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5월 2, 2018 - 08:47
불평등 공시가격제도 개선 토론회 개최
경실련, 참여연대, 국회 불평등사회조사연구포럼 공동 개최
오늘(1일) 경실련은 국회 불평등사회조사포럼, 참여연대와 함께 불평등한 공시가격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1989년 공시지가가 도입됐으며, 2005년 보유세 강화 및 형평과세를 위해 주택가격 공시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도입이후 30년간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토지, 업무용빌딩 등 종류에 따라 시세반영이 차별화됨으로 인해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자와, 적게 보유한자, 근로소득세 납부자와 사이의 극심한 조세 불평등을 불러왔다.
발제를 맡은 전동흔 세무법인 율촌 고문은 “공시가격은 부동산 정책을 수행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며, 보유세 과세기준이 되는 등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중요한만큼 정확히 시가를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달리 적용해 결정하는 것은 조세평등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공시지가 등이 통계적 분석에 의한 것으로 어느정도 객관성과 합리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표준지 공시지가보다 정밀성이 떨어지면서 시가를 반영하는데 한계가 잇는 구조다. 현실화율이 낮은 상황에서는 정확한 통계적 기법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부정확한 공시가격으로 인한 문제는 낮은 과표 현실화율로 인한 과세불평등이 초래된다는 점이다. 전동훈 고문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은 부동산일수록 실질적 보유세 감면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며, 현실화율이 낮고 고가인 주택일수록 과세 불평등이 심화 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불평등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표준 부동산은 전문가에 의해 정확한 적정가격으로 중앙정부가 공시하고 개별부동산은 표준공시가격을 토대로 지방정부가 조사산정하는 체계로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실조사산정이 되지 않도록 단독, 공동주택과 비주거용부동산 검증체계를 전문가에 의한 3단계 검증체계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토지는 전문 감정평가사가 검증하지만, 단독주택은 한국감정원 직원이 검증하고, 공동주택과 비주거용(집합) 건물의 경우에는 검증절차 자체가 없다.
다만 공시가격의 급격한 조정은 조세저항의 요인이 되므로, 점진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가주택 뿐만 아니라 서민이 가지고 있는 중소형 주택도 부담이 증가한다는 점, 고가주택이라도 수입이 적은 가구의 경우 여려움이 있다는 점, 지역건강보혐료 등 인상과 연계되는 점 등의 고려해 점진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동일 가격, 동일 세부담’ 원칙을 실현하도록 목표 현실화율을 설정하고, 다양한 부동산 특성과 지역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지방정부에 과표조정권을 부여하고 공동주택가격 공시결정권을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철형 한국감정원 주택공시처장은 “표준주택은 부동산 전문기관인 한국감정원이 직접 수행하고 있어 정확성과 균형성 제고가 가능하나, 개별주택은 표준주택을 기준으로 가격비준표에 의한 대량 산정방식으로 적정성 제고에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실거래가 역시 공시물량 대비 발생건수가 미미(1%미만)하고 시기적, 지역적인 편중문제, 정상적인 시장가격으로 보기 어려운 사례가 다수 있다어 무작정 반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가주택은 거래희소, 주관적 가치요소(건축시공, 조경, 특수구조) 등 개별성이 심해 표준주택 수 확대로 주택별 특성과 가격요인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부동산 공시제도 전반을 다루는 기획보도를 했던 경향신문 김원진 기자는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과 관련해서는 해명자료, 보도참고자료를 보도가 맞든 틀리든 거의 내지 않는 추세”라며, “정부 반박이나 해명을 하려면 정부가 가지고 있는 숫자, 통계를 공개해야 하는데 이를 꺼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한국감정원은 부동산 공시제도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는 비판에 ‘감정평가사들의 논리’로만 치부하며 업역 다툼의 프레임으로만 끌고 가려고 하지만, 감정원 직원들의 과다한 연봉에 투입되는 국가 예산을 부동산 공시제도 예산으로 돌려 정확히 조사발표하는 것이 조세형평성 등 공공성 강화와 토지공개념 실현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조은경 한국감정평가사협회 통합홍보이사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을 경우 그 원망과 비난은 감정평가사로 향한다. 이번 에버랜드사태 역시 담당 감정평가사에만 책임을 묻고 한국감정원에는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정평가사는 정부가 방침만 내려준다면 언제든지 시장가치100%로 공시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시장가치로 공시되는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아파트는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을70-80%까지 상향했지만, 단독주택에 대해서는 공시가격 상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공시지가 기준 재산세를 부과하는 상업업무용 빌딩 소유자들은 여전히 시세의 30-40% 수준으로 보유세가 부과되면서 아파트 소유자에 비해 막대한 세금 특혜를 누려왔다“고 설명했다. “표준지와 표준주택 선정 및 가격결정은 국토부의 권한이지만 불투명하게 진행되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검증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가격결정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 조사과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조사산정 보고서, 평가회의 및 가격균형협의 회의자료 등 관련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시세상향이라는 기본원칙을 정립하고 구체적 계획을 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한정희 부동산평가과장은 “정부는 불평등한 공시가격 개혁의지가 확실히 있다. 불평등한 공시가격 현상, 낮은 현실화율을 지속적으로 일관된 정책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제도가 애초 낮은 현실화율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이를 시세에 맞춰 높이기에는 시세 상승보다 공시가격 상승이 더 높아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공시가격 자체가 구체적 타당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개선할 점이라는 것은 분명히 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불평등사회조사포럼 정동영 대표의원은 “힘 쎄고 돈이 많은 사람이 좀 더 큰 부담을 지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이다. 2억짜리 집을 가진 사람에게는 높은 세금을 책정하고, 비싼 집을 가진 사람은 낮게 세금을 책정하고 있다. 이것은 정의가 아니다. 이것을 바로 잡는 것이 실질적 개혁”이라고 공시가격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