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입수한 최순실 씨 소유 회사 자료에서 공영방송 EBS 사장의 이력서가 발견됐다. 이력서가 최 씨측에 전달된 시점은 사장 선임 18일 전. 최 씨가 EBS 사장 후보의 이력서를 임명 전에 받아본 것은 아닌지, 혹시 사장 인선에 개입한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최 씨와 최 씨 측근들은 이미 정부와 공공기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의혹은 더욱 커진다.
사장 결정 보름 전 최순실 측에 이력서 전달
우종범 EBS 사장의 이력서가 나온 곳은 최순실 씨 소유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이력서에는 우 사장의 전화번호, 주민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는 물론 EBS 사장 선임 전 경력까지 빼곡히 기재돼 있다. 본인이 아니고서는 작성하기 힘든 이력서다.
그런데 문제는 이력서가 최 씨 사무실에서 생성 혹은 출력된 시점. 확인결과 우 사장의 이력서는 2015년 11월 9일 최 씨 사무실에서 출력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는 EBS 사장 공모를 위한 원서접수가 한창 진행되던 때였다. 우 사장이 사장에 선임된 날짜는 그로부터 18일 후인 같은 달 27일이었다.
그럼 우 사장의 이력서는 왜 최 씨측에 전달된 걸까.
뉴스타파는 입장을 듣기 위해 우 사장을 찾아갔다. 그러나 우 사장은 대면 인터뷰는 거부한 채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직접 이력서를 작성했는지 여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최순실 씨를 전혀 모르고, 만난 적도 없습니다. (이력서가 왜 최씨 회사에서 나왔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게 (인사 개입) 있었으면 검찰 조사 받지 않았겠어요? 저한테 전혀 그런 연락도 없었습니다. 우종범 EBS 사장
일사천리 후원과 홍보성 리포트
우 사장 취임 이후 EBS가 최순실 씨 일가와 모종의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도 취재결과 확인됐다. EBS가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소유,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가 주최한 행사에 후원자로 나선 사실이 확인된 것. 당시는 영재센터가 설립된 지 채 3개월이 안 된 시점으로, 별다른 실적도 없는 때였다.
게다가 EBS의 영재센터 후원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후원 요청과 승인이 같은 날 이뤄졌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영재센터의 요청서와 EBS의 승인 공문에 따르면, 요청과 승인이 이뤄진 날짜는 모두 2015년 12월 22일이었다. 후원 승인 6일 뒤엔 EBS가 영재센터 주최의 빙상캠프를 홍보하는 방송 리포트를 내보내기도 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듯 모든 일이 착착 진행된 것이다.
그러나 EBS측은 “후원도, 방송도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강변했다.
일이라는 게 ‘공문 보냈으니 바로 이렇게 해줘’가 아니라 실무 담당자들이 먼저 문의를 하잖아요. ‘이런 이런 행사가 있습니다’, ‘후원 가능합니까’ 이야기들이 사전에 있었고, 그리고 나서 센터쪽에서 공문을 보냈고 EBS가 승인을 한 거죠. 저희 주 시청층인 학생들이 참여하는 행사였고, 스포츠 관련 내용이어서 내용을 봤을 때 괜찮다고해서 명칭 승인을 한 것이죠. 리포트는 후원과 별개로 진행된 거고요. 저희 뉴스부에서 스포츠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내용들을 다뤄왔어요. EBS 홍보팀 관계자
취재 : 강민수, 김강민
촬영 : 김남범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