겁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정치와 공동체 생활의 융합은 기독교 우파가 지지자들에게 제공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사회적 자본은 어떤 선거자금으로도 살 수 없다.

오카시오-코르테즈의 승리 이후, 펠로시는 사회주의가 민주당의 당론이라는 공화당의 공격을 반박했다. 수세대 간 “사회주의자”는 불명예로 치부되었고, 민주당원 모두를 향한 공격이었으므로 방어적 태세를 취한 펠로시를 비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오카시오-코르테즈 같은 지원자가 많을 것이고, 민주당은 이들을 환영해야 한다. 민주당을 가까이할 수 있는 단체로 재건하기 위한 작업에 이들의 젊음과 열정, 의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민주당 지도부가 원하든 아니든 그 젊은이들은 오고 있다.

다른 주들과 달리 펜실베이니아에서 주의회 의원은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는 아주 힘든 일이다. 썸머 리가 승리한 지 한 달 후 그녀를 만났는데, 리는 주 수도인 해리스버그에 입성해 배워야 할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자신과 동료들이 민주당을 다시 만들 준비가 되었음을 자신했다.

리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우리가 하는 일로 뭔가를 보여준다면, 우리가 민주당을 재건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기득권에 맞서 도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선거운동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선거운동을 펼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실제로 선거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이길 수 있습니다. 펜실베이니아를 넘어 모든 곳에서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미셸 골드버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더 네이션(The Nation)의 선임작가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