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몽희 재래닭유정란 생산자

 


지난해 DDT 검출로 농장을 닫아야만 했던 이몽희 생산자는 경북 영양에 새로운 농장을 마련하고 재래닭유정란 공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년 8월은 이몽희 생산자와 그가 키우던 8,526마리의 닭에게는 아프고 무거운 시간이었다.

수십 년 전에 금지된 DDT 성분이 유정란에서 미량 검출돼 키우던 닭을 모두 살처분해야 했기 때문이다. 농장을 새로 구하고 옮겨 6월부터 다시 공급을 시작하는 이몽희 생산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기구하다 싶었다.

세간에는 DDT가 검출돼서 농장을 옮긴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이몽희 생산자는 그 전부터 농장 이전을 계획하고 있었다.
작년 5월, 영양군 밤시골 산자락에 8만 평이 넘는 땅을 사서 새 농장으로 인허가 신청까지 마쳤다.
그리고 석 달 뒤 기존 농장에서 DDT가 검출됐다.

“재래닭 육성에 더 많은 사람을 참여시켜야겠다 싶어 더 큰 곳으로 농장을 옮길 계획이었는데, 8월에 사고가 났어요.” 원인이 무엇이건, 안전하고 좋다고 말하던 물품에서 사고가 난 것에 대해 그는 공급자인 자신이 원죄인이라 말했다. 그래서 농장의 폐업은 당연한 결정이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가로부터 적잖이 상처도 받았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처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시와 도에서는 이미지 고착화를 우려한 듯 속전속결이었어요. 사람 데려와서 살처분하고 소각하는 모든 절차를 그들이 진행했어요.” 그래 놓고 보상 문제에 있어서는 ‘자진 폐업’이기 때문에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했단다.
이전 농장을 정리하는 비용도 만만찮아 시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 역시 예산이 없다고 거절당했다.

그는 아직 영천 농장을 깨끗하게 정리하지 못한 것이 맘에 걸린다.
오염된 땅이라니 앞으로는 농사를 짓지 못하도록 토지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
국가에서는 생활안정자금으로 3,350만 원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는 받지 않았다.
그 금액에는 재래닭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빠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토양 오염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이 돈을 받고 끝내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생각됐다.

“땅마저 오염되어 절망했겠다고들 하지만, 저는 사고 자체보다 그 이후의 대처가 더 절망적이었어요. 아직도 정부에서 마련된 대책은 아무것도 없어요. 땅에 대한 인식이 잡히려면 앞으로 한 세대는 더 흘러야 하지 않을까요.”

하루아침에 절망적인 현실을 마주한 그에게 힘이 됐던 건 재래닭유정란의 가치를 알아봐 준 사람들, 그리고 한살림이었다.
한살림 생산안정기금과 한살림 생산자들이 보내온 위로금, 조합원들의 선물과 편지 등이 그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재래닭은 토박이씨앗처럼 알을 부화시켜 다시 어미닭으로 키운다.
경주의 또 다른 농장에서 병아리부터 다시 키워낸 닭들을 새로 지은 농장의 계사 다섯 동에 넣었다.
세 동에서는 선별과 포장 작업을 한다.
재래닭유정란은 수확량이 적기 때문에 대규모 유통 자체가 어려운 품목이다.
현재 산란계 5,000수만으로는 농장 운영이 이전처럼 정상화되기 힘들지만, 그는 조급해 하지 않고 다시 차근차근 시작할 예정이다.

 

 

지역 사회에 ‘대기업에서 육계를 수십만 마리 키운다더라’고 소문이 잘못 나는 바람에 농장을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그는 6월 1일부터 열흘 간 군민들에게 농장을 개방한다.
너른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닭들을 직접 와서 본다면 냄새나고 좁은 케이지형 계사를 생각했던 누구라도 생각을 바꿀 것이다.

 

 

만약 그가 작년 5월에 부지를 준비하자마자 바로 농장을 이전했다면, 그래서 영천에 농장이 없었다면, 우리에게 DDT 사고는 없었던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았을 뿐 땅에는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생산지가 없다면 생산자라는 이름도 없기에, 우리가 지금 다시금 땅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다.

 


 

재래닭유정란
이렇게 다시 시작합니다

 

2018.3
신규 농장 시설 완공

– 2018.4
재래닭 병아리 및 산란닭 입수

2018.5
재래닭유정란 시범 생산 시작

2018.6
재래닭유정란 공급 재개

2019~
종계사, 재래닭연구동 설립 예정

 

 


 ○ 재래닭유정란 어디서 자라나요?

– 70평(계사와 운동장 각각의 크기)

– 11~14수(평당 사육밀도)

– 야마기시형 계사(햇볕○, 통풍○)

– 짚과 건초(계사 바닥 깔짚)

 

 ○ 재래닭유정란 뭐가 다른가요?

재래닭이란? 

영남대학교와 경북축산기술연구소에서 복원한 우리나라 고유의 닭입니다.
자가채종하는 토박이씨앗처럼, 농장에서 산란한 유정란을 부화시켜 다시 어미닭으로 키워내는 방식으로 자가생산하지만 산란율이 일반 닭의 절반 이하 수준에 불과합니다.
크기는 작지만 운동성이 강해 넓은 계사에서 키우며, 계사마다 딸린 야외 운동장에서 활개치고 뛰어놀며 자랍니다.

재래닭유정란이란?
일반 유정란에 비해 색이 옅고 껍질이 얇으며 크기가 작습니다.
고소한 맛이 좋고 영양분이 풍부합니다.

 

 


 

 ○ 조합원이 직접 확인했습니다

한살림의 모든 물품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산지 점검을 통해 물품안정성을 확보하는 일까지 조합원이

함께 합니다.
한살림연합 농산물위원회에서는 5월 16일, 이몽희 생산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재래닭유정란 생산과정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영양군은 육지 속 섬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산이 많고 오염되지 않은 곳입니다.
이몽희 생산자는 8만여 평임야 중 3천여 평을 새로 개간, 계사 여덟 동과 관리동을 신축하고 재래닭 8,000수를 입수시켰습니다.
계사는 야마기시형을 변형한 형태로 자연채광과 통풍이 잘 되도록 하였으며, 산란상자가 아닌 검은 주름관을 이용하여 길게 이어진 산란통에 닭들이 빼곡히 들어앉아 알을 낳고 있거나 품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계사 한 동과 그에 딸린 운동장은 각각 70여 평이며 평당 11~14마리의 사육밀도로 한눈에 봐도 닭들이 매우 건강해 보였습니다.
이몽희 생산자는 ‘미안하고 고마워서 다시 제대로 하고 싶었다’며 ‘일 년도 안 되어 다시 일어서는 것이 쑥스럽지만 믿음에 보답하겠다’고 전했습니다. ‘한살림이 아니면 할 수 없고 한살림이니까 한다’는 그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노승걸 한살림성남용인 농산물위원장

 

○ 꼼꼼하게 검사했습니다

지난해 8월 재래닭유정란 DDT성분 검출 이후 한살림은 재래닭유정란의 생산출하기준 및 생산점검체계를 보완하고, 정기검사를 시행해 그 결과를 공개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에 따라 재래닭유정란 공급을 앞두고 유정란, 토양 등에 잔류농약 320종과 축산 33종, DDT 성분 검사를 진행, 불검출 판정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그 내용을 공유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