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슈논쟁]

 

"환자부담 줄고 '저질·거품 진료' 방지효과… 의사협회 그들이 언제부터 환자를 위한 의료 질에 관심있었나. 생얼 진실은 병원수입 문제"

                                                                                               
"MRI, 초음파 등 비급여진료 병원간 10배나 차이… 의료 질에 대해 의사협회가 진정성이 있다면, 환자피해 더 심각한 비급여 질관리부터 나서야"

이 글은 건강세상네트워크 박용덕사무국장이 [한국일보 이슈논쟁]에 기고한 글로, 한국일보 6월13일자에  편집해서 게재되었습니다.

 

오는 7월 1일부터 100병상 미만의 병·의원급에서 수술하는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치질, 제왕절개분만, 자궁수술 등에 대해 ‘진료비 정찰제’가 의무 시행된다. 포괄수가제로 불리는 진료비 정찰제도는 우리 생활 속에서 흔히 수술하게 되는 위 7개 질병의 진료비를 정액으로 묶어 지불하는 제도이다. 이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하에서 만성화된 과잉진료를 방지하는 대안이자, ‘적정진료수준’ 유지를 위한 의료의 질 관리효과도 있다. 현행 행위별수가제 하에서 의료의 질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의료인의 자율적 선택범위에 맡겨져 있다. 반면, 환자는 이에 대해 알고 개입하고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사실상 현재까지 의료의 질에 대한 관리는 ‘형식적’으로 이루어져왔고, 환자에게 ‘질의 분별’은 전적으로 ‘지불된 가격’으로 ‘가늠’만 할 뿐이었다. 그러니 ‘비싼 진료’가 ‘질이 높은 진료다.’라는 공급자가 유포한 미신이 암암리에 통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의협회장이라는 분이 ‘값싸고 질 좋은 진료는 없다’고 공언하는 것을 보면 소비자, 공급자 공히 이 ‘미신의 위력’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의료 질과 관련하여 비싸도 질이 좋다는 보장은 없다. 최근 공개된 초음파, mri, pet 등의 비급여 가격조사결과는 병원마다 10-15배 이상 가격차이가 났다. 이는 가격이 질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질 좋은 의료란 비싸고 진료 량이 많은 것이 아니라 ‘적정한’ 진료이다. 적정진료에 합당한 가격을 매겨 지불하게 하는 것이 포괄수가제이다. 지금까지 심사평가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질 관리가 과잉진료 측면에 집중했다면, 앞으로 포괄수가제가 확대되면 과소진료가 일어나지 않도록 질 관리를 하게 된다. 또한 질 관리 관련 정보가 환자들에게 공개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면 환자는 서비스 질이 ‘좋은’ 병원과 ‘나쁜’ 병원에 대한 분별력을 가질 수 있다. 기존에는 서비스 ‘가격’과 ‘질’ 정보 모두 환자에게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그 결과 환자는 병원이 일방적으로 정한 가격대로 지불할 수밖에 없었고, 환자가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선택하는 요인은 실제 주변사람들의 ‘∼카더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환자는 의료상품의 가격, 질 등을 사전 비교하여 구매를 결정할 수가 없었다. 환자의 선택권은 사실상 없었다.

 

이런 조건에서 ‘진료비 정찰제’가 ‘가격’과 의료의 ‘질’ 모두에서 환자에게 가져다주는 효과는 적지 않다. 첫째. 우선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줄인다. 진료비 정찰제도는 현행 행위별수가제 하에서 가격을 매길 때, 환자가 전액 부담하도록 되어있는 비급여 행위를 상당부분 보험적용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내야하는 본인부담금이 줄게 된다. 예를 들어 백내장 수술을 한다고 했을 때 전체 진료비 총액도 기존에 비해 줄지만 환자가 부담하던 비급여 부분을 건강보험적용이 되므로 환자본인부담이 많이 줄게 된다. 최근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환자부담이 평균 21% 정도 줄어든다고 한다.

둘째. 가격이 투명하게 드러나 환자와 건보공단 모두 치료비가 예측 가능해진다. 진료비거품에 대한 불신을 줄여 환자와 의료인의 신뢰를 높여준다. 이제 7개 질병에 대해서는 병원가기 전에 병원비 규모를 거의 가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셋째. ‘표준진료지침’과 같은 질관리 체계가 포괄수가제와 연동됨으로써 환자가 적정진료에 대한 분별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제공된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부와 시민단체의 사후 질 관리 체계가 작동하여 ‘저질진료’나 ‘거품진료’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넷째. 과잉진료와 비급여를 통제해서 건강보험 재정을 아낄 수 있고, 건강보험 보장수준을 높일 수 있다. 건강보험재정 여건이 좋아지면 국민들은 보험료 부담도 완화된다.

 

  그런데 의사협회는 전임 집행부 시절, 제도 시행에 합의했던 ‘진료비정찰제’를 새삼 반대하고 있다. 의사협회 주장의 요지는 ‘현재는 수가가 너무 낮아 포괄수가제로 의료인이 (수입보전을 위해) 과소진료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료 질은 떨어지고, 질 좋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의 선택권도 제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얼 진실은 병원의 수입 감소우려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의료 질’ 하락 주장 역시 환자들을 겁주어 제도시행에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꼼수’이다. 이 제도가 행위별수가제 하에서 병원수입을 늘릴 수 있었던 ‘의료 양과 비급여 진료’를 사실상 통제하고, 적정진료 수준을 제시하여 의료의 질 관리까지 받게 되니, 의사협회로서는 ‘수입도 줄 것 같고, 질에 대한 감시도 강화될 것 같아’ 반대하는 것이다.  

