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비롯해 법관들에 대한 강제수사,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대법원 스스로 법관 사찰하고 독립성 유린한 범죄 혐의 드러나

상고법원 위해 ‘이용’당한 판결들, 재심으로 바로잡아야

 

지난 5월 25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양승태 대법원 시절 법관 사찰이 이뤄진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들에 대한 인사상의 불이익은 발견할 수 없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을 사찰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지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고 세차례 조사끝에 나온 결과이다. 세차례의 자체조사에도 결국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결과를 발표한 대법원에게 더 이상 이번 사태에 대한 규명과 처벌을 맡겨둘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법관 사찰과 사법부의 독립성 유린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있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사법행정 권한을 남용한 관련자들에 대한 강제수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특별조사단 조사결과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은 참담한 지경의 행태를 보였다. 무엇보다 엄중한 사안은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 정권과 ‘판결을 거래나 흥정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특별조사단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은 국정원의 선거 개입 혐의를 받고 있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 1심에서 파기환송심에 이르기까지 청와대와 긴밀한 교류를 가졌다. 뿐만 아니라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정부와 재계의 고민을 잘 헤아리고 이를 십분 고려’했으며, 긴급조치 손해배상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과 배치된 판결을 한 1심 판사에 대한 징계까지 검토했다. 또한 법원행정처가 나서서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소속 통합진보당 지방의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도록 개입한 정황 등도 확인되었다. 대법원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왜곡된 판결을 이끌어 냈다는 의혹이 확인된 이상, 이에 대한 수사를 통해 피해 사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 그래야 왜곡된 판결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도 논의될 수 있다.

 

또한 양승태 대법원은, 진보적 일간지에 칼럼을 기고하고 코트넷에 비판적인 글을 올렸던 차 모 판사에 대해 재산관계의 특이사항을 검토하는 등 사실상 뒷조사를 하고 칼럼 기고에 대해 ‘겸직허가 신청 요구’ 등 외압 수단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소모임에 대해 장기간 동향을 파악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축소시키기 위해 법관들의 내부 모임 중복가입을 막은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특별조사단은 ‘실행 여부를 떠나 그 자체가 사법행정권 남용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형사책임을 묻는 적극적 조치로 나아가기에 충분치 않다’고 결론내리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여전히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성향, 동향, 재산관계 등을 파악한 파일들이 존재”하지만,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해 리스트를 작성하여 그들에 대하여 조직적, 체계적으로 인사상의 불이익을 부과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조사도 하지 못한 채, 임종헌 전 행정차장의 오랜 행정처 근무로 인해 발생한 개인적 일탈인 것마냥 물타기까지 하고 있다. 

 

대법원이 판결을 두고 정권과 거래를 시도하고, 정권 구미에 맞는 판결을 ‘기획’한 정황이 드러났으며, 다수의 사법행정권 ‘남용’, 또는 ‘부적절’ 사례가 확인되었음에도 특별조사단이 내놓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은 도리어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할 필요성을 반증해준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혐의가 드러난 관련자들에 대해 수사의뢰를 하여 이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긴급조치 발령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대법원 판결,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를 부인한 대법원 결정 등을 포함해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 방안’에서 언급되었던 판결들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해 해당 판결에 대한 의혹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는 참담하기 그지 없는 사법부의 환부를 제대로 도려내지 않고서는 국민이 열망하는 사법개혁은 결코 이룰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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