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림 바이오매스 활성화 위해서는 지속가능성 정책 전제돼야
녹색당 ·녹색연합 · 환경운동연합 공동성명
녹색당·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은 3월 13일 공동성명을 통해 발전사업자들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제도(RPS) 과징금 회피수단으로 악용해온 목재펠릿 혼소발전에 대한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현재 발전업체들은 화력발전설비에 목재펠릿 등 바이오매스를 혼합해 소각하는 방식으로 RPS 과징금을 회피해왔다. 발전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싼 연료구입에 뛰어들면서 동남아 등지에서 제조된 질 나쁜 펠릿이 매년 170만 톤 가량 수입되었다. 동시에 목질계 폐기물 연료인 바이오 폐기물고형연료(Bio-SRF)까지 시중에 유통되어 바이오매스산업은 ‘미세먼지 배출 주범’ 이라는 국민적 인식까지 생기고 말았다. 2017년 감사원은 ‘신성장동력 에너지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에서 ‘5개 한전 발전자회사의 우드펠릿 혼소에 의한 의무공급량 비중은 2012년 4.5%에서 2015년 34.5%로 급증했다고 지적하였으며 펠릿 혼소발전에 대해 국부유출이며 재생에너지 지원이라는 근본 취지에 위배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발전사업자들은 ‘나무는 탄소중립 연료’라는 논리로 바이오매스 발전에 더 많은 신재생에너지 가중치(REC)를 부여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대량으로 나무를 소각하는 것은 환경적으로 옳지 않으며 재생에너지 산업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목재펠릿의 96%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현행 바이오매스 정책은 재생에너지와 국내 산업 활성화를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 질 나쁜 펠릿을 제조하는 과정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동남아시아에서 우리나라까지 장거리 운송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하면 목재펠릿의 탄소 저감 효과를 내세우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목재펠릿 또는 Bio-SRF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들은 대형 전기발전업체들로 이들의 발전효율은 35%를 밑돈다. 즉 3그루의 나무를 사용하면 1그루만 에너지로 전환되고 나머지는 대기 중에 손실되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도 바이오매스를 무분별하게 소각하는 문제에 대해 ‘생산 가공 운송 과정에서의 탄소배출에 대해 고려할 것’이라고 가이드라인에서 명시하고 있다. 북미산 우드펠릿으로 대용량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을 하고 있는 영국에서는 국립왕실 연구기관인 채텀하우스가 지난 2017년 2월 연구보고서를 내고 대량으로 사용되는 바이오매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Woody Biomass for Power and Heat: Impacts on the Global Climate). 목재펠릿 산업이 활발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서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펠릿은 제재 부산물인 톱밥으로 만들어 가정용 난방에 주로 사용되고 20MW 이상의 대규모 바이오매스 발전 설비에 대해선 정부가 지원하지 않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2년 이후 발전차액 지원제도로 전환한 일본은 바이오매스 발전의 경우 2MW 이하의 분산형 에너지 공급설비에만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가중치(REC) 조정을 통해 무분별한 석탄 바이오매스 혼소발전과 초대형 바이오매스 발전을 규제할 것을 천명하였고 곧 조정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우드펠릿과 우드칩, 바이오-SRF를 사용하는 발전사업의 경우 전소는 1.5를 0.8로 낮추고, 혼소는 1.0을 0.5로(바이오-SRF는 ‘0’)로 낮추겠다는 것으로 기 운전 중인 설비에도 적용해 바이오매스 정책을 새롭게 정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산에 버려지는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활용할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사용하여 전기를 생산할 경우 2.0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법도 논의 중이다. 만약 이와 같은 정부의 의지대로 진행된다면 그동안 ‘무늬만 재생에너지’였던 바이오매스 산업이 제 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 한 일이다.
문제는 기존업계의 반발이다. 이들은 가중치를 조절하더라도 기존에 허가 받거나 운영 중인 발전소들에게 소급해서 적용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전국적으로 수거하여 질 낮은 펠릿을 만들고 이를 장거리 운송하여 대형 화력발전소에 사용하는 사업에 대해서도 2.0의 가중치를 요구하고 있다. 바이오매스 업계의 요구대로라면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연간 150만 톤 이상의 펠릿을 해외로부터 수입해야 한다. 장거리 해상운송과 육상운송이 불가피하고 질 낮은 연료를 태워 발생시키는 배출가스도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다른 한편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대형 화력발전에 사용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 숲에서 자란 나무를 에너지를 사용하여 펠릿으로 만들고 장거리 운송해 효율 낮은 연소기기에 사용하는 일은 재생에너지 산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국민건강과 환경을 해치는 일이다. 바이오매스 업계는 더 많은 정부지원을 요구하기에 앞서 사용하는 설비의 효율을 높이고 지역단위 연료 수급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정부는 계획대로 대형 바이오매스 발전 설비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바이오매스를 대형 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산업이 아니다. 무엇보다 분산형 에너지 공급을 가로막아 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산림 바이오매스 정책을 위해서는 대규모 발전용이 아닌 마을 단위 분산형 열병합발전용으로 전환하고, 바이오매스의 자급자족 원칙에 따라 지역의 미이용 목재를 중심으로 활용하고 간벌목이나 재선충 피해목과 같이 산림의 지속가능한 관리 목적에 한정해 허용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이 에너지 조합에 참여해 스스로 전기 생산과 열 공급에 나서도록 제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18년 3월 13일
녹색당 · 녹색연합 · 환경운동연합
문의: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에너지국장 02-735-7067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