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진행한 다음 스토리펀딩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에 대한 중간 보고 및 회계입니다.



다음 스토리펀딩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후원자 님께

메탄올실명 청년노동자 6명의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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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12 강릉 1박2일 여행>


안녕하세요, 노동건강연대입니다.

지난 2017<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펀딩에 1천명이 넘는 분이 후원을 해 주셨습니다. 후원금 목표를 1,500만원으로 설정하고서도 불안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1,700만원이 모였습니다. 정부가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에, 그 분노와 연대의 마음이 모여서 6명의 청년 노동자에 대한 응원이 커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7714, 입금된 펀딩 최종 금액은 세금을 제한 14,861,510원이었습니다.

스토리펀딩을 시작한 건 재활을 위한 다양한 물품과 프로그램을 위한 비용 때문이었습니다. 

6명 청년의 재활을 지원하고, 더 많이 알리고, 국가와 기업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면서 조심스럽게, 소중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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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펀딩의 첫 지출은 스토리펀딩 리워드와 토크콘서트를 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동영상, 사진, 기고 등을 통해 홍보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리워드 책자<알아두면 쓸모있는 노동과건강>의 디자인비용, 토크콘서트를 빛내주신 초대손님들, 음향 장비 등에 후원금을 사용했습니다.

 

스토리펀딩을 진행하는 동안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자와 민석기 사진작가가 없었다면 펀딩 자체를 시도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유튜브에 올린 당사자들의 인터뷰영상, 포스터, 리워드책자 디자인은 모두 조완웅 디자이너가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토크콘서트에 오셔서 노래를 들려주신 <416가족합창단>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일일이 호명할 수 없는 많은 분들이 토크콘서트 당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습니다.

 

이 토크콘서트에 5,680,693원의 돈이 쓰였습니다. 제법 큰돈에 놀라셨을 겁니다. 이 비용에는 토크콘서트 장소비, 사람들을 만나는데 들어가는 교통비, 식시, 2년간의 영상과 편집디자인 작업비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천, 수원, 창원에서 오는 메탄올 당사자와 가족들의 교통비역시 비용이 들었습니다.

 

사실 현재도 교통비는 생각보다 매우 많이 들고 있습니다. 경남 창원의 병원에 입원해 있는 D는 물론, 인천 부천에서의 이동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하철과 버스 등을 이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한 순간에 시력을 잃은 6분은 택시를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동반자가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같이 이동할 사람이 없으면 도와줄 사람을 따로 구해야 합니다.

 

이동의 어려움은 5~6번의 가족 모임을 어렵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6명의 당사자 모두가 모여 회의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분들이 일하던 공장과 파견업체의 사업주들은 가벼운 형사 처분을 받는 것으로 형사사건이 종결되었습니다. 하지만 민사 소송과, 관리감독을 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에 대한 소송은 진행중입니다. 6명의 실명 이전에 이미 실명사건이 일어났고, 그 노동자가 중국으로 돌아간 사실도 새로 밝혀진 상황입니다. 당사자와 가족, 민변의 변호사와 노동건강연대까지 20명에 가까운 사람이 종종 모여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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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는 B, FA가 모여 송년회를 했습니다. 새해에는, 이 사건 이후 여행을 할 수 없는 분들이었기에, 선대식 기자와 민석기 사진가까지 모시고, KTX를 타고 12일 강릉으로 향했습니다. 모임마다 모든 분들이 다 참여할 순 없었습니다. 거리도 멀고, 몸이 너무 좋지 않으신 EC가 참석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이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 이야기도 공감해주는,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소송 대응을 논의하는 모임 비용에 1,839,400원을 사용했습니다.

 

돈이 6명 당사자에게만 쓰인 것은 아닙니다. 201712, 메탄올실명 노동자 1명을 추가로 발견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모르쇠로 일관했던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6명의 실명이 있기 1년 전에 이미 동일한 사건으로 완전히 실명한 노동자에 대해 산재보험을 인정한 사실이 있었던 것입니다. 저희는 너무 화가 난 당사자들과 함께 2014년 당시 노동부 장관 2인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열었습니다. E 아버지와 B는 직접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기자회견 비용으로 319,540원이 쓰였습니다. 이날의 교통비와 식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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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탄올실명 피해자 추가발견, 노동부장관 고발 국회 기자회견>

재활을 위한 기기 구입에 1,983,400원이 쓰였습니다. 적게 썼네, 의아하실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긴 사정이 있습니다. 노동자 재활에 책임 있는 주체는 근로복지공단입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메탄올 노동자 재활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6명 청년은 시각장애인으로 50년 이상을 살아가야 하는데 중도에 장애를 입은 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정보도 도움도 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맨땅에 헤딩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들이 직접, 장애인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복지관. 시설, 관공서마다 전화하고 찾아가면서 시각장애인들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알아보면서 다녔습니다. 시각장애인 시설과 프로그램, 필요한 물품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시각장애인용 컴퓨터, 일반 컴퓨터를 저시력 이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은 너무나 비쌌습니다.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살 수 없는, 수백만 원 이상이 들어갑니다. 정부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신청하려 했으나 어처구니없게도 1년 중에 봄에만 신청을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후원금 일부를 2018년 정부지원 사업 때까지 보류해놓고, 지원 사업을 통해 물품을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저시력자를 위한 컴퓨터, 문자 확대기기, 시각장애인용 노트북 등을 구매해 사용한다면 사회와 소통하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재의 물품 구입 목록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 요즘 스마트폰은 생필품입니다. 시각장애인이 되니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보이지 않으니 스마트폰도 무용지물이죠. 요즘 스마트폰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내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아이폰의 시각장애인용 내장프로그램이 가장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핸드폰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EF에게 아이폰을 사 드렸습니다. 또 복지관에서 점자를 배우기 시작한 영신과 F에게는 점자 학습용 물품을, 신호등 불빛을 보기 어려운 D을 위해서는 음성으로 신호등 변화를 알려주는 신호기를 구매했습니다.

 

부천에 거주하고 있는 FA<해밀도서관> 이라는 점자 도서관에서 점자와 시각장애인이 핸드폰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1월부터는 컴퓨터 교육도 시작했습니다. 수원에 사는 C는 아버지와 함께 병원에서 재활을 받고 있습니다. 관심이 많던 컴퓨터 교육 역시 받고 있습니다. 보행에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B는 운동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병원진료, 상담을 받습니다.

E는 아이폰을 받은 후 시각장애인용 프로그램을 밤낮 없이 익히느라 밥을 안 먹을 정도라고 합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의 달인이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점자도 배우고 있습니다. D는 조만간 평소 꿈이었던 제빵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을 예정입니다.

 

6명의 노동자가 실명한지 길게는 3, 짧게는 2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동안 당사자와 가족들은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분노가 있고, 왜 더 화를 내지 못했을까 자다가도 놀라서 깬다고 합니다.

그래도 펀딩으로 응원해주신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은 새겨져 있습니다.

 

서툴지만 새로운 삶을 위해 나아가는 6명의 청년들을 응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노동건강연대도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예정한 재활기기 구입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다시 한 번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125일 노동건강연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