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지사 필요없다', 왜 홍 지사가 결정하나

<주장>도민 선거권과 지방자치 정신 부정 발언... 도지사직 사퇴하는 게 상식 

조유묵 

지난 3월 31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되었다. 바로 그날 새벽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되었다. 권력의 사유화와 국정농단, 헌법유린으로 구속수감되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본 경남도민들은 같은 날 오후 '도정 사유화'와 '지역 민주주의를 농단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피의자 신분의 홍 지사가 헌정유린의 공범이라 할 수 있는, 당명만 바뀐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떤 심정이었을까?

홍준표 지사는 지난 3월 20일 경남도 주요간부회의에서 "보궐선거가 없다, 없도록 할 것이라고 한 달 전부터 얘기했는데 보궐선거를 노리는 꾼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보궐선거에 200억 원 이상의 돈이 든다", "괜히 헛꿈꾸지 말고 제자리로 돌아가서 직무에 충실하라고 얘기를 드리겠다"고 밝혀, 도지사 보궐선거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분명히 하였다. 

홍 지사가 보궐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이들을 '꾼'이라고 폄훼하거나 "헛꿈 꾸지 마라"고 비난한 것도 문제지만 그동안 홍 지사의 사퇴를 촉구해왔던 필자 입장에서는 본인이야말로 도민의 참정권을 위해 당장 도지사직을 사퇴하라고 충고하고 싶은 심정이다. 

보궐선거 원인제공자가 돈 때문에 선거 막겠다고?

홍 지사의 도지사 보궐선거 원천봉쇄에 대해 지역의 여러 정당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도민 참정권에 대한 유린', '반법치주의, 반민주주의 행위이자 쿠데타적 발상', '도정 농단이자 민주주의 유린행위', '홍 지사와 자유한국당이 도정을 절대 놓지 않으려는 술책', '보궐선거시 자유한국당 패배 때문' 등이 그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홍 지사가 사임서를 늦게 내거나, 경남지사 권한대행이 선관위에 통지를 즉시 하지 않을 경우,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가 '보선실시'를 결정하지 않는다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참정권 침해'로 고발은 물론 '대통령 후보 자격 정지가처분' 신청 등 법적 절차를 비롯해 모든 조치를 강구한다는 입장이다.

일단 보궐선거의 원인제공자가 자기 자신임에도 비용문제를 운운하면서 도민의 참정권을 봉쇄하겠다는 것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보궐 선거 비용이 걱정되면 자신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1년 이상의 도정 공백 비판에 대해 경남도지사 없이 행정부지사만 있으면 도정이 잘 굴러간다고 하는데, 그럼 지금까지 경남도지사 자리에 왜 있었는지 되묻는 것으로 갈음하겠다. 

홍 지사는 대선 입후보 자격을 정하는 기준과 보궐선거 시점을 정하는 기준이 다르고, 보궐선거 시점을 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구체적인 선관위 통보 시점과 방법이 명시돼 있지 않은 현행 공직선거법을 악용하여 보궐선거를 원천봉쇄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헌법이 보장한 국민 참정권을 짓밟고 제한하는 명백한 위헌 행위이자, 주민들이 선출한 자치단체장이 지역의 행정을 책임지도록 하는 지방자치 정신을 부정하는 행위다. 

더군다나 홍준표 지사는 다른 지방자치단체 출신 대선 후보들과는 달리 지난 3월 31일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되었음에도 경남도의회에 확인한 결과 지금까지 사퇴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사임일 10일 전(홍 지사의 경우 3월 30일까지)까지 도의회 의장에게 사임 날짜를 적은 사임통지서를 제출하도록 되어있는 지방자치법(제98조 1항)과 지방자치법 시행령(제65조)을 위반하고 있다. 법률가이자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지방자치법을 스스로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 상황이 이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 편집자 주)

선출직 공직자와 지방자치단체, 선관위를 비롯한 공공기관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선거제도를 수호하고 국민들의 기본권인 참정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설사 헌법과 법률이 미비하더라도 그 헌법과 법률의 입법 취지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준수할 의무가 있다.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참정권과 헌법이 정한 선거제도와 지방자치 정신조차도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훼손하는 것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농단하고, 사유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더군다나 홍 지사는 이미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된만큼 법적 문제를 떠나 즉각 도지사직을 사퇴하는 것이 국민과 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상식일 것이다. 대한민국 어느 누구도, 어느 법에도 홍 지사에게 경남도지사가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물론이고, 도민의 참정권을 유린할 권한을 주지 않았다.

'내가 곧 법'이라는 '법꾸라지' 홍준표 지사의 오만

홍준표 지사는 그동안 경남도정을 운영하면서 도민의 건강과 안전, 지역사회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해야 할 도정 책임자로서의 의무를 지키기 보다는 끊임없이 갈등을 부추겼다. 또 다름과 차이에 대해 포용하고 소통하기 보다는 색깔론으로 덧씌우려는 독선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경남도정을 운영하면서 보였던 막무가내식 불통행정과 막말, '내가 곧 법'이라는 오만과 독선은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지금도 여전하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김기춘과 우병우라는 말이 있다. 그 이유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교묘하게 법을 피해 가기 때문이고, 그래서 법을 피하는 미꾸자리, '법꾸라지'라고 한다. 얼마 전부터 언론은 홍 지사를 '법꾸라지'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나 아니면 안 된다' '내가 하는 것은 모두 정당하다'라는 생각으로 국정을 운영하다 수인번호 503번을 받는 비극적인 결과를 자초했다. 홍 지사는 이런 실패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에다 자신의 참정권과 민주주의는 최대한 누리면서,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는 방식으로 도민의 참정권과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경상남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좌측 상단에 홍 지사의 사진이 크게 실려있다. 전반기에는 사진과 더불어 '반갑습니다. 도지사 홍준표입니다.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자세로 도정을 수행하겠습니다'라고, 그리고 지금은 '반갑습니다. 도지사 홍준표입니다. 승풍파랑(乘風破浪)의 기세로 도정을 수행하겠습니다'라고 쓰여있다. 

그러나 그동안 홍 지사는 자신의 측근들과 공무원이 불법서명을 저질러 구속되어도 사과 한마디 없었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을 쓰레기, 개 취급하는 등 막말을 일삼고,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 폐업과 무상급식 중단 등 반서민적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리고 지금은 본인 맘대로 도지사 보궐선거를 없도록 하겠다는 반헌법적, 반민주적 행위를 일삼고 있다. 이것이 여민동락의 자세이고, 승풍파랑의 기세인가?

오히려 홍 지사 취임 이후 지금까지 도민들에게는 '여민동락'이 아니라 '각골지통(刻骨之痛)'이었고, 홍 지사의 '승풍파랑'은 '독선기신(獨善其身)'에 불과하였다. 그래서 본인이 만들겠다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바른 경남'과는 달리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찬 제왕적, 비민주적 도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제는 성완종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 계류 중인 피의자 신분으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 국민들은 어떤 심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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