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부동산 적폐'와 정면 승부는 피했다
보유세 없는 8.2대책의 한계



이태경 /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문재인 정부가 최근 서울 강남 등 부동산 가격 급등을 잡기 위한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참여정부가 2005년 내놓은 8.31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라는 평가를 듣는 8.2부동산 대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8.2부동산 대책은 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으로 나누고, 각각 규제의 강도를 달리 하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청약 1순위 자격요건 강화 ▲가점제 적용 확대 ▲오피스텔 전매 제한 강화 및 거주자 우선 분양 적용 등의 청약제도 개선 ▲양도세 가산세율 적용 ▲다주택자 장기 보유 특별공제 적용 배제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요건 강화 ▲분양권 전매시 양도세율 50%로 일괄 적용 등 양도세 강화가 적용된다. 투기과열지구는 여기에 ▲재개발 등 조합원 분양권 전매 제한 ▲정비사업 분양 재당첨 제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예외사유 강화 등의 재개발, 재건축 규제 정비, 거래시 자금 조달계획 및 입주 계획 신고 의무화 ▲LTV 및 DTI강화가 추가된다. 끝으로 투기지역에선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규제가 고스란히 적용되며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건수 제한이 추가된다. 또한 정부는 공공분양 및 신규 택지 공급도 확대하고,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확대도 검토하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도 예정대로 시행한다고 한다.



8.2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들의 투기수요를 강력히 억제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무주택자들에게 주택 소유 기회를 확대하는 것을 정책목표로 삼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청약자격 엄격 강화 ▲전매 제한 ▲양도세 강화 ▲투기목적을 지닌 시장참여자들의 재건축 시장 진입 억제 ▲투기목적의 대출 제한 등의 조치가 전자에 해당한다면, ▲무주택자 대출 등에 대한 규제 강화 조치 미포함 ▲무주택자들에 대한 청약 당첨 기회 확대 ▲공공분양 및 신규택지 공급 확대 등의 조치는 후자에 해당한다. 



8.2부동산 대책은 청약, 세금, 재건축 및 재개발, 대출, 공급 등 부동산에 영향을 미치는 거의 모든 요소들에 대해 정부가 정책수단들을 총체적, 일괄적으로 동원해 투기를 잠재우고 집값 폭등을 막겠다는 의지, 주택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정책조합도 좋고, 타이밍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아쉬운 대목이 있다. 투기억제와 조세정의의 핵심 보유세 강화가 빠진 것이 바로 그것이다. 보유세 없는 양도세 강화만으로는 현금이 넉넉하거나 버틸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도를 압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보유세를 강화하지 않는 대신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확실히 추진할 것을 천명한 것도 아니다. 현금이 충분하거나 견딜 능력이 되는 다주택자들은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시장을 예의 주시할 가능성이 높다. 단 이들이 당장 주택추가 구매에 나설 유인은 상당 부분 완화된 것 같다.



나는 이번 기회에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와 임대소득 등의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확실히 추진해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 대표 적폐와 정면 대결하길 간절히 바랐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내 기대가 과했다. 아무래도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불안 요소를 잠복한 채 소강상태를 보일 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