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총론

 

남찬섭 |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전반적인 평가

현 정부는 경제정책 및 복지전략과 관련하여 소득주도성장과 포용적 복지국가론을 주창하였고 이는 내년인 2018년도 예산안에도 일정하게 반영되어 있다. 즉 현 정부는 2018년도 예산안의 투자중점으로 ① 일자리 창출 및 질 개선, ② 소득주도성장 지원, ③ 혁신성장동력 확충, ④ 국민이 안전한 나라, ⑤ 인적자원 개발의 다섯 가지를 제시하였는데, 여기서 「소득주도성장」은 명시적으로 부각되어 있으며 반면 「포용적 복지국가」는 드러나 있지는 않다. 또한 다섯 가지 투자중점 중 일자리창출과 소득주도성장, 인적자원개발에 조금씩 흩어진 채로 포괄되어 있다. 

 

정부예산안의 편성기조를 2015년부터 2018년데 걸쳐 비교해보면 정부예산의 기조가 변화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점도 알 수 있다(<표 1-1> 참조). 각년도 예산안의 기본방향과 재정개혁 기조를 보면 모든 연도에 성장동력 및 재정건전성 관련 기조가 언제나 포함됨을 볼 수 있다. 

 

이런 기조는 재정운영에서 늘 요구되는 기조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지구화‧탈산업화 및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더 많이 거론되는 것이기도 하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포용적 복지국가 역시 지구화‧탈산업화 및 저출산‧고령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재정운용기조와 소득주도성장 및 포용적 복지국가의 기조 간 길항은 지속될 것이며 그 길항 속에서 어떤 균형을 취할 것인가가 정부와 더 나아가 한국사회의 성패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정부 예산안의 총지출 추이를 보면, 2014년 355.8조 원에서 2017년 400.5조 원으로 연평균 4.0%씩 증가하였으며 현 정부에 들어와서는 7.1% 증가 편성되어 내년도 정부예산이 상당히 큰 폭으로 증액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정부예산이 12개 분야별로 어떻게 배분되어왔는가 그 추이를 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분야는 ‘문화‧체육‧관광’ 분야로 연평균증가율이 8.5%로 총지출의 연평균증가율 4.0%의 2배 이상이다. 이 분야 예산은 내년에 8.7% 감액됨으로써 크게 삭감되었다. 

 

2014~2017년 간 문화‧체육‧관광분야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았던 분야는 ‘보건‧복지‧노동’분야이며 연평균증가율이 6.8%에 달하는데 내년인 2018년 예산에서는 12.9% 증가하도록 편성되었다. 결국 2014년 정부 총지출예산에서 29.9%에 달하던 보건‧복지‧노동분야 예산은 2018년에는 34.1%를 차지하게 되었다. 보건‧복지‧노동분야 예산 중 일자리 예산은 이전 정권에서도 증가율이 높은 편이었는데(연평균증가율 9.0%) 2018년 예산에서의 증가율은 일자리창출 기조를 반영하여 그보다 더 높은 12.3%로 잡혔다. 그 외 교육예산(11.7%)과 일반‧지방행정예산(10.0%)이 큰 폭으로 증액되었고, 반면 문화‧체육‧관광분야 예산 외에 SOC예산(19.9%)과 환경예산(1.4%)이 삭감되었다. 

 

한국사회는 이미 1990년대 중반 경부터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이것이 1997년 외환위기로 가속화하였지만 이 문제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규모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대외의존성은 심화하는 한편 내수(內需)가 진작되지 못하고 분배는 계속 악화하여 갔으며 노동력(인적자본)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로 변모하였고 그 결과는 OECD 최저의 출산율과 OECD 최고의 노인자살률, 노인빈곤율이 10여년이 훨씬 넘는 세월 동안 지속되고 있다.

 

지난 보수정부 집권기 동안 우리사회가 이와 같은 양극화와 그로 인한 결과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나름대로 기울인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성장과 재정건전성 확보 위주로 재정을 편성한 상태에서 복지재정을 부수적으로 추가하는 기조를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복지를 배제한 예산구조를 짜 놓고 복지를 늘리면 그것이 세입이나 세출,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사후적으로 따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부 재정활동의 기본방향 자체를 복지와 사람을 중심으로 재편되게끔 근본적으로 구조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성장도 그리고 재정건전성도 그것들이 사람과 사람의 삶(복지)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의 측면에서 평가받는 그런 재정구조와 재정운용기조로 전환해야 한다. 

