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언제나 유사성의 세계 속에 왜곡되어 잠들어 있다는 독일의 학자 발터 벤야민의 말을 떠올린다. 그를 이끌어 낼 매개가 없는 한 기억은 언제나 꿈속에 왜곡된 채로 숨겨져 있다. 다시 말하자면, 그를 이끌어 낼 매개를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 기억이란, 없는 것과 다름없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 <개의 역사>는 크게 세 줄기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서사의 전면에 나타나는 늙은 개 백구와 그 주변인들이 첫 번째이고, 감독이 열네 번째 이사를 가서 만나는 아주머니와 그 동네 노인들이 두 번째 갈래이고, 그를 관찰하는 감독이자 촬영자, ‘나’와 나의 동기들, 내 기억이 마지막 줄기이다. 늙고 다리가 불편한 개 백구는 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