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난주 월요일부로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정책위원장직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대전시민경청위원회 참여로 경황없이 자리를 내려놓게 되어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짧은 사직의 변을 남기는 것이 도리라 생각되어 몇 자 적어봅니다.
지난 1994년 2월 어느날 문익환 목사님 발인식에 참석하고 곧바로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실을 두드린 인연을 계기로 시작된 시민운동의 길, 벌써 21년째가 되어갑니다. 그 사이 저는 간사에서 정책위원장으로, 총각에서 남편과 아빠로 ‘위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세월은 흘러 20대 청년의 소신과 열정은 온데간데없고 40대가 되어 앞으로의 삶을 고민해야 하는 평범한 중견 시민운동가인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못생긴(?) 얼굴을 커버하려고 항상 웃으려 애썼고,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거운 시민운동가의 당당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습니다. 나름의 정체성을 지켜려고 이념과 지향은 분명히 하려 했고,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날카로와 지려 남달리 애썼습니다.
자칫 건조하고 비인간적으로 비쳐질 수 있는 시민운동에 대한 시선을 바로잡으려고, 지역사회와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늘 따뜻한 애정과 포용력을 과시(?)했습니다. 또한 갈등과 증오의 지방자치 보다는 항상 협력하고 토론하는 거버넌스형 지방자치를 만들려고 나름 애썼습니다.
특히, 이곳 출신이 아니였기에 관계를 항상 중시 여겼으며, 비전문가라는 소릴 듣지 않기 위해 현안마다 전문성을 갖추고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부족한 것은 함께하고 있는 활동가들과 임원, 회원, 그리고 시민운동에 애정을 보내주시는 많은 전문가들과 함께 더 크게 채웠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감사인사 드립니다. 부족한 저를 성장할때까지 오랬동안 기다려 주시고, 부족한 저와 함께 기꺼이 동행해 주셨습니다. 기다려주시고 동행해주신 모든분들께 다시한번 감사인사 드립니다.
아쉽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지금까지 묵묵히 시민운동의 길을 걸어 왔듯이, 앞으로 제가 가야할 길을 걸어가려 합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가야할지 두렵고 고민입니다만, 지금껏 그랬듯이 애정으로 지켜봐 주시고 함께 동행해 주시길 간청합니다.
감사합니다.
금홍섭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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