 

현 정부의 2018년도 예산안이 이러한 전환을 한꺼번에 이루어낼 수는 없겠지만 장기적인 전환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성장과 재정건전성은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적 요구라는 점에서 이것을 소홀히 하지 않되 이들이 복지와 사람을 중심으로 재정구조와 운용기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데 방해가 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부적인 평가

2018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총지출예산은 약 64.2조 원으로 2017년 57.7조 원 대비 11.4% 증가(추경 대비로는 9.8% 증가)하여 정부전체 총지출예산 증가율 7.1%보다 증가율이 높으며, 보건‧복지‧노동분야 예산(복지예산) 146.2조 원의 증가율 12.9%보다는 약간 낮다. 2018년도 복지부의 총지출 예산 64.2조 원은 정부전체의 총지출 429조 원 대비 15.0%에 달하고, 복지예산 146.2조 원의 43.9%에 달하는 규모로 편성되었다.

 

2018년도 복지부 총지출예산 64.2조 원을 복지부 정책의 하위분야별로 보면 보육‧가족 및 여성 예산(추경 대비 18.9%)과 노인예산(추경 대비 19.5%)이 매우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사회복지일반 예산의 증가율이 실제로는 가장 크지만 금액이 작음). 이는 포용적 복지국가의 실현을 반영하여 신설되거나 증액된 대표적인 사업인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이 이들 예산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이 외에 기초생활보장 일부 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2018년 10월부터), 주거급여 확대, 공보육 인프라 확충과 국가치매책임제 시행과 노인일자리 사업 확대, 장애인연금 급여인상 등으로 관련 예산이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한 점이 눈에 띄는 변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면 외에 아쉬운 대목도 발견된다. 

 

예컨대, 긴급복지지원예산의 경우는 정부예산편성에서는 감액편성한 후 나중에 추경으로 이를 보충하는 관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아직도 비수급빈곤층과 같은 사각지대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추경으로 보충하겠다는 태도여서 포용적 복지국가의 기조와도 맞지 않으며 예산편성관행에 대한 세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또한 공보육인프라예산의 확충은 긍정적이나 여전히 그 예산비중이 전체 보육예산의 2% 정도에 그치는 등 부족한 점이 있어 개선의 여지가 있고, 또 공공형어린이집 확대는 보육공공성 확보라는 정책기조에 비추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다. 

 

그리고 노인분야에서는 국가치매책임제와 관련하여 확충되는 치매안심센터 등의 시설인프라 외에 치매노인에 대한 인간적인 돌봄 모델 개발과 관련인력 교육 등을 위한 소프트웨어적 예산의 증액 등 보다 세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학대피해노인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예산의 증액 등의 조정이 있어야 한다. 

 

보건의료에 있어서는 문재인 케어가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소요재정 조달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에 해당하는 일반회계 지원금을 법률의 규정대로 전액 편성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전 정부 때 자행되어온 위법과 적폐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문재인 케어의 성공을 위한 초석으로서의 의미도 있을 것이다. 

 

장애인 예산에서는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지원할 수 있는 장애인소득보장과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의 예산이 거주시설지원 예산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긍정적이며 이러한 기조가 계속 이어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지원예산이 감액 편성된 것은 아쉬운 점이 있다. 

 

이와 함께 내년도 복지부 예산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으로는 각 분야의 사례관리사업을 ‘사례관리 지원체계 개선’ 사업으로 통합하여 2,229억 원을 신규로 편성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난 2000년대 초 이후 정부가 지속적으로 공공복지전달체계를 강화해온 데 따른 결과라 할 수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때늦은 감도 없지 않다. 공공전달체계에 관련된 복지부 사업으로는 사례관리지원체계 개선사업(2,229억 원) 외에 지역복지사업평가(40억 원),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203억 원), 공공사회복지전달체계 개선(703억 원), 사회보장정보원 운영(656억 원, 정보화 포함) 등도 있어 관련예산의 규모가 개략적으로 봐도 3,800억 원을 상회한다. 

 

이 외에 전달체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바우처 사업 관련 운영예산과 시설평가 관련예산, 민간복지기관 지원예산 등 민간전달체계 및 공사전달체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의 예산 등을 모두 고려하면 전달체계(공공, 민간 및 공공과 민간의 관계)에 관련된 예산은 전체적으로 5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다(아동, 노인, 장애인 등 각 분야의 민간기관 관련예산을 제외한 것임). 

 

현재 한국의 사회복지에서 특히 사회서비스 전달체계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다소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정부가 사례관리지원체계 개선사업의 예산을 별도로 편성한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며 다만 이와 관련된 정부의 전달체계 구축 정책이 그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민간중심적 전달체계의 조정과 연관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민간부문과 협조할 부분과 민간부문을 대체할 부분을 면밀히 분별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민간부문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