 

  결국 최종 관건은 ‘수가’ 문제, 병원수입의 문제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면시행을 반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의협이 내세우는 ‘질 하락’, ‘환자선택권 제한’ 주장은 억지스럽다. 의협이 질 하락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은 환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이들 주장은 교묘하게 사실을 왜곡한다. 의료인과 병원이 수입보존을 위해 과잉진료도 하고, 의료서비스 질 하락도 ‘스스로 선택’하고 낳는 것임에도 ‘수가’가 낮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한다. ‘수입 보전’을 위해서 의료인이 비윤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마치 제도자체가 의료 질 하락을 낳는 것처럼 바꿔치기 하는 것이다. 한편, 의사협회는 포괄수가제 시행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데, (어떤 때는) 전면강제시행 을 반대할 뿐이라고 하였다가, (어떤 때는) 현행 수가수준에서는 시행에 동의할 수 없다고도 한다. 결국 의협은 현행대로 ‘하고 싶은 병원만’ 선택적으로 참여토록 하자는 것이다. 그 이유는 포괄수가제 보장수가가 행위별수가제의 평균진료비보다 높으면 참여하고, 낮으면 참여하지 않을 수 있어, 병원 수입의 유, 불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말이다. 백내장 수술에 대한 포괄수가가 행위별수가로 받을 수 있는 평균진료비보다 높았던 안과(眼科)가 거의 100% 포괄수가제에 참여해 왔던 것은 포괄수가제에 대한 이들의 입장을 잘 보여준다. 결국 의사협회는 기대하는 수입을 보장해 줘야만 ‘질 좋은 진료’할 수 있다고 국민을 겁박하며 ‘의료인 수입보장’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노환규 회장이 그리도 강조하던 ‘의료인의 책무와 도리’도, ‘환자를 위한 최고의 진료’, '단 한 사람의 생명.' 운운한 것은 결국 의사의 ‘수입이 보장될 때만’ 조건부로 성립하는 립 서비스인가. 그러면 ‘수입이 보존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과잉진료와 과소진료를 한다는 말은 진실일까? 의료수가는 ‘과잉진료’와 ‘과소진료’를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낮은가? 이 역시 의협의 주장일 뿐 국민들은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 이를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 원가공개 해보자. 수가의 적정성은 누가, 어떤 구성요소를 얼마나 반영하느냐에 따라 ‘적정수가’의 수준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의료인의 적정노동력 비용(의료인 입장에서 기대수입)을 어느 정도로 잡느냐에 따라 적정원가는 크게 차이가 날 것이다.

 

   또한 포괄수가제가 되면 질이 형편없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핵심은 질 저하 위험을 방지하고 감시할 수 있는 관리방안과 감시수단을 잘 갖추는 일이다. 행위별수가제에서도 의료의 질은 전적으로 의료인이 결정한다. 포괄수가제 하에서 수입을 위해 과소 진료하는 의료인이라면 행위별수가제에서 ‘적정진료’ 하겠는가? 수입이 우선인데... 지금까지 환자안전, 의료 질과 관련된 정보가 제대로 축적되어 관리되지 못했고, 질 관리 정보도 환자에게 투명하게 제공되지 않은 것이 더 심각한 질 하락요인이다. 환자입장에서는 고가의 초음파. mri 검사비 10-15배 차이나도 아무 문제 없는 ‘비급여 행위’의 질 관리가 더 급하고 심각하다. 의사협회가 의료서비스 질 하락을 걱정하는 충정으로 포괄수가제를 반대하는 것이라면 초음파, mri, pet등 비급여 진료의 질 관리문제에 대해서는 왜 아무말도 안하는가? 진작에 더욱 심각한 비급여 질관리에 대해서도 정부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어야 하지 않은가. 앞서 나열한 비급여 행위를 건강보험 급여권으로 포괄하여 질 관리 하자고 하면 의사협회가 과연 수용할까. 어림도 없는 얘기일 것이다. 이것이 모두 병원과 의료인의 수입과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환자에게는 좋아도 의료인들의 반대로 시행 못해온 것이 아니던가. 그래서 환자는 평균 30-40%의 비급여 진료비를 전부 본인부담하고 있고 ‘의료비부담’은 줄지 않는다. 이처럼 의협이 정작 무한정 확대되고 있는 비급여 행위의 의료 질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포괄수가제가 의료 질 하락을 가져와 국민위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이를 누가 믿겠는가.

 

   의사협회가 과잉진료 할 수 있는 조건에서만 ‘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다. 수가를 올려주어야만 포괄수가제 시행에 동의할 수 있다는 주장도 ‘고임금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인상 파업’을 보는 것 같다. 의료의 질만 관리된다면 ‘진료비 정찰제’는 환자에게 좋은 제도이다. 이 제도를 시행하는 유럽 대부분 나라와 미국, 대만, 호주 등 어떤 나라에서도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 질이 떨어진다는 근거나 보고는 없다. 특히나 7개 질병군의 경우는 그간 15년 동안이나 시행해 본 경험이 있고, 선택적으로 참여하는 병의원이 편도수술을 제외하면 이미 80%가 넘는다. 그런데 이제와서 갑자기 심각한 의료질 저하가 생기는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면서, 정색하며 환자를 위협하는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 아닐수 없다. 이걸 집단적 체면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비윤리에 대한 자기합리화라고 보아야 하나. 물론 지불제도를 변경하는데는 '돈'이 걸려있다. 하지만 진료거부를 선언할만큼 어떤 진실과 명분이 있는가. 의사협회가 너무 막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